메뉴 건너뛰기

close

[연재]: 2007 대선, '아름다운 선택'으로의 초대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대선은 나라의 운명뿐 아니라 개인의 운명도 바꿔놓는다. 2007 대선 공간에서도 선택의 기로에 선 사람들이 있다. 대권주자에서 평범한 유권자에 이르기까지. 그들과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련다. 때론 세상이 '실패한 선택'으로 규정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곳 어느 한 켠에 있을 아름다운 도전, 아름다운 고뇌를 찾아내보련다. 그 과정에서 2007 대선의 시대정신을 추려담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이 글은 그 여덟번째다. <편집자주>
[제1막: 23일 오전 10시]

 

어느 도박장으로의 초대

 

이건 도박이다, 그런데 너무 재미있는 도박이다.

 

처음 그의 선택을 '정보보고'를 통해 들었을 때 내 첫 느낌이 그랬다. 어제(22일)밤 그를 2시간동안 만났다. 이제 그의 도박 이유를 독자들에게 공개할 시간이다.

 

오늘 <오연호리포트>는 '시간차'로 독자들에게 전해주련다. 그동안의 <오연호리포트>는 한꺼번에 읽기에 너무 길었을 것이다. 그와의 만남은 어제였지만, 오늘의 그를 따라가며, 그의 선택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따라가며 이 기사를 완성할 것이다. '함께 만드는, 하룻동안 쓰는 오연호리포트'다. 내 블로그에도 함께 올린다.

 

사회지도층 인사의 도박. 이런 기사의 제목이 있다면 독자는 한번쯤 클릭해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도박과 사회지도층 인사 두 개가 모두 긴장성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같은 언론 업자들은 그런 기사를 "재미있다"고 간주한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대선분석 시장의 지도층 인사가 도박을 한 것이다. '젊은 여론조사분석가 1인자'로 불리는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41)이 1%미만의 지지도를 보이고 있는 문국현을 찍었다. "이번 대통령은 문국현이다"라고.

 

여론조사 분석가로서의 예측이 아니다. 평론이 아니다. 아예 문국현 캠프로 가버렸다. 오늘(23일) 오전 10시 세종문화회관에서 문국현은 정치참여선언을 한다. 유한킴벌리 사장을 그만두고 이번 대선에 출마할 것을 선언한다. <오연호리포트> 1, 2가 <문국현은 과연 대선 번지점프 할까>였는데, 드디어 오늘 한다.

 

이 자리에서 김헌태 소장도 그의 수석전략가로 커밍아웃한다. 그동안 신문지상과 방송에 여론조사 분석가로 얼굴을 내밀던 그가 한 캠프의 꾼으로 가는 것이다. 대학(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 85학번) 졸업하고 첫 직장(리서치&리서치)을 여론조사기관에서 시작해 그후 12년간 줄곧 그 업계에서 여론조사 분석을 해온 그가, 최근에는 박근혜의 경선 '역전 가능성'을 귀신같이 맞혔던 그가, 한 후보의 정치참모로 변신하는 것이다. 인생전환.

 

2002년에 우리는 두 평론가(분석가)의 변신을 보았다. 유시민은 정치평론가, 프리랜서 방송인에서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다. 김행은 여론조사 전문가에서 정몽준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다. 이제 2007년엔 김헌태가 있다. 그는 제2의 유시민이 되어 대통령 만들기에 성공할 것인가, 제2의 김행이 될 것인가? 적어도 내가 보기에, 2007년 대선공간에서 벌어진, 여러 사람들의 선택 가운데, 가장 재미있는, 참신한 도박을 우리는 지금부터 지켜보게 된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입니다."

 

어제밤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인터뷰하러 음식점으로 갑시다"했더니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는 <오연호리포트> 시리즈를 다 봤다고 했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도박장에 구경하러 가는 기분입니다.'

 

- 한나라당 경선 예측을 하면서, 박근혜의 '역전 가능성'을 줄곧 주장해왔는데.

"경선이 결판난 날, <한겨레> 성한용 정치전문기자가 밤12시에 전화를 했더라. '축하한다, 헌태 소장이 맞았다'라고. 그 소리를 들으니까 아찔했다. 만약 틀렸다면..."김헌태 소장은 "여론조사는 신념을 그리는 것"이라고 했다. "대중이 품고 있는 마음의 변화를 엔지니어 수준에서 방정식의 셈법으로 풀어내는 것"이라고도 했다.

 

- 왜 문국현을 선택한 건가?

 

이 질문에 그는 약 10분간 3가지 이유를 댔다. 그의 긴 답을 한 줄로 줄이면 이것이다. "이명박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후보이기 때문이다."

 

- 왜 그런가?

