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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을 납치한 탈레반이 적대관계에 있는 아프간 정부와 석방 교섭을 하면 탈레반이 인질을 풀어줄까? 정부가 협상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 속담에 ‘자다 남의 다리 긁는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인질을 놓고 해결하겠다는 정부나 ‘국익을 위해서 그렇게 파병해야한다고 거품을 물던 수구언론이나 악의 세력을 축출을 위해 파병을 요구하던 미국도 인질을 실려야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 인질의 무사귀한과 철군을 주장하는 시민단체
ⓒ 오마이뉴스

탈레반의 입장에서 보면 아프간 정부는 미국의 앞잡이요, 타도의 대상이다. 정부가 그런 아프간에 가서 ‘인질 석방을 위해 협조해 주시오’라고 하면 인질들이 풀려날 수 있을까?

아마 정부는 탈레반이 요구한 ‘인질 맞교환’을 해 주기를 바라고 아프간 정부 요인과 만나는 모양이지만 그건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실제로 아프간 정부가 인질을 잡고 있기는 하지만 아프간은 미국의 작전권 아래에 있다. 인질석방을 위해서는 친미정권이요, 힘도 없는 아프간이 아니라 미국에 협상단을 보내는 게 옳지 않을까?

인질을 보는 미국의 태도는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보도를 보면 미국은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인질구출작전‘을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인질들은 이미 두 사람을 살해했고 8월 1일 오후 4시 30분까지 아홉 차례나 시한을 연장해 놓고 있는 상태다. 이번이 마지막 시한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탈레반과 협상은 없다!’는 말을 하면서 인질구출작전 운운 하는 것은 한국의 인질이란 우리와 상관없다는 뜻으로 들린다.

정부의 구출작전은 날이 갈수록 실망을 더해주고 있다. 대책 없는 대책회의나 열고 피 말리는 가족 앞에 내놓는다는 성명서라고는 겨우 ‘인륜을 무시한 흉악한 범죄를 좌시하지 않겠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인질구출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언론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인류평화를 위해서... 6·25사변의 은혜를 갚기 위해서 파병해야 한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주장하더니 그 ‘인류평화’의 인류는 우리국민이 아니라는 말인가? 인질들이 하나 둘 희생되고 있는데 대안은 없고 죽은 이의 경력이나 인간됨됨이를 외고 있으면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가?

‘가지 말라는데 왜 가서 남의 속을 섞이느냐? 당신네들 전능하신 신은 이럴 때는 왜 그렇게 무능하냐?.’ 이런 류의 책임이나 비아냥거림은 살려놓고 해도 늦지 않다. 정부 발표처럼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고 있다’고 레코드판 같은 소리가 아니라 이번 인질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해결의 열쇠는 누가 쥐고 있는지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해 살릴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탈레반은 누군가? 이슬람교의 근본주의자 탈레반은 어떤 사람들일까? ‘구도자’라는 뜻을 가진 이슬람근본주의자인 탈레반은 이슬람공화국건설을 위해 지난 19994년 펜 대신 총을 든 근본주의 학생 2만5천명으로 출발해 군벌 세력에 대항하면서 꾸준하게 영향력을 확장시켜왔다. 이러한 이들의 노력은 지난 1996년 아프간의 실질적인 통치세력으로 발돋움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탈레반은 집권 후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앞세운 공포정치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오다 9·11테러의 주범으로 지목된 오사마 빈라덴과 알 카에다를 숨겨두고 있다는 미국의 침공으로 실권당하고 친미정권이 세워지게 된 것이다.

현재 아프간에서는 국제안보지원군 37개국 3만9천명과의 전투에서 민간인 1천여명을 포함해 총 4천여명이 사망하면서까지 저항해 오다 이번 인질사건을 저지른 것이다.

탈레반은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와 서로 미워해야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미군이 아프간을 침공을 시작하면서 우리나라가 군대를 보내면서 탈레반과는 적대관계가 됐다. 탈레반의 입장에서는 아프간 정부나 미국이나 한국이 다 같은 적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적국의 기독교인들이 이슬람교가 아닌 기독교를 자국의 국민들에게 믿게 선교하러 왔으니 군대보다 더 미운 행위로 보일 수밖에 없다.

지금 인질을 살리는 길은 단 하나뿐이다. 처음 탈레반이 인질을 잡아놓고 ‘아프간에서 한국군이 철수’를 주장했다. 본래부터 탈레반은 흉악한 범죄집단이어서가 아니라 아프간은 외세의 간섭 없이 아프간의 자주적인 국가를 세우겠다고 싸우고 있는 것이다. 길은 하나뿐이다. 아프간에서 한국군을 철수하는 길. 그게 인질을 구출하는 확실한 길이다.

물론 파병당시의 약속이 아직 5개월이나 남아 있지만 자주국가로서 우리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 결단을 못 내릴 이유가 없다. 혹자는 말한다. 인질 때문에 굴복해 작전을 그르치는 것은 나쁜 선례를 만든다고....

그러나 그건 핑계다. 인질문제가 전쟁에 걸림돌이 되면 인질이 생기지 않도록 하면 될 것이고 그 후의 작전은 작전계획대로 하면 안 될게 없다. 김선일씨 한 사람의 죽음만으로도 정부의 무능이 충분히 입증됐다.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는 인질을 지켜주지 못하고 어떻게 주권 국가의 체면을 지킬 것인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BS 유 포트와 김용택과 함께하는 참교육이야기(http://chamstory.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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