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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펄떡이는 길거리 경제학> 겉그림
ⓒ 스마트비즈니스
미국발 증시 악재로 인해 세계 경제가 뒤흔들리고 있다. 도미노 현상에 관한 이야기도 술술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체 감을 잡을 수는 없다. 주가가 일시적으로 동반 하락은 하겠지만 영구적인 폭락사태를 가져올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피부에 와 닿는 현실 지표도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실물경제가 어떤지 잘 알 수 있는 길이 있다. 그것은 노점상의 수나 나 홀로 등산객의 수나 그리고 길거리에 떠돌아다니는 애완견의 수를 헤아리면 알 수 있다. 그들이 길거리에 많이 보이면 경제가 좋지 않다는 흐름이고, 반대로 그들의 수가 현격하게 줄어들면 그야말로 경제가 좋다는 신호다.

이영직의 <펄떡이는 길거리 경제학>은 어려운 경제 이론을 떠나 누구나 쉽고 가벼운 마음으로 실물경제를 읽을 수 있게 해 준다. 이를테면 은행은 왜 좋은 건물의 1층에만 자리를 잡고 있는지, 아파트 가격을 국가가 좌지우지 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퇴근길 오른쪽에 자리 둔 가게가 왜 명당인지를 손쉽게 알 수 있다.

"우리는 매일 걷는 길거리에서도 경제학은 펄떡이며 살아 있다. 이제 어려운 경제학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우리가 흔히 길거리에서 찾을 수 있는 경제학에서부터 눈을 떠보자. 이 책은 경제학에 문외한인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머리말)

아파트 가격을 왜 국가가 잡지 못할까? 그것에 대해 신행정수도 건설과 투자자본이 몰린 곳을 보면 환히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른바 국가로부터 받은 그곳의 보상금들이 대부분 강남의 부동산 투자에 몰렸다는 진단이다. 그것을 볼 때 정부가 아파트 가격을 잡겠다고 아무리 야단법석을 떨더라도 본질적인 대책이 없는 한 모두 미봉책에 그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은행은 목 좋은 건물의 1층만을 고집하는 것일까? 돌이켜 보면 대부분 은행들이 그런 곳에 둥지를 틀고 있는 것 같다. 번화가에다 눈에 잘 띄는 건물의 1층이 모두 은행의 자리다. 이유가 뭘까? 그것은 은행에 돈을 맡기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고객들은 은행만큼은 빚도 채무도 없이 번듯하게 서 있어야 안전하다고 믿고 돈을 맡긴다는 것이다.

또 유명 백화점의 세일에 대해서도 말한다. 외국의 백화점들은 그들의 자본으로 유명 제품을 사서 진열해 놓는 반면에, 우리나라 백화점들은 자릿세를 내주는 격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매장을 업체에 빌려주는 부동산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평소에는 제 값보다 훨씬 비싼 값으로 올려서 팔고, 세일 기간에는 본래의 값을 받고 있단다. 어디 그것이 할인일까?

그리고 시대의 흐름도 읽어 주고 있다. 디지털 방식을 좋아하는 현대판 사람들과는 달리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 서점의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아마존닷컴처럼 인터넷상에서 팔 수 있는 아날로그 품목도 올려놓고 있다. 이른바 고무신, 한지, 벼루, 먹, 물레, 맷돌, 키, 절구 같은 것들이다. 물론 몇 가지 안 되는 아이템이고 잘 맞아떨어질지 모르지만, 아무튼 마케팅은 그 당사자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초콜릿 이야기로 돌아가서, 내가 특정 브랜드의 초콜릿을 망설임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과거의 만족스러웠던 기억과 지금도 그럴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도 확실한 나의 정체성과 지금도 그러하다는 믿음을 사람들에게 줘야 한다."(207쪽)

이는 제품의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제의 브랜드가 사라지고 새로운 브랜드가 뜨기도 한다. 하지만 그 기업과 제품이 사라지지 않는 한 브랜드는 영원히 남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브랜드이든 그것만의 독특한 맛과 가치, 그리고 변하지 않는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세월의 변화 속에서도 사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브랜드뿐만 아니라 사람도 당연할 것이다.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또 연중에도 곧잘 우리나라의 경제지표를 발표하는 연구소들이 있다. 곳곳의 경제 연구소에서 때가 되면 그런 것들을 발표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지표인지는 미지수이다. 눈에 띄게 표가 나는 것은 잠재지표가 아닌 실물지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실물지표와 실질적인 경제에 대해 환히 비춰주는 이 책이야말로 좋은 경제학 지침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이 책을 쭉 읽노라면 어느새 횡재한 느낌마저 들 정도다. 길을 가다보면 가끔 거리에서 횡재한다고 하는데, 유용한 경제 지침과 알찬 정보들을 얻게 해 주는 이 책이 바로 그것이지 않나 싶다.

펄떡이는 길거리 경제학

이영직 지음, 스마트비즈니스(2007)


태그:#이영직, #펄떡이는 길거리 경제학, #실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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