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고 했다. 전승 우승의 꿈이 좌절된 것은 아쉽지만, 4강 이후를 위한 보약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좋은 경험이었다.

일본 도쿠시마에서 열리고 있는 제 24회 FIBA 아시아선수권 대회에 출전중인 한국남자농구 대표팀은 2일 결선리그(8강) F조 최종전에서 복병 카자흐스탄에게 75-73으로 분패했다. 이로서 한국은 카자흐스탄과 같은 2승1패를 기록했으나 승자승에서 밀려 조 2위로 4강행은 일단 확정지었다.

전날 요르단이 일본에게 68-71로 덜미를 잡히며 나란히 1승 2패로 4강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이날 요르단이 설사 승리했다 할지라도 세 팀이 2승1패로 맞물려 승자승이 아닌 세 팀간 골득실을 따져야하는 상황이었던 만큼, +3이었던 한국(요르단 +5점차 승, 카자흐 -2점차 패배)이 -7점의 카자흐스탄(한국 +2점차 승, 요르단 -9점차 패배)보다는 앞서기에 최소한 2위는 확정할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한국으로서는 국제대회에서 결코 쉬운 팀은 없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경기였다. 전날 일본전 완승의 상승세가 무색하게, 이날 보여준 대표팀의 경기력은 이번 대회 들어서 가장 저조했다. 하승진을 비롯하여 선수들의 전반적인 몸놀림이 무거웠고, 고질적인 외곽슛 부진이 계속되며 내내 카자흐스탄에 끌려다니는 경기를 펼쳤다.

국제대회에서 항상 한국의 벽을 넘지못했던 카자흐스탄이었지만, 최근의 급성장을 반영하듯 결코 만만치않은 실력을 보여줬다. 장신임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운 슛터치를 지닌 선수들이 많은 카자흐스탄은 2쿼터에만 무려 5개의 외곽포를 집중시키며 한국의 2-3지역방어를 무력화시켰다.

한국은 4쿼터에 김주성-김동우의 잇단 3점 플레이가 더해지며 한때 60-63으로 경기를 뒤집기도 했으나 종료 5분여를 남겨놓고 포인트가드 김승현이 5반칙 퇴장당했고, 믿었던 하승진이 불과 6점에 묶이며 흐름을 빼앗지 못했다. 전면강압수비로 승부수를 띄운 한국은 종료 16초전 김민수의 레이업슛으로 73-71까지 추격했으나 파울작전에서 카자흐스탄의 자유투가 모두 림을 가르며 2점차 패배를 받아들여야했다.

이날 한국이 남긴 숙제는 하승진이 봉쇄당할 경우 공격의 해법은 어떻게 풀어야할 것인가와 김승현이 코트에 없을 경우의 가드진의 경기운영 에 있다. 이날 카자흐스탄은 하승진을 봉쇄하는 방법을 철저히 연구하고 나온 듯, 파울 남발을 감수하면서도 장신 빅맨들의 로테이션을 통한 강력한 존 디펜스로 하승진이 로포스트에 쉽게 돌아서지못하도록 압박했다. 4강에서 한국을 상대할 중동팀들 역시 이런 수비패턴으로 나올 것이 예상되므로 대비가 필요한 부분이다.

하승진이 저지당하자 대신 김주성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여 이번 대회 한국의 한 경기 개인최다인 30득점을 올렸으나 받쳐주는 선수가 부족했다. 김동우는 18점을 올렸지만 외곽슛(3/11)이 여전히 저조했던데다 4쿼터 승부처에서 무성의한 3점슛 난사로 공격기회를 헌납하며 동료들의 기운을 빠지게 만들었다.

한국은 6분전 김승현이 5반칙 퇴장당하면서 볼 로테이션에 문제를 드러냈다. 최부영 감독은 돌파와 속공전개능력이 좋은 양동근을 원 가드로 투입했으나, 볼 배급과 경기템포조절에 있어서는 김승현의 공백이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골밑의 하승진에 볼이 제대로 배급되지못하며 위력이 반감되자, 최부영 감독은 다시 기동력을 살리기 위하여 김민수를 투입했으나 이것또한 전술적인 실패로 돌아갔다. 최근 행정처리가 늦어지며 초반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며 실전감각이 떨어진 김민수는 종료직전 결정적인 이지슛 찬스와 자유투를 모두 놓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은 하루 휴식후 4일 E조 1위인 레바논과 4강전을 치르게 된다. 2군을 내보낸 중국을 제외하고 이번 대회 참가팀 중 최강으로 꼽히는 '중동의 맹주' 레바논과의 맞대결은, 한국의 우승전선에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주일간 풀 레이스를 치르느라 지친 주전 선수들의 체력회복과 센터진의 파울관리, 하승진을 활용한 공격패턴의 보강 등이 절실한 과제로 요구된다.
2007-08-03 11:24 ⓒ 2007 OhmyNews
아시아선수원 한국농구 카자흐 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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