"범여권의 후보가 많지만,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한명숙 등등 많지만, 현재 존재하는 후보 그 누구도 이명박이 선점한 경제성장주의 패러다임을 벗어날 수 없다. 손학규, 정동영은 1등 이명박을 따라가기 급급하고, 이해찬, 한명숙은 노무현이 치른 지난 기말고사 문제를 갖고 국민을 상대하고 있다. 문국현이 유일하게 이명박의 경제성장주의 패러다임에 정면으로 승부할 수 있는 후보다."

 

- 여론조사로 '정확한 예측'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자신의 선택의 성공 가능성을 %로 말한다면? 이번 대선에서 문국현이 이길 확률.

"그런 질문 받으면 통계 하는 사람은 답이 하나다. 100% 아니면 0%. 나는 문국현 대통령 가능성이 51%라고 본다. 그러니까 100%다."

 

- 여론조사 전문가에서 한 후보 캠프의 수석전략가로 공개변신을 하는 건데, 그런 선택에 친구들은 뭐라고 하던가.

"미쳤다고 그런다(웃음), 농담이다. 왜 지금까지 쌓은 분석가로서의 명성을, 그 객관적 위치를 이번 대선에서 망가뜨리려 하느냐는 걱정을 했다."

 

- 지금 문국현의 대선지지도도 1%도 안 된다. 정말 친구들 걱정처럼 왜 그런 선택을 하는 건가."

나의 신념을 증명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우리 국민에게 대안의 선택지를 내 놓으면 그것을 선택할 것이란 믿음이 있다. 지금까지는 이명박의 대안이 없었다. 문국현이라는 선택지를 내놓고 싶다."

 

- 문국현은 컨텐츠는 있지만, 대중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또 국민들의 손때도 묻어있지 않다. 이 짧은 기간에 가능하겠는가.

 

<오연호리포트> 제1막은 여기까지 쓴다. 나는 이제 10시부터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리는 문국현의 대선출정식을 취재하러 갈 것이다. 그 곳에서 다시 김헌태를 만날 것이다. 그리고 돌아와서 다시 이 기사를 이어갈 것이다.

 

[제2막: 23일 낮 12시 30분]

 

문국현의 대선출마 현장에서

 

오전 10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 갔다. 4백여 좌석이 꽉 찼고, 뒤에 선 사람들도 1백여명이었다.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가 눈에 띄었다.

 

- 김헌태 소장이 문국현을 선택했는데?

"들었다."

- 어떻게 생각하나.

"(웃으며) 잘 모르겠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와 인사했다.

 

- 저 분(문국현)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진정성은 있는데, 쉽지 않지."

-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 알죠?

"응..."

- 그 사람이 문국현 캠프에 합류했는데.

"오우, 그래?"

 

그 옆에 김두수씨(전 열린우리당 중앙위원, 고려대 82학번)가 있었다. 그는 나를 보자 물었다."김헌태 기사 실렸나, 오늘 아침에 보려고 했는데, 여기 오느라 아직 못봤다."

 

- 내가 그 기사 쓰는지 어떻게 알았나?

"어제 (문국현 캠프의) 김재현 교수(건국대 환경과학과) 만났더니 김헌태 소장 이야기 하더라, 그래? 하고 놀랐더니 오늘 <오마이뉴스> 기사 보라고 하더라."

- 김헌태 이야기 들었을 때 어떤 생각 들었나?

"충격 먹었다. 머리에 딱 충격이 왔다. 왜 그랬을까? 왜 문국현일까? 그래서 오늘 일부러 여기 와 봤다."

 

김두수씨는 얼마전 <오마이뉴스>에서 벌어진 '손학규와 386논쟁'에 참여한 사람이다. 그는 스스로를 "아직도 누구를 찍을지, 어느 진영에서 함께 일할지 결정하지 못한 무소속"이라고 했다. 그런데 김헌태의 선택을 보고 문국현 카드에 대한 고민을 본격 시작했다고 말했다.

 

"나처럼 이번 대선에 어떻게 임할까 고민하는 친구 40여명이 있다. 그들과 함께 문국현이 희망이 될 수 있나, 좀 더 현실적인 고민을 해봐야겠다. 그래서 오늘 여기에 왔다."

 

자리를 둘러봤더니 김헌태 소장은 무대 왼편 앞쪽에 있었다.

 

- 오늘 분위기 어떤가.

"분위기 좋다. 예상보다 많이 왔다."

 

그는 즉석 해설을 해줬다. "국회의원들, 후보들을 일부러 초청을 안했다. 그런데 원혜영, 이계안은 기본적으로 올 사람들이고, 그 외에 천정배, 한명숙, 김종인, 임종인 의원 등이 왔다. 김두관 예비후보도 왔다. 면면을 보면 와야 될 사람들만 왔다. 개혁진보벨트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람들이 주로 왔다. 작지만 뚜렷한 시작이다."

 

- 오늘 참석 인사 중 특이한 사람은?

"김종인 의원, 김태동씨(국민의 정부 경제수석) 두 사람이다. 모두 재벌 반대론자다. 대기업 입장에서 경악할 사람들이다."

