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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2007 대선, '아름다운 선택'으로의 초대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대선은 나라의 운명뿐 아니라 개인의 운명도 바꿔놓는다. 2007 대선 공간에서도 선택의 기로에 선 사람들이 있다. 대권주자에서 평범한 유권자에 이르기까지. 그들과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련다. 때론 세상이 '실패한 선택'으로 규정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곳 어느 한 켠에 있을 아름다운 도전, 아름다운 고뇌를 찾아내보련다. 그 과정에서 2007 대선의 시대정신을 추려담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편집자주>
▲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문국현이 '막판 결심'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덩달아 친구들도 그렇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10월 25일경에 대선출마를 선언해도 늦지 않다"고 했던 그다. "기존 정치인들이 마련해놓은 스케줄에 따라갈 필요가 없다"고까지 말했다. <오마이뉴스>와의 16일자 인터뷰에서였다.

그러나 일주일만에 새로운 소식이 들린다. 그가 "8월 하순에 대선출마를 선언하는 쪽으로 결심을 굳혀가고 있다"는 것이다. "범여권의 통합신당에도 참여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24일 밤 기자에게 "내 이름을 걸고 기사를 써도 좋다"면서 "문 사장이 8월 20일에서 30일 사이에 대선출마를 선언할 것"이라고 했다.

최 대표는 "문 사장이 지난주 토요일(21) 밤 나를 포함한 핵심 지지자들과의 심야회의에서 그렇게 가닥을 잡았으며 나는 문국현 캠프의 실무진을 구성하는 일을 도와주는 역할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문 사장과 20년지기 친구인 최열의 '확신'이다.

그러나 중국 출장을 마치고 오늘(25일) 새벽에 귀국한 문 사장은 기자에게 "현실적인 정치일정을 잘 아는 친구 최열은 나를 걱정해서 그런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도 구 정치권과의 통합보다는 시민사회의 독자성을 어떻게 유지하면서 미래가치를 제시할 수 있느냐에 주안점을 두는 편"이라고 했다.

문 사장은 "국민은 과거를 가진 정치인들이 모여 통합으로 분장하는 것보다는 그들이 어떤 미래를 제시하는 능력이 있느냐를 확인하고 싶어한다"면서 "미래에 대한 정리와 준비도 없이 과거를 다 간직하고 통합만 한다면 국민이 아름답게 안볼 수가 있다"고 했다. "비행기 타고 오면서 신문을 봤는데 (통합 신당에 대한 미래 비전이) 별로 없더라"고도 했다.

이런 말도 했다. "현실을 앞세우다 보면 미래를 못 볼 수 있다, 말(馬)보다 마차(馬車)가 앞설 수도 없다." 선택을 앞두고 친구 사이에 묘한 긴장감마저 느껴진다.

문국현과 생일잔치 함께 하는 동갑내기 3인의 조언

인생은 선택의 징검다리로 만들어진다. 우리는 쉽지 않는 선택을 앞에 두고 있을 때 친구의 조언을 듣곤 한다. 기자는 문국현의 선택을 읽기 위해 그의 절친한 친구 3인방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여기 특별난 친구들이 있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최열 환경재단 대표,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학장, 유홍준 문화재청장. 이 4명은 공동으로 생일잔치를 한다. 모두 1949년 1월생이다. 58세.

문국현 사장과 조동성 학장은 생일이 1월 12일로 서로 같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1월18일, 최열 대표는 1월19일. 일주일 상간에 태어난 4명은 수년째 부부동반으로 모여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함께 기념해온, 그야말로 절친한 친구다.

그런데 그 중의 한 명인 문국현이 인생의 일대 전환점 앞에서 고심하고 있다. 그렇다면 친구들은 어떤 조언을 그에게 해주고 있나? 문국현과 그 친구들이 '선택 2007대선'을 놓고 주고받는 인생 이야기, 그것은 오늘도 각자의 인생에 선택의 징검다리를 놓고 있는 독자들에게 '문국현 나오나, 안나오나' 이상의 그 무엇을 전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온몸을 던지자, 나라 위해 죽은 사람도 있다"
'문학청년 문국현' 때부터 친구 최열 환경재단 대표


▲ 최열 환경재단 대표.
ⓒ 오마이뉴스 권우성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문 사장의 동갑내기 친구 3명 가운데 가장 '과격파'다. 너무 재지 말고 대선출마를 빨리 결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 대표는 열흘 전까지만 하더라도 풀이 죽어 있었다. 기자가 문 사장 이야기를 꺼내자 "나도 설득하는데 지쳤다"고 고개를 저었다. 며칠 후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문 사장이 "10월 25일에 선언해도 늦지 않다"고 하자 혀를 찼다. 화까지 냈다. "그러니 왕자병이라는 소리가 나오지…."

그러던 그가 24일엔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지난주 토요일(21일) 밤, 문 사장의 '결단'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이 결단에 대해 위와 같이 문 사장은 '나와는 조금 다르다'고 하고 있지만). 최열 대표는 어떤 말로 망설이는 친구를 설득했을까?

