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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피랍자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면서 언론을 비롯한 온 국민들이 한결같이 무사귀환을 바라고 있다. 특히 새로운 여론 주도층이 된 네티즌들의 관심도 갈수록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들이 인질을 보는 시각은 어떨까? 네이버 토론방에 보면 인질들에 대한 동정심이나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글보다 피랍자에 대한 온갖 비방과 질책이 쏟아지고 있다.

"절대 가지 말랬는데 20번 가량의 소송을 걸면서 자유니 뭐니 하더니 0000들이, 잡히고 난 다음에 살아돌아올꺼라 00이니, 게다가 또 60조원이래. 20명이랬으니 한 00당 3조원인데, 이게 또 무지막지한 돈이거든? 이게다 세금이고 혈세야…."

"성경을 보면 풍랑이 몰아치자 무서워하는 제자들에게 예수님이 믿음이 약한 자들이라고 질타를 하셨는데. 너의 믿음이 어디에 있느냐? 믿는 자에게 능치 못할 일이 없느니라! 전쟁터에 뛰어들 정도의 진실한 믿음을 가진 교인들인데 예수님께서 당연히 구해 주시겠지요."

비아냥거림이 섞인 글이 있는가 하면,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굴복하라 권세는 하나님께로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의 정하신 바라 그러므로 권세를 거스르는 자는 하나님의 명을 거스름이니 거스르는 자들은 심판을 자취하리라(롬 13:1-2)"

"우리나라에 결식아동이 얼마나 많은데 거기서 봉사를 해?"

"한명당 100억씩 하여 2300억을 내준다면, 57만인의 한달 최저 생계비가 됩니다. 말하자면 이 돈으로 우리나라 결식아동 및 노숙자 등 길거리에 쓰러져가는 생명들을 살릴 수 있습니다."

이런 투의 글도 있다. 네티즌들이 생사의 갈림 길에 처한 인질들에게 이렇게 악의적인 리플을 다는 이유가 뭘까.

미국과 한국 그리고 아프카니스탄, 탈레반은 어떤 관계에 있는가? <중앙일보>는 26일자 사설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하기 어려운 게 우리 국민 모두의 심정일 것이다. 원칙대로 하자면 탈레반에 대한 개전(開戰) 사유까지 될 수 있는 사안이다"라고 흥분하고 있다. 네티즌들의 정서와는 딴판이다.

그렇다면 탈레반이 한국 선교단원 중 배형규 목사님을 살해한 이유가 뭘까? 탈레반은 이유없이 자국의 어려움을 함께 나눌 봉사단을 살해하는 무지막지한 집단일까? 탈레반이 한국인에게 적대관계로 대하고 인질을 처형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여러가지 정황을 참고하는 것이 사건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한 것은 3년 전 9·11테러에서 시작된다. 자작극의 의혹까지 받고 있는 9·11테러의 주범이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라고 단정한 미국은 이들을 숨겨두고 있다는 이유(확실하게 숨겨 두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로 아프칸을 침공해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고 친미정권을 수립하는데 성공했다.

미국이 친미정권을 세우자 탈레반은 나라를 되찾겠다고 자살특공대를 만들고 파병한 국가에 대해 테러를 감행하겠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천명한다. 탈레반의 눈에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도 아프간을 침공한 국가와 마찬가지로 제거의 대상으로 단정한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아프칸을 침공했는가? 빈 라덴이니 알 카에다의 은익처를 제공했기 때문에 아프간을 침공했다는 것은 미국의 변명이다.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한 진짜 이유는 미국의 필요에 의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권의 인정과 신종 무기실험과 재래식무기처분, 그리고 석유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빌미로 중앙아시아에 친서방 내지는 친미정권을 세우겠다는 '석유자원의 안정적 이동 경로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미국이 아프간 침공 이전에 세워놓은 드라마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카스피해 연안의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카스피안 4로 불린다)에는 자그마치 2천700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돼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전 세계 매장량의 5분의 1이나 된다.

이 지역보다 석유 매장량이 많은 곳은 걸프지역(6천750억배럴) 한 곳 뿐이다. 또 천연가스 매장량도 6백65조 입방피트로 전 세계 매장량의 8분의 1을 차지한다. 미국은 1997년부터는 이 지역의 에너지자원 확보에 대해 공식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터다. 이라크 침공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아프가니스탄에게 무엇인가? 당연히 아프간에 파병되기 전에는 원한관계가 있을 수 없었다.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아프간에 파병 하면서 나라를 되찾겠다는 탈레반과 한국은 당연히 적대관계가 되는 것이다.

적군의 국민이 봉사를 하러 왔다?(사실은 봉사가 아니라 선교를 가장한 봉사라는 것을 탈레반도 다 안다.) 설사 봉사하러 왔다고 하더라도 수혜자가 원하지도 않는 봉사란 없다. 하물며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게 기독교인이 베푸는 자선이 순수하게 받아들여질리 없는 것이다.

교섭이 순조롭지 못하자 배형규 목사를 먼저 살해한 것도 이러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피랍자들을 무사히 귀환시키고 제2, 제3의 피랍자를 막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미군의 작전 통제권 안에 있는 한국군이 인질 구출을 위한 운신의 폭은 그렇게 넓지 않다는 것은 상식이다. 미국이나 현 아프칸 정부와의 협상이 탈레반과 접촉에 못지 않게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방법은 단 하나, 우리군을 아프간에서 철수 하는 길! 그게 답이다. 그 일이 쉽지 않더라도 독립국가로서 주권을 행사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길은 그 길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BS 유 포트와 김용택과 함께하는 참교육이야기(http://chamstory.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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