 

그런 말을 주고 받고 있는데, 그 '재벌이 경악할' 특이한 두 사람이, 문국현의 58년 인생의 새 출발을 알리는 오늘 행사의 축사를 맡아 차례로 무대 위에 올랐다.

 

- 아까 <한겨레> 성한용 기자에게 김헌태의 선택에 대해 물었더니 웃기만 하더라.

"대부분의 정치부 기자들은 그동안의 기본 정치지형에서 판단을 할 것이다. 의외의 가능성을 열어두는데 인색할 것이다."

 

11시 5분, 김종인 의원 등의 몇 사람의 축사가 끝나고 박수 속에 문국현 사장이 무대에 등장했다.

 

"저는 이제 33년의 기업인 역할을 끝내고 새로운 삶을 살려고 합니다. 지금부터 대선은 새롭게 지각변동을 하게 될 것입니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달라는 국민의 요청이 저 문국현의 힘입니다. 사람중심 진짜경제를 위한 대논쟁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너무 늦게 출발 한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행사장을 나서는, 문국현의 오랜 친구인 최열 환경재단 대표에게 물어봤다.

 

- 오래전부터 출마를 권유해왔는데, 드디어 출마를 했다.

"타이밍을 놓쳐가지고…. 너무 늦긴 했는데, 앞으로 보름간 5%로 뜨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혼신의 힘을 다해야할 것이다. 오늘 분위기는 좋았다. 내용이 기존 정치권과 다르게 진솔했다."

 

이 사람이 어디로 갔지? 기자회견이 한창인데, 문국현의 수석전략가 김헌태는 세종홀의 맨 뒤편에서 한 참석자(백선기 부천시민연합 대표)를 붙잡고 왜 문국현인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벌써 운동원이 된 것이다.

 

- 오늘 총평을 한다면?

"좋다. '희망제안'을 하는 시간에 5명이 무대로 나와서 하기로 설정돼 있었는데 40여명이 우르르 나왔다. 그거 보고 놀랐다. 내일 제도언론에 제대로 보도가 안된다 할지라도 오늘 이 자리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흐름으로 봤을 때, 현시로서는 작지만 메시지는 클 것이다. 후보연설 마칠 때도 기립박수가 나왔다. 설정 안한 것인데. 물론 이런 정도는 다른 후보때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내 느낌은 문국현 보다도 메시지에 반응이 더 큰 것 같다. 좋은 출발이다."

 

그는 "벌써 <오마이뉴스> 1막 기사 본 사람들이 막 전화를 해온다"고 말했다.

 

- 어떤 사람들인가, 어떤 반응인가.

"현역 정치인들과 친구들인데...."

-결국 오늘 이 행사가 김헌태의 문국현 선택 이후 첫 걸음인데, 선택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나?

 

그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1%에 거는 확신, 그것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왜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들은 안된다는 것일까? 상처 많은 이명박 후보와 붙어볼만 하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왜 그는 유력 주자들의 함께 하자는 권유를 뿌리치고 문국현을 선택했을까? 잠시 후 그와의 어제저녁 대화로 안내하겠다. 곧 3막이 이어진다.

 

[제3막 : 23일 오후 2시 36분]

 

문국현 너무 늦었다? 천만에...희망새는 어디까지 날 수 있나

 

제2막 기사를 올리고 점심식사를 했다. 정태인씨(민노당 FTA저지 사업본부장), 장하준 교수(영국 캠브리지대) 등과 함께였다. 두 사람은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막 FTA토론을 마친 후였다. 식사 말미에 김헌태의 선택을 이야기했다.

 

- 이번 대통령은 문국현이래요.

"글쎄." 정태인씨의 첫 반응이었다. 그는 말을 이었다. "하긴 나도 (2001년 11월) 2%대의 노무현을 선택했었으니까…,"

- <오마이뉴스>에 실린 김헌태의 선택 기사를 보고 현역정치인들이 전화를 걸어온다고 하네요.

 

이번엔 장하준 교수가 농담으로 받았다."이미 줄을 섰던 정치인들이, 내가 선 줄이 과연 맞는지 확인하는 전화들인가?"

 

식사 후 사무실에 돌아와 독자반응을 보았다.

 

[독자의견39] 그날의 뜨거운 피가 다시 솟구칩니다.

[독자의견36] 오늘은 좋은 날, 희망새가 날아왔다

[독자의견29] 그의 아름다운 선택에 내가 기쁩니다.

[독자의견21] 오연호와 김헌태가 나의 눈물을 훔쳤다.

 

뜨거운 피가 다시 솟구친다! 이런 독자반응은 참으로 오랜만에 접해본다. 나도 사실 어제 밤 김헌태와 두 시간에 걸친 대화를 하면서 비슷한 걸 느꼈다. 그러나 표현하지는 않았다. 다시 확인한다, 독자는 기자보다 솔직하다. 어제의 대화로 넘어간다.

