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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2007 대선, '아름다운 선택'으로의 초대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대선은 나라의 운명뿐 아니라 개인의 운명도 바꿔놓는다. 2007 대선 공간에서도 선택의 기로에 선 사람들이 있다. 대권주자에서 평범한 유권자에 이르기까지. 그들과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련다. 때론 세상이 '실패한 선택'으로 규정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곳 어느 한 켠에 있을 아름다운 도전, 아름다운 고뇌를 찾아내보련다. 그 과정에서 2007 대선의 시대정신을 추려담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이 글은 그 세번째다. <편집자주>
▲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그와 최근 3일간 여행을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기자와 취재원으로 십수년을 함께 했지만 이번처럼 많은 시간을 가진 적은 없었다. 우리 나이로 마흔둘. 김기식은 나보다 두 살 아래다. 하지만 나는 늘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세상을 분석해내는 눈이 탁월하다.

무엇보다 그의 매력은 '역사에 대한 낙관'이다. 80년대 중반 학생운동을 하다가 2차례에 걸쳐 감옥살이를 한 그는 1994년 참여연대에 창립멤버로 들어간 이후 13년간 시민운동의 최일선에서 뛰었다. 대한민국 시민운동 전성기에 박원순과 함께 그가 한가운데 있었다.

그래서일까? 승리의 경험을 축적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시민에 대한 믿음 속에서 나올 수 있는 낙관이 그에게 늘 있다. 때문에 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외롭지 않다. 개인 김기식이 아니라 승리하는 역사와 대화하는 느낌을 갖기에.

3일간의 동행... 희망과 감동을 찾아서

우리가 환경재단이 주최하는 '피스&그린 보트'에 동승했을 때는 7월 중순이었다. 한편으로는 일부 시민사회진영 인사들이 대통합 신당에 참여하면서 논란이 일었고, 또 한편에서는 범여권의 386정치인들이 손학규를 지지하는 흐름이 형성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었다.

386, 시민사회진영. 이 두 단어는 김기식과 떼어낼 수 없다. 그런데 그 단어를 둘러싼 논쟁이 한창일 때 그는 보름 일정의 '피스&그린 보트'에 참여한 것이다. 너무도 한가하게!

하지만 일본 동쪽 해상을 항해하는 배 속에서도 그는 자유롭지 못했다. 매일 대선정국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때론 열명이 넘게 긴 테이블에 둘러앉아, 때론 서넛이 맥주잔을 기울이면서, 때론 나와 단 둘이서.

우린 감동을 이야기했다. 신명을 이야기했다. 우리 세대를 이야기했다. 무엇이 주눅들어보이는 대한민국의 3040세대의 가슴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격정적인 목소리로 대통합 신당에 합류한 시민사회진영 선배들과 손학규를 지지하려는 386정치인들을 비판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한나라당 집권을 못 봐주겠다는 국민들이 오죽 답답했으면 잡탕(신당)이라도 주문해 먹겠다고 그러겠나? 그럼 당신이 나서지, 박근혜(이명박)-김기식 대결구도는 왜 안 되는데?"

답은 이랬다. "나는 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 시민운동을 계속 하겠다." 그러나 어찌 김기식이 정치를 회피할 수 있을까? 2000년 총선때 낙선운동을 한 것부터가 이미 정치적 행위였는데.

그 회피할 수 없는 것의 무게 때문이었을까? 현실의 답답함 때문이었을까? 이번 여행에서 나는 그의 어깨가 평소보다 조금은 처져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일본 홋가이도의 소도시 쿠시로 해변가의 푸른 잔디밭을 걸을 때 그에게 '모델'이 되어줄 것을 부탁했다.

그를 담아 한 컷의 사진을 찍고 싶었다. 배경이 우리시대를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저편에서는 쉼없이 거친 파도가 쳐들어왔다. 그러나 우리가 딛고 선 곳은 언제나 다시 일어서는 풀, 그 생명의 밭이었다. 우린 푸른 하늘을 응시했다. 거기에서 우리는 자연으로나마 감동과 희망을 보았다.

