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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노동자들과 인권단체의 행진 모습.
ⓒ 오마이뉴스 선대식

"더르 파코르 본더 꺼로!"
"스톱 크랙다운(Stop Crackdown)!"
"단속 추방 중단하라!"


찜통 같던 19일 오후 2시 서울역 앞에서는 여러 나라의 언어로 된 함성이 울려 퍼졌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방글라데시, 네팔, 스리랑카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의 외침이었다. 앞의 세 외침은 방글라데시어, 영어, 한국어라는 다른 언어로 울려 퍼졌으나, 담고 있는 내용과 절박함은 다르지 않았다.

이날 열린 '고용허가제 시행 3년 규탄! 단속 추방 중단! 이주노동자 인권과 노동권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에는 이주노동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한국의 노동자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을 뜨거운 거리로 내몬 건 2004년 8월 17일 시행돼 3년을 맞은 고용허가제다. 고용허가제의 주요 내용은 이주노동자의 체류기간을 3년으로 제한하고 4번 이상 직장을 옮길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당시 정부는 ▲송출비리 감소 ▲불법 체류자(미등록 이주노동자) 발생 방지 ▲이주노동자의 권익향상 등이 기대된다고 홍보했다.

실제로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14일 고용허가제 시행 3주년 국제세미나에서 "고용허가제 시행으로 외국인 근로자 권익이 향상되고 채용과정이 투명해졌다"며 고용허가제 3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이날 현장에서 만난 이주노동자의 목소리에선 정부의 주장과는 큰 온도차가 느껴졌다. 이들은 "고용허가제는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는 오후 4시 20분부터 5시 반까지 서울역에서 명동성당으로 행진하는 동안 이주노동자 10여명과 대화를 나눴다.

10명 중 9명이 불법체류자... "한국에 들어오려 1000만원 줬다"

▲ 'No one is illegal'이라는 팻말을 든 임다둘씨와 그의 동료 사민 레자씨.
ⓒ 오마이뉴스 선대식

'노동비자 쟁취'라는 붉은 띠를 두른 임다둘(27)씨가 눈에 띄었다. 손에는 'No one is illegal'(불법인 인간은 아무도 없다)이라는 팻말이 들려있었다.

방글라데시 출신인 임다둘씨는 2007년 3월 한국에 왔다. 임다둘씨는 한국말이 서툴러 동료인 사민 레자(29)씨가 인터뷰를 도왔다. 임다둘씨는 현재 경기도 광주의 한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노동조건에 대해서 묻자 임다둘씨는 "하루에 12시간씩 일해 월 110만원을 받는다"며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임다둘씨에게 "어떻게 한국에 들어왔느냐"고 물었다. 임다둘씨는 3개월 비즈니스 비자를 받고 들어왔다고 답했다. 한마디로 불법이었다. 고용허가제로 송출비리가 근절될 거라는 정부의 말과는 달랐다. 임다둘씨는 손가락 10개를 들어보였다. 그리고 "1000만원을 (브로커에게) 줬다"고 말했다.

임다둘씨의 사례는 고용허가제의 허실을 보여줬다. 이날 많은 이주노동자를 인터뷰한 결과 송출비리 근절뿐만 아니라 불법 체류자 발생 방지, 이주노동자 권익 향상 등 문제도 정부의 기대와는 어긋났다.

이날 만난 10여명의 이주노동자 중에서 합법 체류자는 단 한 사람에 불과했다. 경기도 동두천의 한 가죽공장에서 일하는 있는 네팔 출신의 야덥(40)씨 역시 불법체류자다.

▲ 야덥씨의 모습.
ⓒ 오마이뉴스 선대식

야덥씨는 "네팔에 14살인 아들과 17, 15살인 딸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돈을 벌어야 자식들을 학교를 보낼 수 있다"며 "(불법이더라도) 계속 일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 6일 근무해 야덥씨가 받는 월급은 110만원이다.

어제(18)일 저녁 7시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야간작업을 하고 나왔다는 야덥씨는 매우 피곤해 보였다.

행진 대열 속에서 만난 필리핀 이주노동자 공동체의 준두다이(45)씨. 2002년 8월에 한국에 온 준두다이씨 역시 불법체류자다.

체류기간이 지났지만 비자가 다시 나오리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숨어서 일하고 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갑자기 준두다이씨가 일하는 공장에 들이닥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준두다이씨는 "지난 8일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동료 2명을 잡아갔다"고 말한 뒤 팔로 옆에서 행진하던 동료의 목을 조르고 다른 한 손으로 주먹질하는 시늉을 해보였다.

기자가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이 때리는 모습을 봤느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이며 "무섭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불법체류자(미등록 이주노동자) 집중단속에 나섰다.

"참여정부는 살인적 단속 및 추방하는 인간 사냥 정부"

이주노동자들과 인권단체는 행진 전 성명서를 통해 ▲고용허가제 규탄 ▲단속 추방 중단 ▲이주노동자 합법화를 주장했다.

이들은 "고용허가제가 인권을 신장시키기는커녕 이주노동자의 삶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며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수를 줄이겠다며 10만명을 살인적으로 단속 추방해 '인간 사냥 정부'임을 자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들은 "차별과 억압을 강화하는 단속 추방 정책으로 일관한다면 제 2, 제 3의 여수 참사가 또 다시 발생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단속추방 정책으로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지만 미등록 이주노동자 수는 줄지 않았다"며 "고용허가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에게도 1550만 임금노동자처럼 보편적 인권이 있다"며 "노동3권을 비롯한 차별 없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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