 

- 문국현과는 언제 처음 인연을 맺었길래, 이런 큰 도박을 하는 건가.

"작년 9월이다. 처음엔 문국현과 전혀 상관없이 인연이 시작됐다. 몇 명이 한국의 미래에 대해 세미나하자고 해서 갔다. 다 마치고 나서 좀 황당해서, '이런 세미나 왜 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문국현 이름이 나오더라. 내가 '문국현이 정치하겠느냐'라고 물으니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물었다. '좋다, 문국현이 분노하는 대상이 누구냐?' 누가 적인가를 알면 그 사람이 규정이 되니까. 그랬더니 그중 한명이 '재벌'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그래요?' 하면서 감탄했다."

 

그게 인연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선택은, 그것이 기득권을 버리는 위험을 감수한 것이라면 더욱, 감동 없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런데 대통령 만들기는 현실이지 않는가.

 

- 문국현은 컨텐츠는 있지만, 대중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또 국민들의 손때도 묻어있지 않다. 이 짧은 기간에 가능하겠는가.

"그동안 문국현은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은 2가지 때문이었다. 첫째, 제3후보는 이길 수 없다. 둘째, 유권자와 스킨십을 나눈 히스토리 없는 후보는 이길 수 없다. 그런데 문국현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좀 비켜나간다."

 

- 왜?

"우선 비한나라당의 정당구조가 와해됐다. 리더십의 실종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에서 손학규가 넘어오는 것마저 용인될 정도다. 제3후보의 진입공간이 열린 것이다. 두 번째 스킨십 히스토리문제인데, 대중은 후보가 '가치적 선택'을 하는 것을 보고 동질감을 느낀다. 2002년 노무현에게서 그걸 느꼈다. 이명박도 성장과 신화라는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문국현은 경제인 활동만 했는데도 대중의 공감을 살만한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유한양행 내부에서의 기업민주화 싸움, 매년 연봉 30~40%의 기부, 환경운동. 문국현에게 기업은 또 다른 정치의 장이었고 가치선택의 장이었다. 유권자들이 그 가치를 알아볼 것이다."

 

- 다 좋은데… 문국현이 그동안 하도 찔끔찔끔 대선출마 가능성을 내비쳐서 일반인들은 '저 사람이 내가 꼭 대통령이 되겠다는 권력의지가 있는가' 의심해왔다. 그게 있어야 열성지지자를 만들어낼 텐데, 김 소장은 이미 열성지지자인데, 그걸 느꼈나?

"문국현의 권력의지는 누구보다 강하다. 주변 사람들이 많이 말렸는데도 본인이 선택했다. 유한킴벌리 떠나겠다고 하니까 휴직으로 처리한다고 했는데도 본인이 거부했다. 돌아갈 다리를 스스로 불태운 것이다."

 

- 올초에 문국현과 함께 박원순 대안론이 거론됐었다. 박원순 변호사는 그냥 시민운동 하겠다고 하는데 왜 문국현은 결국 대권도전에 나선 건가.

"문국현은 꿈이 높다. 자기가 생각하는 신념을 스스로 양보하지 않는다. 여의도의 패턴인 '정무적 고려'가 없고 내 길에 대한 신념이 강하다. 자기가 만들고 싶은 세상에 대한 신념이 강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길은 문국현이 만들고 싶은 세상이 아니다. 그것을 안 이계안 의원이 말했다. 자신도 현대 사장 해봤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명박은 문국현의 발톱의 때도 못 따라간다'고."

 

- 그래도 문국현의 진면목을 알리기엔 너무 늦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인데.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너무 늦었다가 맞다. 이건 나의 선택에 대한, 왜 문국현이냐에 대한 스스로를 향한 정당화일지도 모르는데, 나는 이런 가설을 세웠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정보량과 속도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컨텐츠다. 그것만 제대로 있으면 속도는 극복될지도 모른다'.

 

왜 언론이 그렇게 많이, 그렇게 오랫동안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을 다루는데도 안 뜨나? 왜 이명박이 내려가는데도 이들에게 표가 안 오나? 그들이 이명박에 전면대비 되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대중이 판단한 것이다. 문국현은 다르다. 컨텐츠가 있다. 이렇게 비유해보자. 안성기, 전도연 같이 익숙한 유명 배우가 나오는데 내용은 재미없는 영화와 신인배우지만 탄탄한, 재미있는 영화, 둘 중에 어느 것이 대중에게 어필하겠는가."

 

- 이명박에 전면대비 되는 비전이란 무엇인가? 그걸 문국현만이 가지고 있나? 범여권 후보 모두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이명박의 경제성장 중심주의를 비판하고 있지 않나.