"모든 것을 다 걸고 한번 해보자. 그러면 국민들이 평가하지 않겠느냐. 옛 사람들과 비교하면 이미 평균수명보다 더 살았는데, 나라 위해 죽은 사람들도 있는데, 나라를 위해 몸을 던지자. 시민사회진영이 주창해온 가치를 담아낼 후보는 너밖에 없다. 10월 하순이면 너무 늦다. 앞뒤 재지 말고 8월 하순에 하자. 지금은 직접 국민을 상대로 확실히 나간다고 이야기하고, 비전을 발표해서 자발적 지지자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문 사장이 동의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범여권 신당과의 관계는? 문 사장은 지난 16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범여권에서 정치인들끼리 예비경선을 하고 본인은 '국민후보를 뽑기 위한 본선경선'을 희망한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8월 하순에 대선참여 선언을 한다는 것은 범여권 통합신당의 예비경선 때부터 참여한다는 것인가?

다시 친구의 말을 들어보자.

"이번 택일은 범여권 통합신당과는 다른 별도의 독자적인 신당을 만들 생각이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시민사회를 기반으로 한 당으로 갈 것이다. 그곳에서 예선경선부터 참여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을 정리하지 않았다. 그것에 구애받지 않기로 했다."

그러니까, 친구 최열의 해석은, 문 사장이 시민사회진영의 대선참여 조직인 미래창조연대가 1:1 지분을 갖고 범여 정치권과 합친 통합신당, 즉 24일 창당준비위를 만든 '미래창조 대통합 민주신당'에 참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후보와의 1:1 대결구도를 만드는 흐름에 동참한다는 것.

친구 최열은 그렇게 될 것이라고, 아니 그보다는 되어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지만 문 사장이 혹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최열 대표에게 물었다.

-8월 20에서 30일 사이에 선언하는 것이 어느 정도 확실하다고 보는가? 몇% 정도 확실한가?
"70~80% 정도라고 보면 된다. 이번에 중국에 출장 간 것도 회사를 정리하는 수순과 연관이 돼 있다."

아직도 20~30%의 변수가 남아있는 셈, 그게 인간사일 것이다.

최열 대표가 문 사장의 친구가 된 것은 1985년경이다. "내 친구 중 한 명이 문 사장과 같은 외국어대 출신인데, 그 둘이 학교다닐 때 문학동인에서 시를 썼다고 한다. 그 친구 소개로 만나게 됐다"고 했다. 알려진대로 그 뒤에는 환경운동을 20여년째 같이 해왔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겠지만, 특히 문학을 해본 사람은,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어떤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 왕년의 문학청년 문국현이 회갑을 두 해 앞두고, 대선을 앞두고 친구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옛사람으로 치면 평균수명보다 더 살았는데, 나라를 위해 죽은 사람도 있는데, 온 몸을 던져보자."

친구는 "결심을 얻어냈다"고 했다. 그러나 당사자는, 말보다 마차가 앞설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본선 경쟁력 떨어져, 안 나가는 게 좋아"
중동고등학교 2학년 반친구 유홍준 문화재청장


▲ 유홍준 문화재청장.
ⓒ 권우성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더 알려진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서울 중동고등학교 2학년때 문국현과 같은 반이었다. 그는 최열 대표와는 반대로 문 사장의 대선출마를 말리고 있는 친구다.

유홍준 청장은 "어제 전화 걸어봤더니 중국 출장 중이던데, 내 개인적 판단으로는 대선에 안나가는 게 좋다고 생각 한다"고 했다. 이유는 "본선까지 갈 가능성이 높지 않고 설사 가더라도 그 과정이 험난할 거고, 그 깔끔한 이미지에 상처가 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 청장은 정치권 혹은 정부기관에의 참여가 또 다른 사회기여라는 점은 인정한다.
"나도 문화재청장 안했으면 내 책을 읽은 독자들의 사랑만 받고 있을텐데, 청장 된 이후에 엉뚱하게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손해가 되어도 문화재 관련 전체를 위해서는 보람을 느끼고 있다. 그런 것처럼 문 사장도 본인의 개인 희생이 나라 전체를 봐서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된다면 그에 부응할 수 있는 친구라고는 생각이 드는데…."

그러나 친구로서 "말리고 싶다"고 거듭 말했다. "본선 경쟁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대통령에 나서는 것은 내가 문화재청장하는 것 하고는 또 다르다. 문 사장이 전문가로서 환경부 장관하는 것 하고도 다르다. 국가 전체를 경영해야 하는 거니까. 그분이(친구를 '그분'이라고 했다) 지금 본선에 나갈 확률이 얼마나 되느냐 보면 높은 점수가 안나오네요."

