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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기는 가려움증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말라리아를 비롯한 여러 질병을 옮길 수도 있습니다.
ⓒ 엄두영
날이 갈수록 모기가 유난히 많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장마 이후 모기의 수와 활동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요즘 장마가 막바지 단계이므로 모기에 대한 대비를 잘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모기 개체 수의 증가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온도 상승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올해도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도 '모기와의 전쟁'이 심해질 전망입니다.

모기가 우리에게 주는 피해는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것은 아무래도 우리들의 건강에 관한 것이 아닐까요? 이번 <뉴스 속의 건강>에서는 모기가 우리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표적 질병 2가지인 가려움증(소양증)과 말라리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모기에게 물린 부위 왜 가려울까... 끊이지 않는 가려움증

▲ 할머니께서 모기에 물린 부위를 너무 많이 긁어 상처가 났습니다. 얼마나 가려우셨으면...
ⓒ 엄두영
"깔따구(모기)에 물렸는데 너무 가려워 죽겠어."

얼마 전 고추농사를 짓고 계시는 할머니 한 분께서 보건지소를 찾으셨습니다. 할머니는 고추밭에서 일하시다가 모기에 물리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모기에 물려 가려운 부위를 긁고 또 긁어 상처가 생긴 후에야 버티지 못하시고 보건지소를 찾아오신 것입니다. 모기의 종류에 따라 차이의 경중이 있겠지만, 모기에 물리면 최대 수 일간 물린 부위가 가려울 수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물린 부위가 심하게 가려워 긁기 때문에 물린 부위에 2차 감염이 생기는 환자들도 간혹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기에 물린 부위가 가려운 이유가 모기에 가려운 성분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모기가 우리 몸을 물때 혈액을 응고시키지 않기 위해 여러 독성 물질들을 투입시키는데, 이에 대해 우리 몸에서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의 생산을 통해서 모세혈관을 확장시킵니다. 그리고 우리 몸의 방어 작용을 담당하는 백혈구가 확장된 혈관을 통해 모기에 물린 부위에 모이게 되어 모기의 독성 물질에 대한 방어 작용을 담당합니다. 하지만 '히스타민'은 우리 몸을 가렵게 하는 작용도 함께 합니다. 그래서 모기에 물리면 가렵게 되는 것입니다.

모기에게 물려 가려워 '침을 바르는' 민간요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김철우 인하의대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모기에 물린 부위를 긁거나 침 등을 바르게 되면 2차 감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면서 "증상이 가벼운 경우 가려움증을 예방하기 위한 약물(항히스타민제)을 사용하면 증상이 경감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한편 한의학적으로도 외용약을 발라서 증상을 경감시킬 수 있습니다. 박은정 원광대학교 한방병원 소아과 교수는 "벌레에 물려 가려울 때에는 민들레(포공영), 어성초, 소염작용이 있는 알로에 등을 가려운 부위에 발라볼 수 있고, 탱자 나무열매(지실) 끓인 물을 바르는 것도 증상 경감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합니다.

'학을 떼고' 싶지는 않으시죠?

▲ 알을 낳기 위해 암컷 모기가 사람의 피를 영양분으로 이용합니다.
ⓒ 엄두영
말라리아는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학질'로 알려진 열병으로 전 세계적으로 매년 3∼5억 명이 감염되어 이중 100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무서운 질병이며, 세계보건기구(WHO)가 선정한 6대 열대병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질환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또 온난화의 확산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빠른 속도로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어 심각한 질병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3년 1171명, 2004년 864명으로 감소했던 환자 수는 2005년을 기점으로 1369명, 2006년 2051명으로 증가추세에 있습니다. 해외 여행 중 말라리아에 걸린 환자도 2004년 38명, 2005년 45명, 2006년 24명 등 꾸준히 보고되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우리나라 민간에서는 말라리아를 '학질', '하루걸이', '복학' 또는 '자라배', '자래'로 불러왔습니다. 이런 이름들은 초기에는 감기증상과 유사한 증상들을 보이다가 전형적으로 오한, 발열, 발한 후 해열이 3일마다 규칙적 간격으로 발생하는데서 붙여졌습니다.

학질은 과거 우리나라에 매우 흔했던 질병이었습니다. 조선 말기에 우리나라에 온 의료 선교사 알렌이 1885년부터 1년간 제중원에서 진료한 후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학질환자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보고하는 등 조선시대까지만 하더라도 학질은 일반 백성들에게 대중적인 질병이었습니다.