"말로 하는 것과 삶으로 체화하는 것은 설득력이 다르다. 문국현은 이명박의 경제성장 중심주의를 가짜라고 본다. 그래서 우리의 모토가 '사람중심의 진짜경제'다. 그동안 산업화시대를 지탱해온 3대 이데올로기가 권위주의, 반공주의, 경제성장 중심주의였다. 권위주의와 반공주의는 이제 마이너가 됐다. 그러나 경제성장 중심주의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건 김대중, 노무현도 깨지 못했다. 그래서 이명박 지지가 그렇게 높게 나온 것이다. '성장의 추억'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다른 범여권의 주자들은 그것에 어정쩡 따라가고 있다. 재벌을 내놓고 반대하는 범여권 주자 누가 있나. 그러나 문국현은 그런 이명박의 경제성장 중심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130만명밖에 먹여 살리지 못하는 대기업 대신 2000만명을 먹여 살리는 중소기업을 획기적으로 살리자고 주장한다. 문국현은 유한킴벌리를 운영하면서 IMF때도 해고를 하지 않고 일자리를 늘리는 등 사람중심의 경제를, 자신의 삶을 통해 보여줬다. 애매한 말로 하는 것과는 다르다."

 

여기까지 듣다보니 이런 의문이 들었다. 범여권 주자들이 너도 나도 '이명박은 한방이면 간다'고 말해왔다. 또 도곡동 땅 의혹 등 아킬레스건이 많다. 꼭 문국현이 아니더라도 범여권이 경선흥행을 통해 유일주자를 만들어내면 이명박과 한번 붙어볼만 하지 않을까?

 

- 다른 범여권 주자들로부터 도와달라는 이야기도 들었을 텐데.

"서너 군데에서 들었다. 그러나 죄송하다고 했다."

- 왜 그랬나? 도저히 가망이 없다고 본 것인가? 경선흥행 가능성도 남아있는데.

 

조금 쉬었다가 제4막에서 김헌태가 말하는 '현 범여권 구도의 필패론'을 들어보자.

 

[제4막 전반부 : 23일 오후 5시 20분]

 

이명박 패러다임 못 깨면 범여권 누가 나와도 진다

 

한 숨 돌리고 독자의견을 살펴봤다. '언젠가는(che1978)'이라는 독자가 '감동'이라는 제목을 붙여 이렇게 적었다. 오후 3시 43분에 올린 거다.

 

[독자의견57] 사람답게 사는 세상 왠지 올 것 같습니다. 힘을 모아 함께 한다면 정말 올 것 같습니다. 벅찹니다.

 

이런 독자를 접하면 김헌태의 도박을 옮기는 기자도 긴장된다. 나는 한 사나이의 선택을 통해 '벅찬 감동'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앞으로 책임을 질 수 있을까? 옮기는 자도 그런 부담감을 느낄텐데, 김헌태의 부담은 얼마나 클까? 그 점에서 김헌태는 나보다 용감하다. 그 용감함의 비결에 대해 물론 물었다. 이 글의 마지막에 그걸 전하겠다.

 

또 다른 독자는 제목을 '오랜만에 2002년이 기억납니다'라고 달았다.

 

[독자의견67] 2002년 모니터 앞을 떠나지 못하게 했던 오마이뉴스가5년 후 저를 다시 모니터 앞에 앉게 하네요.최소한 기존 범여권 후보보다 가능성이 있네요.앞으로 한 달, 추석 전까지 어떤 모습을 보이는 지가 관건일 듯 합니다.기대하겠습니다.

 

김헌태발(發) 문국현 희망새는 어디까지 날 수 있을까? 이 기사를 다 완결하는 데는 아마도 밤 12시경이 될 것이다. 더 늦을 수도 있다. 독자들을 모니터에 오래 앉아 있게 해서 미안하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해석해줬으면 한다. 생각하면서 읽자! 오늘 문국현 대선출정식 축사의 한 대목은 이런 거였다. "그동안 어찌하여 우리는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찍고 싶은 후보 한 사람을 제대로 못 만들어냈던가?"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든 않든, 34년 회사원 문국현에게 대권도전을 권하는 사회를 만들어온,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면서 읽자. 다시 김헌태와 대화해보자.

 

- 다시 묻겠다. 왜 범여권의 다른 후보는 가망이 없다는 건가. 경선흥행 가능성도 있지 않나.

"모두 한나라당 패러다임에 걸려들어 있다. 우리 국민들은 지금 '묻지마 (성장의) 추억'에 빠져들어 있다. 성장을 위해서는 뭐든지 희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의 편법상속도 용서하지 않느냐. 재벌이 무너지면 우리사회가 무너진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 패러다임의 상징적 구심이 이명박이다. 문제는 현재의 범여권 후보들이다. 그 한나라당 패러다임을 못 깨면 누가 범여권 후보가 된들 어차피 이번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 그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유일한 후보가 문국현이다."

 

그는 되물었다. "바로 그 점이 나에게, 여론조사 전문가인 나에게 의미하는 바는 뭐냐?"

