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아시안컵 직후 베어벡 감독이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한국 축구계가 술렁이고 있다.

아시안컵을 마치고 돌아온 선수들은 입국장에서 하나같이 감독의 사퇴에 반대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베어벡 감독이 사퇴의사를 분명히 밝히면서 선수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대표팀은 새로운 감독을 물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우선 당장 급한 불은 올림픽대표팀의 사령탑 자리. 올림픽대표팀은 오는 8월 22일부터 '2008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최종 예선을 치러야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새로운 감독을 물색할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올림픽대표팀 만큼은 홍명보 코치에게 맡겨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실제로 홍 코치는 임시직이긴 했지만 지난 해 11월 14일 창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일 올림픽 대표팀 평가전에서 사령탑을 맡아 일본에 1-1로 비긴 경험이 있다.

비록 승부를 가리지는 못했지만 당시 올림픽대표팀은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여 축구팬들로부터 비교적 후한 점수를 받았다. 당시 베어벡 감독은 아시안컵 이란과의 예선으로 공석인 상태였다.

'양날의 칼' 홍명보 카드

▲ 홍명보 코치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러나 베어백 감독의 조기 사퇴로 인해 수면으로 떠오른 '홍명보 카드'는 축구협회에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만약 일부 언론 보도의 예측처럼 홍명보 코치가 올림대표팀의 감독직을 맡는다면 여론도 그다지 부정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홍명보 카드가 너무 일찍 쓰일 경우, 그것이 성공이라면 좋겠지만 만에 하나 성적이라도 저조한 날에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미완의 지도자' 하나를 조기에 잃을 수 있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축구팬들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시즌이면 주말마다 케이블TV로 수준 높은 경기를 시청한다. 축구를 보는 눈높이가 상당히 높아지고 까다로워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그가 올림픽대표팀의 감독이 된다면 부담이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아직은 아껴야 할 '패'를 너무 일찍 꺼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딜레마에 빠진 축구협회, '진퇴양난'

축구협회가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해 최종적으로 홍명보 카드를 꺼내더라도, 그 패가 지닌 의미나 위험성은 충분히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2006년 당시, 지도자로서의 경험이 부족했던 홍명보 선수가 코치로 임명된 것이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서였다는 점에 동의한다면, 그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좀더 다듬어야 할 패일 수 있다는 점도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축구협회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닐듯 보인다. 베어벡 감독을 올림픽 최종 예선전까지만이라도 잡아두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겠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한국을 떠난 듯 보인다. 그렇다고 감독 선임 문제를 지지부진 끌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문자 그대로 진퇴양난의 상황인 셈.

어쨌든, 올림픽 최종예선을 코앞에 두고 '감독사퇴'라는 복병을 만난 축구협회가 어떤 묘안으로, 감독 공백 문제를 풀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2007-07-31 08:22 ⓒ 2007 OhmyNews
베어벡 홍명보 올림픽 최종예선 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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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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