▲ 몰려오는 거친 파도, 그러나 딛고선 것은 언제나 일어서는 풀. 그걸 배경으로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을 담았다.
ⓒ 오마이뉴스 오연호
그 동행으로부터 보름 후, 어제(6일) 다시 그를 서울에서 만났다. 그리고 다시 한번 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여전히 격정적이었다. 이번 대선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20년을 걱정하고 있었다. 아까웠다. 386, 시민사회진영의 교집합을 대표하는 한 사람인 김기식의 생각을 같은 세대의 <오마이뉴스> 독자에게도 공개하고 싶어졌다.

여기 옮긴 것은 여행과 그 후의 만남에서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그의 속마음을 고스란히 전하기 위해 기자의 개입을 없앴다. 문단 앞에 가끔 나오는 색깔이 다른 글자만 기자의 질문으로 이해하면 된다.

"수도권 30·40대에 감동 못주면 대선 필패"

올해 대선의 핵심 포인트는 수도권 30·40대의 가슴에 누가 불을 붙일 것인가에 있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수도권 30·40대가 왜 중요할까? 물론 표의 개념도 있지만 한국사회의 미래지향적 시대정신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다른 표들은 거의 다 기존의 짜여진 틀을 확인하는 것이다. 호남, 영남 등 미래지향적 비전을 가질 수 있는, 시대정신에 그나마 몸과 마음이 움직이는 세력이 수도권 이른바 386세대다. 그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지 못하면 과거의 틀에 얽매인 투표를 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수도권의 '일하는 386'은 주눅들어 있었다. ①지지를 했던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실망 ②386 등 이른바 개혁세력을 표방했던 정치집단이 이 정권이 이렇게 될 때까지 뭐했느냐는 실망감이 있는 것이다.

지금 그들이 대통합 신당의 실무적인 판짜기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6월항쟁 20주년인데 그 항쟁의 주역들이 왜 그리 할말이 없느냐. 20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주역들이 그 동시대 사람들에게 이 시대에 대한 메시지를 전혀 주지 못하고 있다.

386의원의 역할이 대통합을 위한 거간꾼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락했다. 지금이라도 그들이 통합의 거군꾼 역할에 머무르지 말고 386 스스로가 미래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독자적인 당을 만들 수 없다면 신당 안에서 독자적인 개혁블록을 만들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일하는 386'인 30대, 40대는 앞으로 20여년간 대한민국의 중심세대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386정치인이 그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면, 그들을 감동시키지 못하면 향후 386 정치인들 그들의 정치적 미래는 어둡다.

그렇다면 왜 여권의 386정치인들이 3040세대의 가슴에 감동을 불러일으키지 못할까? 여권의 386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다음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①배지를 다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내내 여당의원이었고 그것이 체질화되었다 ②과거의 연고와 기성의 정치 실세에 기대어 정치를 시작했다 ③학생회장 이후 정치입문까지 어느 분야 등 새롭게 뭔가를 만들어 내거나 스스로 역량을 축적한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 사회적 자기근거가 없다. 그러다보니 권력을 놓치고 배지 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그래서 권력과 배지에 대한 집착이 기존의 일반적인 정치인과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정치행태도 그들과 비슷해지지 않았을까?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20대에 운동권이었던 손학규 지지? 운동권이 해병전우회냐"

최근 이들이 손학규를 지지하려고 한다고 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왜 그런 선택을 하려 할까? 자기들이 변했거든. 손학규 지지에는 자신의 정치적 변신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려는 심리가 있다. 근데 문제는 '나 이렇게 변했어' 하고 말면 되는데 시대정신이 어쩌고, 6월항쟁 계승이 어쩌고 이런 것을 앞세운다.

손학규를 용서하자는데…, 그들이 면죄해주면 우리 국민들이 면죄해줄 것으로 보느냐. 국민을 그렇게 만만히 보느냐.