 

"현재의 범여권 후보는 누구도 이명박을 이기지 못한다. 그러나 문국현은 가능성은 현재로선 아주 낮지만, 최종적으로 이명박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후보다."

 

- 이명박이 여러 의혹이 있고 완주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까지 하는데, 그래서 범여권도 해볼만하다고들 하는데...

"이명박이 완주 못할 가능성이 물론 있다. 그렇다고 범여권 후보가 될까? 내 예측으로는 그런 상황이 오면 박근혜가 된다. 지금 범여권이 덫에 걸려 있는 것은 이명박이 아니다. 이명박으로 대변되는 한나라당 패러다임, 경제성장 중심주의에 걸려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지지자가 50% 이상이다. 내가 여론조사 시장에 뛰어든 이래 이렇게 한 당이 싹쓸이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 그것을 못 깨면 범여권은 한나라당에서 누가 나오더라도 진다."

 

[제4막 후반부 : 23일 저녁 7시 10분]

 

서민들도 한나라 지지하는 미스터리... "그러나 대중은 현명하다"

 

왜 그런 상황이 됐을까? 김헌태에게 그것은 비관이 아니라 낙관이다. 그는 그것을 "현명한 대중의 선택"이라고 했다. 현명한 대중이 엘리트를 갈아치운다는 것이다.

 

"결국 시대의 흐름이 존재한다. 사실 2004년 탄핵 이후 국민은 민주화세력에 모든 것을 줬다. 국회와 대통령. 이 두 권력을 가진 민주화세력은 '민주화 이후의 사회경제노선'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양극화 해소에서도 마찬가지다. 대중은 현명하다. 엘리트를 소비한다. 칼을 갈아 치우듯 한다.

 

민주화 세력이 제대로 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니까, 더 이상 진화된 모형을 보여주지 못하니까 '성장의 추억'을 채택한 거다. 한나라당의 고도성장주의만 유일하게 입력되는 거다. '성장을 통한 경제부흥' 이외에는 머릿속에 들어있지 않다. 그래서 노동자, 서민이 오히려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는 미스터리가 발생한다."

 

그는 그런 미스터리 상황에서도 대중을 믿는다.

 

"그런데 대중은 참 현명하다. 우리 사회의 가치를 묻는 여론조사를 해보면 '더불어 행복한 세상'이 압도적으로 많다. 양적인 성장, 나홀로 성장을 원하지 않는다. 양극화 해소를 바란다. 그런데도 지금 여론조사하면 한나라당 1당 독재다. 25%에 달하는 중도가 다 한나라당으로 갔다. 진보5:보수5 구도가 깨진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패러다임은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구현할 수 없다. 선택지가 없으니까 대중들이 이명박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문국현의 가능성이 있다. 나는 문국현이라는 선택지를 만들어주고 싶다."

 

김헌태, 그는 12년간 여론조사 전문가였다. 문항을 설계하던 사람이다. 문항은 있되 선택할 답이 없다면? 그건 설문에 응하는 대중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답가운데 하나를 만들기 위해 문국현에 투신한 것이다.

 

그는 "여론조사 전문가는 전국민을 상대로 시험을 본다"고 했다. 그는 여러번 '여론조사 특종'을 했다. 2002년 봄 노무현 바람이 일 것이라는 것을 예측했고, 2003년 참여정부 초기 노무현대통령의 지지도가 급락할 것이란 것도 예측했다.

 

그는 "여의도의 다른 여론조사전문가들은 주로 엔지니어에 가까울 정도로 정밀한 숫자 분석을 중시하지만 나는 정량, 수치보다는 신념구조나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해석해낸다"고 했다.

 

그는 "여론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변곡점(여론의 흐름이 바뀌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의 '진정한' 여론은 이명박 패러다임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대안만 있다면 확 바뀔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갈망과 갈증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대선을 선언한 문국현은 앞으로 어떤 일정을 통해 비한나라당 후보 1위를 차지하려고 할까? 이를 위한 수석전략가 김헌태의 전략은 무엇일까? 범여권 후보와의 관계는? 저녁을 먹고 이에 대한 김헌태와의 대화를 이어가겠다. 자리를 떠나면서 다시 독자의견을 살펴본다.

 

그 중 하나의 제목이 "전율적인 희망이 보입니다"(독자의견74)이다.

 

[5막 : 24일 새벽 1시 30분]

 

정치부 기자 20년 한 베테랑의 직감

"김헌태는 한나라당 경선 여론조사의 비밀을 알고 있다"

 

혹 이 심야 시간까지 제 후속 기사를 기다리고 있을 독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며칠 전부터 약속돼 있었던 저녁 식사자리에서 이제야 돌아왔습니다. 딱 한 시간만 만나고 오려고 했습니다. 기다리는 독자님이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저녁 8시에 갔는데 한밤 12시20분까지 잡혀 있었습니다.

