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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예비후보가 내건 경부운하 공약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후보의 주장대로 '제2의 국운융성'의 계기가 될지, 아니면 수십조원을 들여 운하를 만들어놓고도 골칫덩이로 전락할지에 대한 논란입니다. 이에 지난 2월 '운하의 나라' 독일과 네덜란드를 현지조사한 <오마이뉴스>는 생태지평연구소와 공동으로 지난달 20일부터 3일간 경부운하 예정노선지를 조사했습니다. 이번 현지조사 기사는 4~5차례에 걸쳐 연재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취재 : 김병기 이주빈 기자
사진·동영상 : 김호중 기자
자료조사 : 이경태 기자


"제방 보강 등 기타 : 0.6조"

경부운하 사업시 소요될 제방 공사 예산이다. 이명박씨의 핵심 참모인 조원철 연세대 교수는 지난 5월 21일 열린 '4만불 시대를 여는 성장동력 한반도 대운하' 심포지엄에서 경부운하의 개괄적인 공사비 내역을 위와 같이 밝힌 적이 있다.

그의 말처럼 제방공사의 경우 6000억원만 투여하면 될까?

▲ 이명박 후보 측의 한반도 대운하 정책자료 중 일부
사실 이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이명박씨 측이 제방 보강 공사의 세부내역을 밝힌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숨기려 하는 것인지, 자신들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인지 모르겠다.

우선 이명박 씨의 일관된 주장은 가급적 '자연형 제방'의 형태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즉, 총 553㎞의 경부운하 구간 중 한강과 낙동강 본류 구간인 500여㎞의 경우 현재의 제방 형태를 유지하겠다는 것.

하지만 자연하천의 경우 강폭을 100~300m, 인공수로는 66~71m로 뱃길을 확보해야 한다. 또 6.6~9m의 수심을 유지해 5000톤급 배와 2500톤급 배를 띄워야 한다. 이게 과연 제방공사 없이 가능한 일일까?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제방을 1000㎞ 공사해야 할 것이다."

네덜란드의 운하 컨설팅 업체 DHV사의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한반도 대운하연구회가 주최한 '4만불 시대' 심포지엄에 초청돼 발표했다. 사실상 경부운하 전 구간에 걸쳐 강의 양안에 대한 제방공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계산이다.

경부운하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운하의 나라' 네덜란드의 수로 전문 컨설팅 업체마저 이런 발표를 했는데 이명박 씨는 대체 무슨 근거로 6000억원이면 제방 보강공사를 마무리지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질문 ①] 648m 제방 공사에 45억원... 1000㎞면 얼마?

윙-윙-윙.

지난달 20일 찾아간 경기도 여주군 여주읍 천송리 금당제 수해복구 현장. 지난해 태풍 '에위니아'와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남한강의 지천인 이 곳에는 모래를 싣은 트럭이 연신 들락거렸다. 한편에서는 포크레인이 바닥을 다지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장마철이 코앞인데, 아직도 수해복구가 마무리되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1차 수해 때 제방에 구멍이 뚫렸습니다. 이 곳의 수위가 올라가면서 제방 둑이 수압을 견디지 못한 것입니다. 쥐구멍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방 바깥쪽 농경지에서 물이 콸콸 솟아올랐습니다. 펌핑 현상이라고 하더군요. 만약 경부운하가 건설된다면 수압이 올라갈 것이고, 현재 버티고 있는 제방들이 그런 수압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의 말이다.

▲ 경기도 여주군 여주읍 천송리 금당제 수해복구 현장
이 곳은 제방이 농경지보다 높은 곳이다. 만약 경부운하가 건설된다면 남한강 본류의 수위가 올라갈 것이고, 지천인 이 곳의 수위 또한 올라갈 것이다. 물의 높이가 올라가면 당장 지금 금당제 앞에 놓여있는 교량도 교체해야할 것이다. 지금 쌓고 있는 제방 역시, 항상 만수위를 유지할 경우 높아질 수압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지 의문이다.