이상하다, 운동권 연고주의라 할까? 운동권이 해병전우회냐. 한번 운동권이면 영원한 운동권이냐. 손학규가 20대에 운동한 것을 가지고, 그후 30년동안 그가 어떻게 살아왔느냐는 문제삼지 않고 정서적 동질성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게 '우리가 남이가'식의 지역패거리주의와 뭐가 다른가.

그런데 그런 식으로 보면 이명박은 고대 학생회장이었다. 운동권이었다는 정치인들이 한나라당에 한둘인가? 이재오·김문수까지 많이 있다. 박형준이 보통 운동권이었나? 손학규의 한나라당에서의 삶 14년이 면죄될 수 있다면 이명박을 반대할 이유가 뭐 있나? 한나라당이 보낸 '트로이의 목마'일지라도 권력만 잡으면 된다? 그러면 YS의 3당합당은 왜 비판했나?

한 사람을 정치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①어떻게 살아왔나 ②그가 갖고 있는 정치적 입장과 정책을 봐야 한다. 그 두 가지에서 정체성을 확인하고 진정성을 느껴야 한다. 그런데 386정치인들이 그동안 말해온 21세기의 시대정신과 6월항쟁 계승과 손학규의 정책과 노선이 일치하는가?

손학규의 노선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 등 한나라당의 노선과 별로 다르지 않은데 무슨 동질성이 있나. 지난 14년간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 했는데, 삶의 과정으로 보나 노선으로 보나 어떤 진정성과 비전이 있기에 그를 지지한다는 것인가?

누구 맘대로? 386국회원들이, 자기들이 개인역량으로 국회의원 됐나? 같은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투쟁의 결과로서, 그들을 대표해서 국회의원이 됐다. 스스로 386정신을 앞세워서 정치인이 됐는데 지금 와서 그 세대들의 동의도 얻지 않고 손학규 지지라는 '개인적 선택'을 한다면 그것은 동시대인들에 대한 모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범여권의 386정치인들이 같은 세대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배지를 떼는 희생을 감수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럴 때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그럴 때 1보 후퇴 후 2보 전진이 가능하다. 배지를 잃으면서 지역감정이라는 벽에 도전한 노무현이 그걸 보여주지 않았나.

386정치인들이 큰 정치를 하려면 같은 세대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원칙을 지키고 희생을 감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 그래야 큰 정치적 변화에 기여한다. 지금처럼 하면 본인도 죽고 큰 정치적 변화에 아무런 기여도 못한다. 감동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개혁세력이 수도권 30·40대 화이트칼라에게 감동을 못주면 무조건 한나라당이 이긴다.

"배지 버리는 자기희생 있어야 감동 줄 수 있어"

▲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가 무산된 2004년 12월 31일 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당시엔 참여연대 사무처장) 그는 국가보안법 폐지 무산과 관련해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탄핵이라도 하고싶다"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렇다면 현 정치적 구도에서는 어떻게 해야 수도권의 30,40대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이미 쉽지 않다. 너무 훼손돼 있어서. 우선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의식을 확실하게 보여야 한다. 참여정부가 우왕좌왕해서 전통적 지지세력을 실망시킨 책임이 왜 노무현 대통령과 친노 직계에게만 있나?

그게 말이 되나, 그들만 몰아 붙이는 게. 그들에게만 다 책임을 지우고 우리끼리 잘 해보겠다는 그런 자세부터가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 뭘 잘못했다는 것을 다 보여주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대통합 신당 만들고 한나라당과 양자대결구도를 만들어 놓으면 다 된다? 거기에는 그 표가 어디로 가겠어하는 오만함이 있다. 감동이 없고, 비전도 없다. 오직 정치공학적인 계산만 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우선 반성을 확실히 해야 한다. 노무현 정권 하에서 진보개혁세력이 결과적으로 왜곡된 이미지를 형성하게 한 것에 대해 집권세력 정치인으로서 반성해야 한다. 그 기반 위에서 확고한 '개혁블록'을 만들어야 한다. 개혁적 노선과 비전을 제시하면서 미래로 다시한번 가보자고 진정성 있게 호소해야 한다.