말라리아는 그 원인이 되는 원충에 따라 4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지방에서 유행하는 말라리아는 삼일열 말라리아로 삼일열원충(Plasmodium vivax)에 의해 전파됩니다. 이 원충은 주로 중국얼룩날개모기(Anopheles sinensis)에 의해 전파되는데, 우리나라 전국에서 발견할 수 있으나 주로 문제가 되는 지역은 휴전선 부근과 강화도 지역입니다. 이런 이유로 전방에 근무하는 군인들이 말라리아 예방약을 복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말라리아의 진단은 혈액검사를 통해 말라리아 원충을 찾으면 확진이 됩니다. 사람이 견디지 못할 정도로 포악스러운 질병이라 해서 불렸던 학질은 '학을 뗀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과거에 그 치료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삼일열 말라리아는 다행스럽게도 아직 치료 실패나 약에 대한 내성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해외의 말라리아보다 임상증상이 약합니다. 그러나 말라리아에 걸리면 병원충이 몸 안에 여러 해 잠복해 있다가 수시로 재발하므로 반드시 치료해야 합니다.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지의 해외 여행할 때 말라리아에 감염되었다면 문제는 커질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감염되는 말라리아는 주로 열대열 말라리아로 우리나라에서 흔한 원충과는 다른 열대열원충(P. falciparum)이 암컷 얼룩날개모기(Anopheles mosquito)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1만명 이상이 해외 여행 도중 말라리아에 걸린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1월 24일 열대열 말라리아로 사망한 환자 이아무개(57)씨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부산의 한 병원 내에서 다른 열대열 말라리아 환자에게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난달 29일 발표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도 이제는 열대열 말라리아에 대한 안전지역이 아닐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열대열 말라리아 안전지역이 아닐 수 있다

▲ 모기는 물이 고여있는 곳이면 어느 곳에서도 증식이 가능합니다.
ⓒ 엄두영
열대열 말라리아는 발열이 주기적이지 않은 경우도 많고 오한, 기침,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신속한 치료가 예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진단 즉시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치료하지 않으면 길게는 9개월∼1년 정도 지속되며 사망률은 10% 이상에 달하고, 치료를 해도 사망률이 0.4∼4%에 달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김윤정 카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해외 여행 전에는 여행 장소에 말라리아 유행지역인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각 지역에서 유행하는 말라리아를 고려하여 예방약을 방문 1주 전부터 방문 후 4주까지 복용하면 예방 가능하다"고 조언합니다.

박은정 원광대학교 한방병원 소아과 교수는 "황제내경에서는 학질을 '여름철에 더위에 상하면 가을에 학질이 생긴다'고 설명한다"며 "학질을 일으키는 사기(瘧邪)가 면역이 약한 사람에게 들어오면 이를 이기지 못하고 학질에 걸릴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또 박 교수는 학질에 대한 원인으로 "몸이 허하게 되면 면역기능이 떨어지고 찬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 등을 폭식하게 되면 비위가 약해져 습기가 몸 안에 오래 머물러 있어서 생기는 담(濕痰)이 생기기 때문에 학질이 올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어 박 교수는 한의학적 치료에 대해 "소시호탕 등의 약제를 사용하여 정기를 돕고 사기를 제거(扶正祛邪)하는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며 "평상시 면역력이 좋다면 충분히 이겨낼 있는 질병"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밖에 모기는 2군 전염병인 일본 뇌염, 4군 전염병인 뎅기열과 황열, 그리고 최근 지정전염병으로 지정된 웨스트 나일열 등의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이런 병들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마철이 끝나가는 이 시점이 모기와의 전쟁을 준비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올여름에는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모기에게 물리지 않는 방법

1. 몸을 자주 씻고 땀을 많이 흘리지 않도록 한다.
2. 모기가 좋아하는 검은색, 푸른색, 보라색 등과 같은 진한 색 옷을 피한다.
3. 외출 시에는 흰 계통의 긴 옷을 입도록 한다.
4. 모기는 냄새에 민감함으로 향수나, 향이 있는 비누 로션 등은 삼간다.
5. 야간에는 외출을 삼간다.
6. 모기장 또는 방충망을 설치하고 모기가 접근하지 않도록 모기향 등을 사용한다. / 대한소아과개원의협의회

덧붙이는 글 |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의성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태그:#모기, #말라리아, #가려움증, #학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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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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