이 위원장은 "이런 지천이 여주지역에만도 10여개는 넘을 것"이라면서 "아마도 지천의 모든 제방을 다시 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당제의 제방 높이는 10.5m, 구간 길이는 648m이다. 이 복구공사에 소요되는 예산은 45억원. 이 액수를 DHV사가 제시했던 1000㎞ 제방에 단순 대입해 계산하면 6조 9940억원이다. 이명박씨의 계산과 무려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건설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제방 건설 비용은 단위당 계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땅값, 주변의 지상물, 호안 공법에 따라 비용이 유동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당제 복구공사에 투여되는 예산을 고려하면 경부운하 제방공사에 투여될 천문학적인 예산 규모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질문 ②] 높아지는 수위...1488개 지천 제방 공사 안해도 되나?

그렇다면 이것으로 끝일까? 사실 이 추정치는 한강과 남한강의 본류 구간에만 해당되는 것이다.

경부운하 예정지에는 금당천처럼 수많은 지천이 널려있다. 경부운하 예정지인 한강의 경우 소하천을 제외한 지천의 수는 703개. 국가하천과 1급·2급 하천만 포함된 수치이다. 낙동강의 경우는 785개로 이보다 더 많다. 총 1488개의 지천이 소위 '지천에 깔려'있는 셈이다.

이 지천의 제방은 어떻게 해야할까? 기본적으로 뱃길을 확보하려면 물을 가둬서 일정정도의 수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면 경부운하 본류 구간의 수면 상승은 불보듯하다. 지천의 수위 역시 불가피하게 올라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장지영 생태지평연구소 연구원은 "제방은 홍수 때 등 수위가 급상승할 때를 대비한 것"이라며 "경부운하가 건설된다면 수심 유지를 위해 물을 항상 가득 채워놓아야 할 터인데, 물이 금방 불어날 경우를 대비해 모든 지천의 제방 보강공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1400여개의 지천 제방 공사를 한다면 경부운하 본류 제방 공사보다도 훨씬 많은 돈을 들여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모든 지천과 본류 구간에 갑문을 설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 역시 막대한 비용이 들게 자명하다. 또 본류와의 수위를 상시적으로 조정하려면 그에 따른 관리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환경공학부 교수는 "운하가 건설된다면 운하가 건설되는 절반의 하천구간과 지류의 주변지역은 홍수피해를 입을 것"이라면서 "이를 해결하기 결국 제방을 쌓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치수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운하건설에 소요되는 비용만큼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질문 ③] 수심 6~9m 유지...인근 농업용수 고갈되면?

▲ 배문용 낙동강 공동체 사무총장이 경부운하 건설시 농업용수 고갈 우려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구미시를 관통하는 낙동강 줄기는 100리(40㎞). 지난달 21일 찾아간 경부운하 예정지의 구미 구간.

양호대교를 지나 차로 10여분 달렸을까. 구미 동북쪽의 도로 좌우측으로 한껏 물이 오른 벼들이 씩씩하게 고개를 치쳐든 너른 벌판이 펼쳐졌다. 해평평야. 이날 취재진과 동행한 배문용 낙동강공동체 사무총장은 '해가 뜨는 평야'라는 의미라고 귀뜸했다.

그는 이어 "낙동강 유역의 경우 대부분 강 주변에 농사를 짓고 있다"면서 "강바닥을 파면 인근의 지하수위가 낮아질 것이고 인근 농경지에 댈 물이 고갈되기 때문에 농민들이 나서서 경부운하 건설을 결사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최대의 수로 사업 컨설팅 업체인 프랑코(PLANCO)의 페터 리켄 사장도 지난 2월 <오마이뉴스>와의 현지 인터뷰에서 "운하의 수위를 4m 이상 깊게 하면 수로 주변의 지하수와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현재의 기술력으로서는 내륙수로로서 가능한 경제 수위는 약 4m가 한계"라고 말했다.