386정치인들이 영남표를 가져오겠나, 호남표를 가져오겠나. 같은 세대의 표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 세대를 감동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무엇으로? 정책과 노선을 포기하는 순간 그들에게 큰 정치의 미래는 없다. 그러면 배지만 달았을뿐 '원 오브 뎀(one of them)'이 된다.

나도 그들에게 애정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앞으로 대한민국의 20년을 지금의 30·40대가 끌고갈 텐데, 왜 그 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장기적으로 미래를 보면서 역사적 안목을 갖고 하지 못하는지 안타깝다. 소탐대실이다. 이러고 나서 대선에서 지면 총선에서 한나라당 1당독재는 안된다고 표 구걸할건가? 뭘 하겠다는 비전도 없이?

"중도? 국민 모두를 만족시키는 시대는 지났다"

진보개혁불록을 만든다? 민노당이 있지 않는가? 우리나라 정치지형은 현재 민노당과 수구보수를 빼면 전부가 중도에 몰려있다. 비민노당 비중도 개혁적 진보라는 비어있는 공간이 있다. 민노당을 제외한 정치권이 노무현을 비판하면서 다 중도로 갔는데, 그러나 그 중도라는 지점은 이미 이명박이 선점하고 있다. 이명박의 정치적 실체가 어떠하건가에.

중도개혁 가지고는 안된다. 여론조사하면 이명박도 개혁적이라고 나오는데 그 착시자들을 가져와야 한다. 이 지점에 대선뿐 아니라 시대적 정신이 있다. 그것을 해내면 기본적으로 20~30%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을 기반으로 해서 중도를 견인해야 한다.

노무현도 386정치인들도 다 '캐치 올(catch all)' 전략에 빠져있다. 모든 국민으로부터 지지받는다는 것은 우리시대의 화두에 맞지 않다. 그래서 중도 통합노선으로 간다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 노무현의 당선으로 반부패·반지역주의 화두는 끝났다. 당선되는 순간 사회경제적 비전과 한반도 비전으로 큰 이슈가 이동했다.

내가 6월항쟁 20주년 기념 토론에서도 말했는데, 90년대 시민운동의 허상은 '모든 시민으로부터 지지를 받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국가-시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사회내부의 균열, 계층갈등이다. 부동산 문제에서 어떻게 강남북 모든 시민에게 지지를 받겠나. 거기에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중도통합론이나 국가-시민 이분법론은 그래서 안된다.

정치는 통합을 위해 있긴 하지만, 균열의 기반 위에서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고, 그러나 배제가 아니라, 균열된 다른 측을 통합해내는 것이다. 즉 자신의 가치를 분명히 하면서 다른 계층을 끌어안는 것이 정치다. 그래서 386이 중도통합론을 이야기하는 것은 웃긴다. 한국사회는 이미 계급계층적으로 균열해있다. 그것을 어떻게 수렴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뭐일까? 내가 말하기엔 너무 거창한 이야기다. IMF시대 이후 10년간 우리사회의 모습을 보면서 무엇을 극복해야 하는지를 보면 나오지 않을까? 신자유주의에 의한 양극화 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개발성장주의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지로 모아진다. 양극화를 해소하는 사회통합,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분단체제의 발전적 극복, 한미동맹 50년체제의 발전적 극복에 대한 새로운 단계의 비전이 필요하다. 그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지 못하면 국민들은 허전해한다. 그 결과는 기존의 익숙한 것으로의 후퇴다. 그래서 이명박의 성장주의 신화에 다시 경도되는 현상이 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도권 30·40대가 제대로 된 비전과 정치인이 있다면 다시 흥을 낼 수 있다고 보는가? 있다. 분명히 있다. 영화 <화려한 휴가>가 왜 대박이 나고 있나. 우리 사회의 민주·개혁·진보에 대한 사회적·대중적지지 흐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하고 있는 핵심적 힘이다.

