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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13일 밤 11시 25분]

▲ 정부가 13일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한국인들중 여성 2명이 석방된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왼쪽 붉은색 원안이 김지나씨, 가운데가 김경자씨다.

지난달 19일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 피랍사건이 발생한지 26일만에 처음으로 여성 2명이 석방됐다.

조희용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13일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한국인들중 김경자(37)씨와 김지나(32)씨가 이날 풀려나 우리측에 인도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들이 가즈니주에 있는 미군의 지방재건팀 영내에 들어와 있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현재 이들은 안전한 장소에서 우리측 보호 아래 있으며 건강진단 등 필요한 조치를 받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번에 피랍자 중 일부나마 풀려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도 이날 밤 10시 44분 외교부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과 만나 "2명이라도 풀린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정부는 나머지 국민들도 빨리 풀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움직이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김경자∙김지나씨는 탈레반 측이 외신 등을 통해 밝힌 대로 아무 조건 없이 풀려났다고 정부당국자도 확인했다. 정부 당국자는 "석방 조건은 없다"면서 "탈레반 측은 선의로 풀어준다고 했고, 우리에게 어떤 조건을 제시하거나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석방된 두 사람의 건강상태와 관련 "육안으로 확인했을 때 모두 잘 걸을 수 있을 정도로 건강에 큰 무리는 없는 것으로 보이나 정확한 건강상태는 건강검진을 받은 후에나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가즈니주 미군 지방재건팀에서 건강진단을 받은 뒤 바그람에 있는 한국군 동의부대로 이송될 것으로 보인다. 그 곳에서 휴식을 취한 뒤 적절한 절차를 밟아 귀국할 전망이다.

'선의' '인도주의' 용어 등장.. 2명 선 석방은 일단 고무적

현재 생존 피랍자 21명중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여성 2명이 피랍 26일만에 처음으로 풀려남으로써 아프간 한국인 피랍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두 사람의 석방이 나머지 인질 19명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할 순 없지만, 피랍사태 이후 처음으로 '선의' '인도주의' 같은 용어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일단은 고무적이다. 탈레반 대변인을 저차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가 11일 여성인질 2명의 석방 방침을 밝히면서 그런 용어들을 사용했다.

아마디는 '선의'와 '인도주의'를 보여주기 위해 "여성 인질 2명을 아무런 조건 없이 석방하겠다"고 했고, 실제로 탈레반 측이 아무런 조건도 제시하지 않았음을 우리 정부당국자도 확인했다.

탈레반 무장세력이 23명을 납치한 직후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를 차례로 살해했을 때만 해도 '말이 통하지 않는 집단'으로 생각됐으나 조금씩 태도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측과 대면협상이 이뤄진 직후부터 여성 인질 2명의 석방을 약속했고, 다소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 약속이 결국은 지켜졌다는 점에서 '협상을 통한 해결'에 기대를 걸게 한다.

탈레반측 요구조건 변화 여부가 향후 협상의 열쇠

그렇지만 앞으로의 협상 전망이 결코 낙관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여성 2명을 먼저 풀어준 것은 한국 정부와 아프간, 미국 정부를 겨냥한 다목적 압박 카드이며, 고도의 심리전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즉 자신들은 이만큼 양보를 했는데도 아프간 정부가 양보하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국제사회에 심어주려는 의도라는 것이 일부 외신의 분석이다.

결국 앞으로의 협상은 탈레반 측의 요구조건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과 미국 정부가 탈레반 수감자 석방에 대해 강한 거부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탈레반 측이 이를 계속 고집한다면 협상은 진전되기 어렵다.

그러나 일부의 관측처럼 탈레반 측이 수감자 석방 권한이 없는 우리 정부와 대면협상을 원했다는 것 자체가 '몸값 요구' 등으로 조건을 옮겨가는 조짐일 수도 있다. 정부 협상단은 탈레반 측이 우리가 들어줄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인 요구조건으로 바꾸도록 설득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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