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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동안 궂은 날씨로 태양을 볼 수 없다가 오랜만에 화창한 날씨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기분 전환도 할 겸 책상 한쪽을 장식하고 있는 사진기를 들고 집밖을 나섰다.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한 형제가 야구를 하고 있었고, 그들의 어머니는 나무아래서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책을 읽고 계셨다. 그러던 중, 공놀이를 하고 있던 형이 실수를 해서 야구공이 물웅덩이에 빠지게 되었다.

"아, 형은 그것도 제대로 못해."

동생이 신경질적으로 형에게 말하였다.

ⓒ 이지형
그것을 본 어머니가 두 형제를 불러 앉히고 나지막하게 말하였다.

"얘들아, 엄마가 책을 읽어줄게. 너희들 관용이란 말 들어봤니? 오늘 처음 듣지? 예를 들자면, 피부색이 다르다고 따돌리는 게 아니라 서로 이해하는 거란다. 음, 쉽게 말해서 민석(동생)아 네가 학교에서 친구한테 연필을 빌려주었는데 그 친구가 연필을 실수로 부러트렸어. 그때 민석이 넌 어떻게 할 거니?"

"음…."

그러자 형이 말했다. "에이, 민석아 당연히 용서해 줘야지."

"그래 민석아, 그게 바로 관용이란다. 그런데 지금 네가 형한테 했던 행동은 관용이 아니야. 형이 실수로 공을 잘못 던졌으면 화를 내지 말고 다시 잘 던져 달라고 해야 그게 관용이란다. 이제 알았지?"

"네, 엄마."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이 장면을 목격한 나는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관용, 학교 윤리시간에나 배웠던 전통적인 미덕. 현대 사회에선 찾아보기 힘든 미덕이다. 입시 경쟁에 휘둘려 서로를 믿지 못하는 학교나, 정작 중요한 민심은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서로를 헐뜯기만 하는 정치권이나 모두가 똑같다.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우리는 아주 중요한 것을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태그:#어머니, #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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