지난 20년의 민주화를,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라. 물론 절대적 기준에서는 한계도 있고 오류도 있었고, 우리의 성에 차지는 않는다. 그러나 큰 역사에서 보면 우리만큼 승리한 역사를 가진 나라가 없다. 식민통치, 군사독재 경험한 제3세계 나라 가운데 우리만큼 이렇게 경제성장하고 민주화가 성취된 나라가 어디 있나? 그 저력은 어디에서 왔나? 그것은 특정 정치집단이나 운동권에서 나온 것 아니다. 우리 국민의 저력이다.

우리 국민은 기본적으로 민주적 역량이 대단하다. 김재규가 박정희에게 총을 겨눌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들어간 국민들이다. 80년 전두환의 민주주의 압살을 단 7년만에 바로잡은 국민이다. 그 후 단 한번의 군사쿠테타 시도도 허용하지 않은 국민이다.

"저력있는 우리국민, 가치있는 리더십에 언제나 호응"

그러니까 국민은 준비돼 있는데, 정치인들이 준비돼 있지 않다는 말인가? 감동의 포인트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포인트는 가치있는 리더십이다. 우리 국민은 언제나 화답했다. 국민의 저력을 믿고 원칙과 소신을 갖고 호소할 때, 국민이 화답을 안해준 적이 있나? 늘 언제나 해줬다. 4·19, 부마항쟁, 광주항쟁, 6월항쟁, 가까이는 2004년 대통령 탄핵 때. 국민은 언제나 가치가 있으면 그것이 정의의 편이라면 언제나 나섰다.

386정치인은 당장 눈앞의 배지와 권력에 눈이 멀지 않아야 한다. 그들을 지지해준 사람들에게 정책과 노선을 가지고 진정으로 호소해야 한다. 그러면 장기적으로 본인과 한국사회에 미래가 있다. 단기적으로도 그 노선이 옳다.

양자대결구도만 되면 알아서 찍어줄 거라는 것은 오만한 발상이다. 적극적으로 투표할 동기를 부여하지 못한다. 양자대결구도는 정치공학적인 하나의 구도이지, 그게 되면 '자동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손학규가 붙을 때 무슨 기준으로 적극적으로 손학규 선택을 호소하나? 누가 되나 다 똑같은데.

손학규가 범여권의 후보가 되면 한 세대의 정당정치를 후퇴시킬 것이다. 정당이 무슨 필요가 있나? 희대의 코미디다. 정당은 필요에 따라 만들고 그때 그때 선거 때마다 이합집산하면 된다. 손학규가 후보가 되면 정당정치는 대한민국에서 한 세대동안 실종될 것이다.

올바른 정치인은 자신의 삶의 과정과, 자신을 지지하는 집단과, 자신이 만들어낸 정책이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은 정치의 영역이든, 시민운동의 영역이든 똑같은 것이다. 그게 아니면 다 장사꾼이다.

여기까지가 김기식과의 대화다. 오늘(7일) 나는 손학규 캠프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한 386정치인을 만난다. 물론 그에게 김기식의 충고부터 전해야겠다. 그의 예상되는 반론은?

3주전에 만나본 대로라면 그는 손학규에 대해 '함께 할 수 있겠다'는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말많은 대통합 신당의 당위성과 의미에 대해 '한나라당 3연패의 역사적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말했다. 아무리 잡탕이라는 말을 들을지라도, 그것이 국민들의 속을 풀어줄 수 있다면 정성들여 그 잡탕찌개를 만들어내겠다는 것.

이 386정치인의 선택 이야기는 내일 <오연호 리포트 - 선택2007대선④>에서 전해드릴 예정이다. 독자 여러분은 이 두 386 가운데 누구의 선택을 지지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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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대표기자 & 대표이사. 2000년 2월22일 오마이뉴스 창간. 1988년 1월 월간 <말>에서 기자활동 시작. 사단법인 꿈틀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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