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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팝의 디바 마돈나와 라이벌 관계를 이루던 그녀, 펑크족을 연상케 하는 그녀, 뒤죽박죽 옷을 입고 독특한 음성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던 그녀. 신디 로퍼(Cindi Lauper)를 기억하는가?

아마도 요즘 청소년들은 신디 로퍼가 누구일까 의아해하겠지만 1983년 'Girls Just Want to Have Fun(음반 타이틀-She's so unusual)을 발표해 미국의 십대 소녀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사람이 바로 신디 로퍼다. 아마도 그녀가 누구인지 쉽게 생각하려면 가수 왁스 '오빠'의 원곡인 'She Bop'을 부른 가수였다고 하면 요즘 청소년들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까, 싶다.

신디 로퍼의 인기와 몰락

당시 신디 로퍼의 인기는 마돈나와 대결에서 승리할 정도로 높았으며, 절대적이었다. 그녀가 부른 '소녀들은 단지 웃고 싶을 뿐이에요(Girls Just Want to Have Fun)'가 자신들을 대변하는 것인 양 미국 소년들은 신디 로퍼의 노래를 마냥 흥얼거렸다.

그렇게 신디 로퍼는 미국 팝계의 신성으로 떠올랐으며, 청순한 외모와 음악적 재능을 앞세운 그녀는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리고 그녀와 라이벌이라 불렸던 마돈나보다는 확실히 인기 면에서 앞설 뿐만 아니라 마돈나가 그래미 시상식에 초청받지 못한 반면 그녀는 그레미 시상식 4개 부문 후보로 올라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마돈나의 2집 이 대히트를 하며, 신디 로퍼의 아성에 도전하게 되었다. 또한 비로소 마돈나는 그 노래로 신디 로퍼의 진정한 라이벌로 떠올랐다. 그 사이 신디 로퍼는 여유 있는 행보를 보여주었다.

마돈나가 2집을 내놓고 나서야 1986년 신디 로퍼도 두 번째 앨범 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신디 로퍼는 자신감이 왕성했다. 첫 번째 앨범 성공의 여유였다.

물론 마돈나의 2집 성공에 대해 경계하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마돈나는 엔터테이너지만 가수는 아니다. 나는 그녀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전율케 하는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안다"

이 말로 인해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이 앙숙이 되었고, 신디 로퍼의 앨범 와 마돈나의 는 이른바 'True' 전쟁을 치러야만 했다. 그런데 그 전쟁에서 승리자는 마돈나였다. 마돈나는 자신의 인기를 이어갔지만 신디 로퍼는 앨범의 실패와 함께 서서히 대중에게서 멀어져갔다.

소녀는 단지 웃고 싶을 뿐이에요!

그래서 그녀는 '반짝 스타'로 사람들 기억 속에 각인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며 전 세계 팝계를 주무르는 마돈나는 '영원한 디바'로 추앙받고 있는 상황이다.

신디 로퍼는 자신의 첫 번째 앨범 성공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녹음하는 과정 그 자체가 즐겁고, 나 자신도 프로듀서로 참가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을 했다는 자체만으로 만족합니다."

즉 그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앨범에 담았고, 그것은 2집 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단지, 그녀는 2집에서 자신의 옛 향수를 떠올리며, 과거에 자신이 좋아했던 노래 스타일을 담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은 1집보다 한결 음악적으로 차분해진 음악을 들고 2집으로 컴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녀의 2집 앨범은 성공하지 못했다. 너무나 확연히 바뀌어버린 그녀의 스타일에 대중들은 적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신디 로퍼가 대중에게서 멀어진 크나큰 이유는 80년대 당시 미국 주류 문화 코드를 포착해내지 못했던 점이다. 미국의 80년대 음악은 라디오에서 비디오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형태의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하던 때였다. 즉 영상문화가 대세를 이루며 비록 그레미 시상식에서 마돈나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MTV는 마돈나를 인정해 주었다.

결국 그러한 영상문화를 마돈나는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선도해 나가 성공했지만 신디 로퍼는 그러한 영상문화를 활용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 신디 로퍼가 1집에서 성공을 거둔 이유는 그녀의 요란한 복장과 반항적인 태도, 신선한(당시로서는) 뮤직비디오가 한 몫을 했다.

그런 그녀가 갑작스레 진정한 아티스트로서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대중들은 그녀보다 마돈나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내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신디 로퍼는 실망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음반으로 풀어갔다.

그래서 현재 팝 디바로서 대중을 선도하는 자리에 마돈나가 있다면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특정 집단에게서 추앙받는 아티스트로서 신디 로퍼가 자리하고 있다. 물론 마돈나 또한 거듭 변신을 꾀하며 드디어 그래미 시상식에서도 인정받아 아티스트로서 군림하지만 신디 로퍼는 마돈나와 달리 그녀가 부른 노래처럼 단지 웃고 싶었을 뿐이다.

패미니스트로서 신디 로퍼

그 가운데 마돈나와 또 다른 장외대결이 있었다. 바로 패미니스트로서 대결인데, 이 부분에서도 신디 로퍼가 왜 대중들에게 멀어졌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코드가 담겨 있다. 마돈나는 누드집을 내며, 억압받던 여성의 성을 해방시키고, 하위문화 집단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선정성 논란 위에 스스로 올라섰다.

하지만 신디 로퍼는 패미니스트를 자청했지만 성 해방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녀가 2집에 담은 'Boy Blue'에서 미국의 아이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노래한 것처럼 그녀는 여성으로서 성의 해방보다는 미국의 사회 전반적인 문제를 이야기로 다루어왔다.

같은 패미니즘 성향을 지닌 두 사람이었지만 신디 로퍼와 마돈나는 확연한 차별성을 띠며 서로의 길을 걸어왔다. 마돈나의 'Like a virgin'처럼 '마음만 처녀 같으면 되는 것이지 몸까지 처녀일 필요가 없다'는 보다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하지 않았던 신디 로퍼는 당연히 대중들을 선도할 힘을 잃어갈 수밖에 없었다. 대중들은 보다 직접적이고 시각적인 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향으로 인해 신디 로퍼는 90년대, 2000년대를 지나 거듭 자신의 노래를 변화시킴과 동시에 특정 소수집단의 디바로 군림하게 되었다. 비록 대중들에게는 멀어졌고 마돈나와 대결에서 패배했지만 그녀의 노래 인생 전체를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간 것이며, 동성애자 올림픽에서 무지개 색 자유여신상을 입고 피아노 위에 누워 독특한 음색을 뿜어내고 있는 모습을 본 이들이라면 역시 '신디 로퍼'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즉 그녀가 대중이 아닌 진정한 아티스트로서의 길을 선택하고, 콘서트와 길거리 공연에서 여전히 자신의 독특한 음색을 5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전쟁을 치르며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녀는 진정한 아티스트로서 최고의 음악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True Colors'가 광고음악으로 여전히 활용되며, 세기의 음악에서 신디 로퍼의 노래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것을 볼 때 대중에게서 반쯤 멀어졌지만 대중들은 반쯤 그녀의 영향권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50대의 성숙미로 여전히 파워 넘치고, 자신의 음악 세계를 펼치는 그녀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신디 로퍼, #마돈나, #TRUE 전쟁, #패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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