 

그는 중앙일간지에서 20여년을 정치부 기자로 활약했던 분입니다. 그의 이번 대선판 분석이 하도 재미 있어서, 그 재미를 나중에 꼭 <오마이뉴스> 독자에게 전달해야 되겠다는 욕심이 나서 자리를 못떴습니다. 약속 합니다, 후에 꼭 전하겠습니다.

 

또 하나 자리를 못뜬 이유가 김헌태의 도박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나는 김헌태를 신뢰한다. 현존 최고의 여론조사 전문가라 불릴만하다. 둘째 가는 사람이라면 안부근(전 중앙일보 여론조사 전문기자)이다. 김행은 말 못하겠고."

 

- 정치부 기자 20년 한 사람으로서, 김헌태의 도박을 어떻게 보나.

"김헌태는 굉장히 예리한 친구다. 여론조사를 12년간 해온 김헌태는 이번 한나라당 경선 여론조사의 비밀을 알고 있다. 그가 얼핏 (지난 20일 < 오마이TV >의 한나라당 경선 개표 생중계 해설을 하면서) 이야기 하던데 이번 경선 여론조사는 설계부터가 잘못된 거다. 이번 여론조사의 모집단을 어디에서 받은 것인지 김헌태는 알 것이다. 물론 다른 여론의 흐름도 체크했을 것이다. 김헌태는 본능적 확신이 선 것이다. 이명박은 안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헌태는 문국현이 꼭 대통령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이 아니다. (그가 확신하는 가치에 대해) 인생의 베팅을 한 것이다."

 

우선 여기까지입니다. 이후의 후속 기사를 기다릴 독자에겐 죄송스럽지만 저는 지금 계속 컴퓨터 앞에 있을 수 없습니다. 지금 저는 부천시의 한 피시방에서 이 5막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 여직원이 그제 부친상을 당했습니다. 오늘 아침 발인이니 부천의 한 병원으로 지금 꼭 가야 합니다. 여직원이 흘릴 눈물 앞에서 제가 일어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오전 10시경이 돼야 마지막 제6막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6막 2장 : 24일 오전 11시]

 

 "문국현 바람 한달 이내에 결판 난다"

 

"침침했던 눈이 번쩍 뜨이다." 오늘(24일) 아침 9시에 독자 오딧세이님이 올린 글의 제목이다.

 

[독자의견 224] 침침했던 눈이 번쩍 뜨이고 가슴에서 새로운 감동을 위한 뜨거움이 서서히 솟아나려고 합니다. 또 다시 미래를 위해 혼신을 다해 뛰어 볼까 하고 망설여집니다.

 

망설이다. 독자의견을 보면서 나는 '전율하다'는 말만큼 '망설이다'는 말을 사랑하게 된다. 문국현의 대선 번지점프, 김헌태의 1%도박 모두 긴 망설임이 있었을 것이다. 이제 김헌태와의 대화, 마지막 장이다.

 

- 먼저 요청 받았나, 스스로 문국현을 선택한 것인가?

"2달 전에 문 사장을 처음 뵀는데, 크게 봐서는 요청받은 게 맞다. 수석전략가로서 캠프 전반을 다루는 정무특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문국현 캠프에 실질적으로 뛸 사람들이 아직 많지 않을텐데."그렇게 많진 않지만 그래도 헌신적인 분들이 결합해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가치가 문국현과 함께 통일돼 있다는 것이다. 그게 가장 큰 힘이다."

 

- 문국현의 실험이 이제 본격화된 건데, 여론조사 전문가 입장에서 이번 대선에서 뜨냐, 안뜨냐가 언제쯤 판가름 날 것으로 보는가."

문국현의 컨텐츠를 얼마나 제대로 전달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3주 내지는 한 달 이내에 어느 정도 유의미한 변화를 보여야 한다. 나는 믿는다. 제대로 된 컨텐츠엔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사람들이 이번 대선에 흥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그러나 그것에 실패해 유의미한 변화를 제대로 못보여주면 이번 대선과는 무관하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단 5%라도 지지세가 형성된다면 그것은 이번 대선 이후에까지 한국정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 대통합민주신당과의 관계는?

"지금 범여권은 컨텐츠가 소진된 상태다. 그래서 감동을 못준다. 문국현은 현재 1% 미만의 후보이기 때문에 지금 그 부분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이명박의 패러다임에 맞설 내용들을 가지고 대논쟁을 해야 한다. 물론 이후에 후보단일화, 정치연합의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설혹 그런 상황이 온다 하더라도 단순히 이번 대선뿐 아니라 내년 총선과 그 이후까지 문국현 진보개혁 블록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 그 블록의 색깔은?

"크게 보면 중도와 민노당의 중간 정도일 것이다. 문국현은 노무현 대통령이 방향은 잘 잡았다고 본다. 그러나 성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미안해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실 범여권 주자중에 유시민이 얼핏 보면 문국현과 유사한 정책을 가진 측면이 있다. 사회투자국가론 측면에서 보면. 그러나 차이는 과연 그것이 후보의 삶 속에 녹아 있느냐에 있다."

