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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휴가 첫 날!
'디 워'를 보여달라는 아이들의 성화를 뿌리치고 '화려한 휴가'를 선택한 이유가 내게는 분명히 있었다. 이미 30여 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그 처연히 붉은 색깔이 바래고는 있으나 80년 혁명 광주는 언제고 옷깃을 여미게 하는 성스러운 곳이었다. 영화로 과연 그것을 얼마나 그려낼 수 있을까? 궁금하면서도 기대는 없었다. '태백산맥'이나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면서 다져왔던 내공탓이라고나 할까.

아침을 먹으며 영화에 대한 대강의 상황들을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꼭 알아 달라는 것 보다는 곧 보게될 장면들에 대한 예습이었다.

보고난 후의 느낌으로 세간의 일관된 극찬과는 다르게, 또 숨죽이며 훌쩍이는 관객들의 반응과도 다르게 영화 '화려한 휴가'는 낙제를 면치 못한다.

감독의 연출력이나 배우들의 연기력, 시나리오까지도 일단 논외로 친다 하더라도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흐르는 광주에 대한 기본적 시각은 '왜곡'에 다름아니다.

직접 그곳에 있지 않아 80년 5월 도청앞의 분위기가 어떠했을 지 나 역시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여러 정황들을 종합해 볼 때 적어도 영화가 보여주는 것 처럼 희극적이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시위를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지금도 전경들을 앞에 두고 '농담 따먹기'를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경력이 붙어야 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그러나 그 때 그곳은 백색 하이바와 청카바를 입은 백골단도 아니고 못 박힌 박달나무 곤봉으로 무지막지한 폭행을 일삼으며 착검한 소총까지 휴대한 최정예 공수특전단 앞이었다. 얼마나 긴박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는지 한 번이라도 광주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면 그리 표현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광주사람들은 그렇게 목숨을 건 비장함으로 광주를 지키려 했던 것이다.

한 장면 한 장면을 당시처럼 잘 그려내고 정확하게 표현한다고 해서 잘된 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 전달하려고 하는 한 가지 주제를 집요하고도 일관되게 주장할 수 있어야 좋은 영화이다. 짧은 시간안에 여러 내용들을 집어 넣으려니 무리가 따를 수도 있었겠으나 그 역시 난삽함으로 비춰질 뿐이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영화의 ABC를 너무도 충실히 따른 탓에 B급이었다면 '화려한 휴가'는 그마저도 덜된 탓에 '낙제'이다.

'비장함'을 '희화화'하려면 그만큼의 아픔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태그:#화령한 휴가, #낙제, #희화화,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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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분야는 역사분야, 여행관련, 시사분야 등입니다. 참고로 저의 홈페이지를 소개합니다. http://www.refdo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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