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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것들은 너무 자기 밖에 몰라. 우리 어렸을(젊었을) 때는 말야…"

당신의 입에서 이 말이 나온다면, 당신도 '나이든'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심지어 고대 그리스 사람들도 했다는 설이 있죠.

세월이 흐르면 가치관이 변할 수도 있다는 것, 이걸 인정하는 게 핵심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인격형성기를 보냈던 시절의 가치관으로 세상을 판단하죠. 소위 세대차이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존경받을 수 있는 어른이란, 과거의 가치관 중 올바른 것을 집어내서 새롭게 변한 가치관과 조화해 젊은이들에게 전할 수 있는 어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저런 얘기는 일방적으로 안하는 게 좋습니다. 그 시대에는 그 시대의 가치관과 감성이 있지만, 지금 시대에는 지금 시대의 가치관과 감성이 있습니다. 미래에는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죠. 변하는 건 당연한 겁니다.

"학생은 학교의 주인?"

학교청소 문제, 이거 언젠가는 이슈화될 줄 알았습니다. 15일 한 중앙일간지가 쓴 학교청소 문제가 포털사이트에 올라 가장 많이 본 뉴스에 오르면서 댓글만 2500여개 가량 달릴 정도로 반향을 일으켰으니 말이죠. 해당 기사에선 학생들에게 강제로 청소를 시키는 것이 인권 침해이자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금은 제가 학생이었던 1990년대 후반과는 또 다른 시대죠. "학생은 학교의 주인"이니 하는 뻔한 얘기는 그때도 안통했는데, 지금이라고 통하겠습니까? 더 안통할 것입니다.

물론 "학생은 학교의 주인"이라는 명목은, 어느 정도는 통하는 일면이 있습니다. 쓰레기를 교실 바닥에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는 식의 자발적인 질서 유지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강조할 필요가 있거든요.

하지만, 이 명목은 부작용이 더 큰 편이죠. 사실 교내에는 학생들에 대한 부당한 '노동 착취(?)'가 만연해 있었는데, 아직까지 그럴 줄은 미처 몰랐기 때문에 흥미롭게 들립니다.

교실이나 복도 청소는, 이기적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요즘 아이들도 충분히 납득할 것입니다. 어쨌든 자신이 매일 생활하고 공부하는 공간입니다. 그런 공간에 대한 청소는 요즘 아이들이 납득할 겁니다.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복도나 운동장, 음악실 등의 '특별구역청소'라고 할 수 있는데, 요즘 아이들은 대놓고 저항하나 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특정 학급에 지나친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는 이 정도의 청소는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합니다. 이런 공간도 어쨌든 본인들이 활용하는 공간인 만큼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구역청소'를 학급에 적절히 분배시키는 학교 측의 지혜가 중요하겠죠. 누구나 하기 싫어하는 구역이라면 특히 더 그럴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청소를 시키는 교사들의 생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요즘 아이들한테, 명령조로 '해라 마라' 하면 안듣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가치관이 달라졌어요. 선생이 시킨다고 무조건 하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어떤 선생님은 "선풍기 청소 좀 해라"라고 했다가 "사전 통보되지 않은 청소를 왜 내가 하느냐"는 아이들의 항의를 들었나 봅니다.

이 선생님은 "방과 후 옆반 교사와 함께 직접 선풍기를 닦아야 했다. 아이들의 공동체 의식이 떨어지고 학원을 핑계로 학교에서 급히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아 점점 청소를 시키기 어렵다. 이러다 교사들이 교실 청소를 도맡아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고 했는데, 본인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대화의 기술을 아는 선생님이라면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저기 선풍기 날개에 너무 먼지가 많네. 아무래도 좀 닦아야겠네? 선생님하고 같이 선풍기 날개 닦을 사람 없니?

선풍기 날개 닦는데 1시간이 걸립니까? 2시간이 걸립니까? 선생님이 앞장서서 하겠다면, 최소한 한두 명 정도는 도와드리겠다고 나설 겁니다. "요즘 애들이 그걸 돕겠느냐"는 이야기를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전 그래도 믿어보겠습니다. 설마 그 '한두 명'이 없겠습니까?

교육청 장학사가 바라보는 학교, 과연 '현실'일까?

그리고 같이 생각해볼 것 하나. 아이들이 왜 "청소해라"라는 선생님의 말을 듣지 않을까요? 간단합니다. 교무실 청소마저도 아이들을 시킨다고 하네요. 이런 판국에 "너희들이 쓰는 공간은 너희가 청소해야 한다"는 말이 먹힐 리가 없죠. 아이들, 바보 아니에요.

솔선수범하세요. 주변의 간단한 책상 정리 정도는 본인이 하세요. 아이들이 교무실에서 열심히 쓸고 닦고 있는데, 책상에 다리 올려놓고 쓰레기통을 비워주네 마네 하는 분도 있다는군요.

그래서야 애들이 말 듣겠습니까? 선생님이라면 모범이 돼야죠. 그런 작은 일부터 모범을 보이는 분이 진짜 선생님입니다.

또 한가지 있습니다. 전 요즘은 안그러겠지 싶었는데, 아직도 교육청에서 장학사가 오면 학교가 다 난리난다죠? 아이들 죄다 동원해서 손이 미치지 않는 데가 없을 정도로 박박 닦아내는 모습, 그런 풍토가 요즘도 있다는군요.

교육청 장학사 여러분, 여러분들이 보시는 모습은 '현실'이 아닙니다. 선생님들도 양복이나 정장 쫙 빼입고, 평소에 하지도 않아서 너무 어색한 토의 수업이나 자료 활용 수업. 그거 다 현실이 아닙니다. 청결한 청소상태, 그것도 '현실'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의 일선학교 방문을 골치 아픈 통과의례로 여길 수밖에 없는 학생들의 '특별한 청소' 덕분에 그리 보이는 거죠. 학생들의, 당신들에 대한 투덜투덜 뒷담화가 들리지 않으십니까? 저도 정말 많이 했는데, 못들으셨나 봅니다.

일선학교의 현실을 보려면, '불시에'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점심시간 이후 5교시 수업 때 꾸벅꾸벅 조는 아이들의 모습도 한번 보셔야 됩니다.

그리고 참고서를 그대로 읽는다는 식의 부실한 수업 방식으로 가르치는 일부 선생님의 모습도 좀 직접 보시길 바랍니다. 아이들이 교무실 청소하고 있는데, 책상 위에 다리 올려놓고 쓰레기통 내미는 선생님의 모습도 직접 보시길 바랍니다.

공무원 사회를 비판할 때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전시행정'이라는 건데요. '교육청 장학사들의 일선학교 파견' 때가 '전시행정'의 극치일 겁니다.

자라나는 학생들이 배우는 최초의, 그리고 가장 만연한 '전시행정'이죠. 사실 이런 거부터 시정해야 되는 겁니다.

선생님, 참 어려운 직업입니다. 모범이 돼야 하기 때문이죠.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선택하기만 하면 되는 직업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선생님의 말에 공공연하게 대들 때, 이유가 있을 수도 있어요.

아이들에게 뭔가를 시킬 때는, 솔선수범하고 불의에는 먼저 나설 수도 있는 그런 선생님도 있었으면 합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가 왜 걸작이 됐겠습니까?

거기에 나오는 '키팅 선생님(로빈 윌리엄스)'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캐릭터로부터 어느 정도 배워 실천할 수 있는 선생님도 있어야죠. 그 영화, 그런 이유로 만들어졌을 수도 있는 겁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학교 청소, #질서 유지, #노동 착취, #장학사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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