- 친구 최열은 '나가라'는 것이고, 친구 유홍준은 '나가지 말라'는 건데.
"최열씨는 문 사장이 나갈 경우 이 쪽 범여권의 신선도를 보강해줄 수 있다고, 흥행효과 면에서 그만한 카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 결국 문 사장이 나갈 것으로 보나, 안나갈 것으로 보나?
"잘 모르겠어요, 나도. 본인이 여러 가지로 재단을 해보겠죠. 그런데 지금 세월이 그분이 개입하는 것을 필요로 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지금 범여권의 후보가 열명이 넘는데, 그 사람 중에 한 명이 빠지는 것은 티가 안 나지만, 문국현씨 같은 사람이 한 명 들어가면 신선도가 많이 높아질 테니까."

친구 걱정에 말리는 편이지만 "세월이 부른다"며 여운을 남겼다.

"대통령 제일 잘할 사람, 자기와 대화해 결단해야"
생일 같은 동갑내기 조동성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장


▲ 조동성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장.
현 서울대 경영대학장.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박사를 받았고, 1978년부터 서울대 교수를 지내온 그는 경영학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최고전문가 그룹에 드는 셈이다. 문국현과 생년월일이 같은 조동성 학장, '윤리경영' 부분에서 오랫동안 문 사장과 호흡을 맞춰온 그는 경영학자로서 국가를 경영하려고 나서볼까 고민하고 있는 친구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있을까?

- 문 사장의 대선 전략에 자문을 해주고 있다고 들었다.
"자문이라고 표현하기엔…, 친구로서 하는 것이지 체계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능동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고, 문 사장이 친구로서 물어오면 의견을 말해주는 정도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주 금요일(20일)에 만났단다.

"내가 문 사장에게 이렇게 말해줬다. 이것은 개인이 결단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이 업고서 하는 것이 아니다. 누가 문 사장을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뛰어야 하는 것이다. 마라톤을 누가 대신 뛰어줄 순 없다. 친구들은 땀을 닦아주고 물병을 전해주는 정도다. 결국 본인의 철학과 가치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문 사장이 언제 결정할 것 같으냐고 묻자 조 학장은 시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사안의 본질'을 놓고 스스로와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

"어느 때, 어느 쪽으로 나가는 것이 확률을 높일 수 있느냐는 것은 테크니칼한 것이다. 그 전에 본인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어느 누구보다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과 자세가 돼 있나에 대해 스스로와 대화를 해야 한다. 본인의 커리어 개발이라는 이기적인 목적이 아니라, 당선가능성이라는 상황논리에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희생하더라도 명예에 상처가 나더라도 나라를 위해 도전해볼 능력과 자세가 되어 있는지를 봐야 한다."

그렇다면 조동성 학장은 친구로서 문국현 사장의 대선후보로서의 컨텐츠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대통령이 되면 제일 잘 할 사람이라는 점에서는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점은 내가 확신한다. 내공은 참 단단하다. 옆에서 지켜보면 감탄할 때가 많다. 아무리 어려운 질문이 던져져도 '나는 잘 모르겠는데'라는 답을 내는 경우가 없었다. 평생 거기에 대한 고민들을 하고 살아온 것이니까 가능한 것이다.”

- 친구가 새로운 인생을 선택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있는데, 옆에서 조언해주는 친구로서 그 긴장감을 함께 느끼고 있나?
"긴장감이라기보다는 친구로서 내 역할은 문 사장에게 객관적 시각을 갖게 해주는 것이다. 나는 정치인도 아니니까. 문 사장도 이 복잡한 판에서 뭔가 '객관적인 거울'을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친구로서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국현, 그는 좋은 친구를 둔 셈이다. '스스로 대화'하라면서 그 자기와의 대화를 위해 필요한 '객관적 거울'까지 마련해주는, 고독한 결단을 주문하면서 너무 외롭지 않게 배려하는.

친구 앞의 결심, 국민 앞에서도 가능?

그렇다. 최열, 유홍준, 조동성. 걱정해주고 조언해주는 친구들은 더 많겠지만 문국현은 스스로 외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12월 19일까지의 마라톤에 참여할지 말지.

친구 최열은 "지난주 토요일에 결심을 얻어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면 도리가 없다"면서 "오늘 밤 9시로 예정된 문 사장과 10여 명의 지지자 모임이 출마 여부에 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 신당 버스는 시민운동진영을 태우고 이미 출발했다. 고건, 정운찬과는 달리 그는 너무 멀리 와 있다. 편한 친구 앞에서는 '결심'과 '같기도'를 반복해도 상관 없겠지만 국민들 앞이라면 부담감이 커질 것이다. 신사인 그가 그걸 모를 리 없다. 그래서그의 선택의 날이 임박했다. 그날 우리는 2007대선이 만들어낸 한 편의 인생드라마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의 선택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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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대표기자 & 대표이사. 2000년 2월22일 오마이뉴스 창간. 1988년 1월 월간 <말>에서 기자활동 시작. 사단법인 꿈틀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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