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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메기떡을 만드는 김을정 할머니와 강경순 전수자
ⓒ 정희종
전국에 있는 유명한 산이나 계곡 등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관광지에 있는 식당에 가면 '조껍데기술'이라고 판매하는 술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좁쌀 껍데기로 술을 만들 수는 없다. 이는 좁쌀막걸리를 재미있게 말한 것뿐이다. 좁쌀막걸리도 원래부터 있던 말이 아니며 정확한 단어는 '오메기술'이다.

좁쌀막걸리 원조는 제주 오메기술

좁쌀막걸리의 원조는 제주도이다. 제주도가 관광지로 유명해지면서 좁쌀로 만든 막걸리가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다른 지방으로 퍼져 나가 지금은 전국 어디에서나 좁쌀막걸리를 찾아볼 수 있다.

▲ 차좁쌀 가루로 만든 오메기 떡
ⓒ 정희종
제주도는 화산섬으로서 토양 자체가 화산회토이고 물이 잘 빠져서 예로부터 벼농사를 지을 수 없는 곳이었다. 예전에 제주도 사람들의 주요 식량은 조와 보리였다.

그중에서도 조는 제주도 내 토양이 비옥한 곳이면 어디에서든 농사를 지었으며, 제주사람들의 주요 식량이었다. 따라서 조를 중심으로 한 문화가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탁주와 청주도 좁쌀로 만들었다.

특히 차좁쌀로 만든 오메기떡을 별미로 많이 만들어 먹었는데, 오메기떡으로 만든 막걸리가 바로 오메기술이다. 오메기술과 좁쌀막걸리의 가장 큰 차이는 오메기술은 오메기떡을 직접 손으로 만든 다음에 그것을 이용하여 술을 만드는 반면, 좁쌀막걸리는 좁쌀을 기계로 쪄서 술을 만드는 데에 있다.

예전에 제주사람들은 집집마다 오메기술을 만들어서 잔치나 제사 등 크고 작은 집안 행사나 명절 때 사용하였는데, 지금은 옛 전통 방식대로 오메기술을 만드는 집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지금도 좁쌀막걸리는 대량으로 생산되어 일반 음식점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오메기술'은 기능 보유자에게 주문 제작해야만 맛을 볼 수 있다.

김을정 할머니 모녀 오메기술 명맥 이어

'오메기술'은 제주도 무형문화재 3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성읍민속마을에서 예전부터 오메기술을 만들어 온 김을정(83) 할머니가 기능보유자로 지정되어 있고, 딸인 강경순씨가 전수자가 되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김을정 할머니는 직접 농사를 지어서 수확한 차좁쌀로 오메기술을 만들고 있다.

▲ 오메기술 만드는 재료와 도구들. 대바구니에 담긴 누룩과 키에 담긴 차좁쌀.
ⓒ 정희종

만드는 과정은 먼저 차좁쌀을 갈아서 가루로 만든 다음 뜨거운 물을 부으면서 반죽하여 동그랗고 납작한 모양의 오메기떡을 만든다. 끓는 물에 넣어서 떡이 물 위로 떠오를 때까지 저어주면서 삶는다. 익은 떡이 물 위로 떠오르면 차례로 건져낸다.

익은 오메기떡은 손이나 주걱으로 문질러 으깨야 하는데, 떡이 식어 버리면 잘 안 풀리므로 뜨거운 상태에서 물을 적시며 문질러 골고루 으깬다. 차좁쌀로 만들기 때문에 매우 찰져서 쉽게 으깨지지 않는 특성이 있어서 으깨는 작업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

▲ 삶아낸 오메기떡을 다시 으깨는 과정
ⓒ 정희종
으깬 떡에 누룩가루를 넣으면서 골고루 섞이도록 물을 부으면서 잘 반죽하고 적당량의 물을 붓고 항아리에 옮겨 담는다. 하루에 4~5번씩 저어주면서 발효시키는데, 처음에는 우유빛깔을 띠다가 4~5일 지나면 약간 검은 빛을 띠는 노란색으로 변한다.

▲ 으깬 오메기떡에 누룩과 물을 섞어서 반죽하여 술을 만든다
ⓒ 정희종

일주일쯤 지나면 위에는 맑은 웃국이 뜨고, 밑에는 탁한 찌꺼기가 가라앉는다. 윗부분을 청주라 하여 고급으로 쳐 따로 병에 담았다가 제사 때 사용하고, 밑에 가라앉은 알국을 떠내어 체로 쳐낸 것이 탁배기라고 하여 평소에 고된 농사일을 끝내고 돌아와서 한 대접씩 들이키면서 피로를 풀곤 했다.

오메기술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인공 감미료의 맛이 전혀 나지 않으며, 처음에는 시큼하면서도 텁텁하지만 계속 음미하다 보면 차좁쌀의 진한 향기와 오묘한 맛을 느낄 수 있다.

▲ 왼쪽은 처음 만든 술, 오른쪽은 만든 지 나흘된 오메기술
ⓒ 정희종

제주민속촌박물관에서는 제주도의 전통 민속주인 무형문화재 '오메기술' 제작 체험 및 무료 시음 행사를 7월 14일부터 7월 17일까지 연다. 오메기술 기능보유자인 김을정 할머니와 전수자인 강경순씨가 직접 오메기떡과 술을 만드는데,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제주도의 전통 민속주를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으며, 또한 원하면 직접 오메기떡을 만들고 술을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다.

태그:#제주도, #오메기술, #제주민속촌박물관, #김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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