이명박씨가 밝힌 경부운하의 수심은 6-9m. 이명박씨는 경부운하를 통해 운반할 물류가 거의 없고, 운하 운반이 경제적 타당성도 없다는 주장에 대응하려고 더 깊게 수로를 파서 더 큰 배들을 운행하겠다고 주장하는 지 모르겠다. 하지만 무조건 강바닥을 판다고 해결되는 게 아닌 것이다.

[질문 ④] 콘크리트 제방 없이 뱃길을 유지할 수 있을까

다시 제방 문제로 돌아가 보자. 이명박씨는 현재의 자연형 제방을 대부분 그대로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DHV사는 1000㎞를 쌓아야 한다는 '견적서'를 보여줬다.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

22일 방문한 대구의 화원유원지 전망대에 올라가 낙동강을 보다가 5㎞도 넘을 듯한 낙동강의 유역 면적에 놀랐고, 끝없이 펼쳐진 모래밭, 소위 '골재밭'의 규모에 놀랐다. 몇 분동안 넋놓고 보다가 문득 이런 의문이 머리 속을 스쳤다.

'저 곳에 어떤 방식으로 100~300m의 뱃길을 낼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수심 6-9m를 항상 유지할 수 있을까. 강 가운데에 뱃길 확보를 위한 물웅덩이를 판다고 가정해보자. 불과 1~2시간도 안돼 주변의 모래가 물웅덩이로 유입돼 또다시 수심확보를 위해 준설해야 하는 일이 되풀이될 것이다. 그렇다고 한강과 낙동강 줄기에 있는 모래를 전부 다 팔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박창근 교수는 "뱃길을 콘크리트로 바를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수심에 대한 유지관리가 되지 않는다. 아마도 경부운하의 제방 공사만 하는 데 10조원 정도는 들 것"이라고 말했다.

'운하의 나라'도 콘크리트 제방 쌓는데

▲ 베를린 운하의 한 구간 모습. 거의 전 구간에 걸쳐 시멘트로 제방을 쌓았다.
ⓒ 생태지평 장지영

사실 지난 2월 경부운하 취재 차 방문한 '운하의 나라'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기자는 콘크리트 제방으로 둘러쌓인 수많은 운하를 목격했다. 또 자연형 하천의 뚝방처럼 조성된 곳도, 그 속에는 콘크리트 구조물로 채워졌다는 얘기를 전해듣기도 했다.

이명박 씨가 지난해 10월 경부운하 공약을 사실상 선언했을 때 독일 마인-도나우(MD) 운하 구간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한 슈테파니 텝케 부국장(독일 연방수로국 뉘른베르그 지부)은 <오마이뉴스> 취재진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MD 운하 전 구역을 돌과 콘크리트로 인공적으로 만들었다. 물길과 제방을 만들 때 방수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운하 자체를 돌과 콘크리트로 막아 놓았기 때문에 수로가 흙과 직접 만나지 못하도록 했다. 따라서 수심 유지 등을 위한 별도의 준설작업은 필요없다. 운하는 강물처럼 흐르는 물이 아니기 때문에 토사가 이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토사가 쌓이지 않고 옆에서 무너지는 것도 콘크리트로 막아 놓았기 때문에 유실되지 않는다. 겉으로는 돌 등으로 되어 있어 자연적으로 보이지만 안쪽은 모두 콘크리트 등으로 철저히 차단되어 있다. 일종의 수조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별도의 준설은 필요없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운하는 콘크리트로 둘러쌓인 '거대한 수조'. 네덜란드 DHV사의 견해도 이와 일맥 상통한다.

553km의 거대한 '인공 수조'. 6천억원의 공사비로 이것을 만들 수 있는 것일까. 이명박씨가 주장하는 환경친화형 자연제방. 그 주변으로 인라인 스케이트와 자전거가 오가는 낭만적인 장면을 국민들에게 제시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는 운하의 나라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대체 무엇을 배운 것일까.

태그:#경부운하, #제방,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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