 

[6막 2장] 김헌태의 3가지 가설과 대중의 생명력

 

<오연호리포트> 1, 2에서 문국현을 다뤘을 때가 지난 7월 하순이었다. 그때 나는 문국현과 오래 알고 지내온 사람들을 만나봤다. 대부분의 말이 "컨텐츠는 좋은데 정무적 경험도 없고, 손발도 없고..."라고 했다. 젊은 시민운동가에게 "그럼 당신 같은 사람이 좀 도와주지"했더니 "나야 조언은 해주지만 나서기가..."라고 말끝을 흐렸다.

 

대선판은 답답한데, '참신하게'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뜻밖에 여론조사 전문가 김헌태가 나섰다.

 

냉철한 '과학적' 여론조사를 한 김헌태이지만 그의 피는 뜨거울 수밖에 없다. 85학번인 그가 대학을 다닐 때 그의 아버지는 5공화국의 청와대사정수석비서관(김종건, 75)이었다. 그는 대학 시절을 "아버지와 노선투쟁을 하면서" 보냈다. 적극적 운동권은 아니었지만 야학을 하면서 시대의 아픔에 괴로워한 젊은이였다. 그는 87년 6월항쟁 한 달 전인 5월 "아버지에 의해" 군대에 들어가게 된다. 대중승리의 교과서인 6월항쟁을 체험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 자신의 젊은 시절이, 시대와 정면으로 맞서지 못한 시절이 늘 마음의 빚이었다고 한다. "김근태씨가 고문당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고문을 받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예쁜 여자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오늘 참 날씨가 좋네요였다, 그럴 때 정말 괴로웠다'. 그런데 나는 그런 김근태의 말을 듣고 정말 괴로웠다."

 

그런 빚이 있기 때문에 그는 지금 누구도 나서길 꺼려하는 '판 뒤집기'에 나선 것인가?

 

- 다시 묻겠다. 왜 관전평을 하다가 직접 선수로 뛰어드는 건가? 나서지 않고 뒤에서 도와주는 방법도 있을텐데.

"내 입장에서는 선택지를 만들러 간다. 설문을 만들러 간다, 국민들이 고를 수 있는. 이명박 패러다임이 아닌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전하는 게 내 몫이다. 나는 이번 대선에서 내 가설을 증명해보고 싶다."

 

- 어떤 가설인가?

"첫째, 양보다 질이다. 정치는 영원히 노선과 정책의 싸움이다. 정확한 노선에서 전략이 나오고 승리가 나온다.

 

둘째, 컨텐츠가 세력에 우선한다. 컨텐츠의 완결성이 있으면 승리하기 쉽다.

 

셋째, 패러다임 논쟁이 없으면 이번 대선에서는 한나라당에 진다. 대중은 제대로 된 대안의 선택지를 내놓으면 그것을 선택한다.

 

이런 가설들은 대중의 특성과 연결돼 있다. 대중의 특성을 내 스스로 직접 뛰어들어 증명하고 싶다. 70%가 경부운하를 반대하는데도, 60%가 도곡동 땅은 이명박의 것이라고 믿으면서도 이명박에게 표를 줄 생각을 하는 대중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내보이고 싶다. 그럴 때 대중이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직접 체험하고 싶다."

 

- 일종의 대중에 대한 믿음인데, 김헌태씨가 생각하는 대중은 어떤 대중인가?

 

"내 노선을 말한다면 근본적으로 대중주의다. 그래서 그 대칭점에 있는 엘리트주의에 대해서는 긴장관계에 있다. 대중의 생명력은 엘리트들 위에 있다. 해를 쫓아가는 것이 대중의 생명력이다. 풀은 돌 사이에서도 어떻게든 고개를 내밀고 싹을 틔우지 않는가. 대중은 자기 삶을 긍정적 방면으로 계속 이끌며 권력을 쟁취해왔다."

 

그러니까 이번 대선도 주인공이 대선후보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 유권자들이 대선후보를 선택하면서 일반 대중에 맞는 권력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만24시간 동안 작성된 이 긴 글을 읽어준 독자 여러분, 댓글로 의견을 교환해준 독자여러분이 바로 2007대선의 주인공이다. <오연호리포트>를 처음 연재하며 썼는데, 이건 기자 오연호의 가설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심심한 대선을 용납하지 않는다.'

 

연재 [오연호리포트: 선택 2007대선] 전체기사보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에 참여하고 싶은 독자는 의견을 달아주세요. 반영하겠습니다.


태그:#문국현, #김헌태, #유시민, #김행, #여론조사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2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OhmyNews 대표기자 & 대표이사. 2000년 2월22일 오마이뉴스 창간. 1988년 1월 월간 <말>에서 기자활동 시작. 사단법인 꿈틀리 이사장.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