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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충청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신안1리 주민들이 고층아파트 저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24일 충남 조치원 신안1리에 대전 충청지역 시민사회단체 임원들과 회원들이 모였다.

이들은 이날 군청 앞 기자회견과 가두행진을 통해 "충남도와 연기군은 부당한 행정행위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고층아파트 건설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행정도시 에정지 인근지역인 조치원읍과 충북 부강, 오창 등 행정도시 인근지역은 개발과 투기세력의 각축장이 돼 개발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며 "아름다운 농촌마을인 신안1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파트 건설은 이 시대의 가장 비열하고 수치스러운 자본의 얼굴"이라고 성토했다.

홍익대와 고려대 사이에 위치한 자연마을인 신안1리는 당초 대학문화촌으로 개발방향이 잡혀 있었다. 이를 위해 연기군과 충남도는 지난 2000년 2억원의 용역비를 들여 대학문화촌 건설계획을 수립하고 12억원을 들여 대학촌 순환도로 공사를 한 상태다.

하지만 관할 연기군과 충남도는 인근에 행정복합도시가 들어서자 돌연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허위문서를 토대로 <대림건설>의 1000세대 고층아파트를 건립계획을 승인했다.

이들은 "마을주민들의 바람인 대학문화촌 건설계획은 개발이익에 혈안이 된 건설자본과 반민주적 행정기관에 의해 휴지조각이 됐다"고 지적했다.

대학문화촌 건립예정지, 어느 날 갑자기 고층아파트로

이들은 "고층아파트 건립계획을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생태적 대학문화촌 건설대안을 이행하라"고 덧붙였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대전환경운동연합 김종남 사무처장은 "마을공동체와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대학문화촌을 건설해 달라는 요구는 박수를 받을 일"이라며 "그런데도 이를 외면하고 고밀도 고층아파트를 건설하려는 건설사와 행정기관의 처사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한 마을 주민은 "수 억원의 용역비를 들여 만든 대학문화촌 건설구상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며 "주민의사를 짓밟고 조작된 문서를 근거로 고층아파트 건립을 허가한 공무원들이 진짜 공무원 맞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마을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연기군청에서 조치원역을 거쳐 신안1리까지 도보행진을 벌였다.

"고층아파트, 왜 농경지 위에 짓나"

한편 마을주민들은 <대림건설>측이 공사를 벌이며 하천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변경해 호우시 재해가 예상된다며 공사장 부근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반면 <대림건설>측은 마을 주민들이 1인 시위에 대비해 같은 장소에 한 달동안 집회신고를 미리 내놓는 방법으로 시위 차단에 나서기도 했다.

조치원 신안1리는 당초 5층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없는 '1종 일반주거지역'(4층이하 제한)이였으나 전 마을이장이 주민들 몰래 허위민원서류를 내 '2종 일반주거지역'(15층까지 건축가능)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연기군과 충남도는 이를 알면서도 행정적 하자가 없다며 고층아파트 건립계획을 승인했다.

강수돌 이장, 마을총회 도중 폭행당해
"가짜민원서류 낸 전 이장이 폭행"

▲ 전 이장에게 폭행당한 강수돌 이장.

고층아파트 건립 저지운동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신안1리 강수돌 이장(고려대 경영학부 교수)이 지난 9일 밤 11시 경 주민총회장에서 전 마을이장에게 폭행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전 마을이장인 이 모씨는 이날 마을회관에서 열린 긴급 주민 총회장에서 가짜민원서류를 제출한 정황을 묻는 주민들과 언쟁을 벌이다 강 이장을 폭행했다.

주민들은 "가짜민원서류 제출 경위를 놓고 언쟁을 벌이던 중 이 아무개 전 이장이 갑자기 오른손으로 강 이장의 목을 쳐밀다가 얼굴을 잡고 오른손으로 왼쪽 눈을 빼내겠다며 수 차례 폭력을 가했다"고 말했다.

강 이장은 이 때문에 얼굴에 전치 2주에 해당하는 10여 군데의 상처를 입었다. 강 이장은 이 전 이장을 폭행죄로 경찰에 고소해 놓은 상태다.

반면 이 아무개 전 이장은 "강 이장이 먼저 내 멱살을 잡았고 마을주민들이 달려 들어 집단폭행을 가했다"며 "이 때문에 벗어나기 위해 손을 휘둘렸지는 알 수 없지만 정신이 없어 강 이장을 폭행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전치 2주의 진단서를 받아 강 이장을 맞고소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강 이장과 마을주민들이 먼저 폭행을 가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마을주민들은 강 이장의 눈을 빼겠다고 달려 드는 이씨를 뜯어 말린 일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강 이장을 폭행한 이 아무개 전 이장은 신안 1리의 '1종 일반주거지역'(4층이하 제한)을 주민들 몰래 '2종 일반주거지역'(15층까지 건축가능)으로 변경해 달라는 허위 민원서류를 낸 사실이 드러나자 이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로인해 현 강수돌 교수가 지난 2005년 신임 이장으로 선출됐고 지난 5월 재선출됐다.



태그:#신안1리, #강수돌, #고층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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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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