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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콕 국제공항의 환승로
ⓒ 김준희

새벽 1시, 방콕 공항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출발 전의 비행기 안에서는 알 수 없는 가사의 우울한 음악이 흐르고 있다. 덩달아 내 기분도 착 가라앉아 있다. 좌석 앞쪽의 커다란 화면에 '3890miles'라는 글씨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3890마일을 ㎞로 환산하면 대략 6300 km이다. 이 거리는 방콕에서 마다가스카르의 수도인 안타나나리보까지의 거리다. 아니 이 비행기는 중간에 레위니옹 섬을 경유한다. 그러니까 어쩌면 방콕에서 레위니옹까지의 거리인지도 모른다.

마다가스카르로 가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프랑스 또는 이탈리아로 가서 그곳에서 직항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아니면 남아공에서 직항을 이용하거나 지금 나처럼 방콕에서 직항을 타고 가는 길도 있다. 대부분의 유럽 여행자들은 프랑스 또는 이탈리아의 직항을 이용한다. 그리고 아시아의 여행객들은 아마 방콕에서 환승하는 방법을 택할 것이다.

마다가스카르로 가는 방법이 여러가지인 이유는, 그곳이 그만큼 멀고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방콕까지는 3600㎞, 그러니까 서울에서 마다가스카르까지는 대략 10000㎞ 정도의 거리다. 방콕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인도양을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가로질러 내려가서 마다가스카르에 도착할것이다.

게다가 인천-방콕행 비행기는 도중에 타이페이를 경유한다. 그리고 방콕-안타나나리보행 비행기는 중간에 레위니옹섬에 들른다. 그 시간까지 모두 합하면 서울을 떠나서 안타나나리보에 도착할 때까지 대략 20시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 비행기 안에서 먹고 자고를 4번 정도 반복하고 나면 마다가스카르에 도착한다는 이야기다.

▲ 마다가스카르의 상징, Traveller's Palm
ⓒ 김준희

마다가스카르는 아프리카의 동남쪽 해안에서 400㎞ 정도 떨어진 바다에 있는 커다란 섬이다. 동쪽으로는 인도양이 있고 서쪽으로는 모잠비크 해협을 사이에 두고 모잠비크와 마주보고 있다.

그린란드, 뉴기니, 보르네오에 이어서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섬이기도 하다. 그 면적은 스페인, 포르투갈을 합친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넓은 땅덩어리에 인구는 1600만 명 밖에 되지 않는다. 한때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던 곳이고, 그래서인지 지금도 프랑스어를 많이 사용하는 곳이다.

마다가스카르에는 어떤 특별한 점들이 있을까. 마다가스카르섬은 무척 오래된 섬이다. 지질학적으로 정확히 언제 형성되었는지 알려져있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최소한 6천만년 전에는 아마 아프리카에서 떨어져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 다시는 아프리카에 연결되지 못한채 지금처럼 독자적으로 섬을 이루어 나갔다.

마다가스카르는 화산섬이 아니라 대륙성섬이다. 화산섬이란 것은 우리나라의 제주도, 울릉도 또는 태평양의 하와이같은 섬이다. 화산작용의 결과, 망망대해에서 어느날 갑자기 생성된 섬을 화산섬이라고 부른다. 반면에 대륙성섬은 원래 대륙에 붙어있다가 어떤 결과로 대륙에서 떨어져나온 섬을 가리킨다. 마다가스카르, 뉴질랜드 등의 섬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것은 결국 생태학적인 차이로 이어진다. 화산섬은 생성 당시에 아무런 육상생물도 없는 상태에서 섬의 역사를 시작한다. 반면에 대륙성섬은 대륙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대륙의 생물들을 함께 데리고 나온다. 그리고 대륙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섬의 생물들은 대륙의 생물들과는 별개로 자신들만의 진화과정을 시작한다. 마다가스카르, 뉴질랜드 등의 섬에 특이한 동식물들이 많은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생물들을 보고 싶다면 섬으로 가는 것이 좋다. 그중에서도 마다가스카르는 최적의 장소일 것이다. 역사가 오래 된 섬, 대륙에서 멀리 떨어진 섬, 대륙성섬 그리고 커다란 섬. 이런 요인들이 모두 합쳐졌기 때문에 마다가스카르에는 지금도 수십종의 여우원숭이, 텐렉 그리고 바오밥나무 등이 살고 있다. 이제는 멸종해버린 피그미하마, 코끼리새가 살던 곳이기도 하다.

▲ 마다가스카르의 명물 소, 제부(Zebu)
ⓒ 김준희


▲ 마다가스카르에는 이렇게 생긴 닭이 많다.
ⓒ 김준희

'마다가스카르에 가자!'라고 결정했던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여우원숭이와 바오밥나무가 보고 싶었고, 울창한 열대우림과 광활한 평원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정보를 얻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인터넷을 아무리 열심히 찾아보아도 배낭여행에 필요한 정보는 없었다.

단지 바오밥나무와 수도 안타나나리보의 사진, 그리고 해변가의 사진 몇장들이 전부였다. 어떻게 경로를 세우고 어떻게 먹고 자고, 어떻게 이동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은 지금도 막연한 상태다. 한 달 동안 여행하면서 얼마나 비용이 들어갈지도 불확실하다.

나에게 도움을 준 것은 영문판 <론리플래닛-마다가스카르> 편이었다. 2004년 판이라서 그런지 여기에도 정보가 충분하지는 않다. 그렇더라도 이 책은 여행내내 나에게 커다란 도움을 주게될 것이다. 그리고 좀더 세부적인 일정과 계획은 도착해서 하나하나 부딛혀가야 한다.

"뭐? 어디? 마다가스카르?"

혼자서 마다가스카르로 여행 간다고 하자 주변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 였다. 하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곳을 어떻게 혼자서 여행하냐, 라는 반응이었다. 다른 하나는 더운 서울을 떠나서 그곳에 푹 파묻혀 있으면 정말 좋겠다, 라는 것이었다. 지금 내 심정도 그 두 가지가 뒤섞인 상태다.

정보 부족이야 가서 직접 겪어보면 해결될 일이다. 그곳이 여행자에게 얼마나 위험할지도 잘 모른다. 하지만 위험한 거야 서울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마다가스카르는 이 시기가 여행하기에 좋은 시기라는 점이다. 건기라서 비가 거의 오지 않고, 밤에는 쌀쌀한 데다가 낮에도 그다지 덥지 않은 철이다. 기후를 놓고 본다면 거의 최적의 시기이다.

문제는 혼자서 여행해도 안전할까, 하는 점이다. 배낭여행과 위험의 함수관계는 이렇다. 위험요소가 너무 적으면 여행은 그만큼 재미가 없어진다. 반면에 위험요소가 너무 많으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마다가스카르는 이 두 가지 측면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장소처럼 보였다. 내가 여행지로 마다가스카르를 택한 두 번째 이유가 바로 이 점이다.

방콕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어둠 속을 날아가고 있다. 화면에 나타나있는, 거리를 표시하는 숫자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저 숫자가 0으로 바뀌면 난 마다가스카르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지금은 6월 말, 한국은 이제 서서히 더워지기 시작할 때다. 그리고 마다가스카르는 가장 추운 시기이기도 하다.

▲ 구름이 잔뜩 낀 안타나나리보 국제공항
ⓒ 김준희

덧붙이는 글 | 2007년 6월 말부터 한 달 동안 마다가스카르를 배낭여행 했습니다.


태그:#마다가스카르, #배낭여행, #방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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