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종합 검진을 수차례 받고, 병원을 여기저기 다녔는데도 전혀 알지 못했죠. 일반 혈액 검사로는 절대 나타나지 않습니다. 저도 무슨 병인지 모르고 5년간 고생하다가 겨우 브루셀라병으로 진단을 받았으니까요."

▲ 브루셀라병은 감염된 소와의 접촉으로 걸립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지난 2003년 브루셀라병(brucellosis)으로 확진되어 치료를 받았던 수의사 김 아무개(47) 원장은 브루셀라병을 진단받기까지 겪은 일들입니다.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브루셀라병은 가축을 키우는 농민들에게는 공포의 질병입니다. 특히 소를 키우는 농가는 브루셀라 질병이 발생하면 소들을 강제로 살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재산상의 손실도 이만저만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인체에 감염된다면 김 원장과 같이 수년간 원인모를 증상으로 병원을 전전하며 진단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중고를 겪게 됩니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지난 2002년 살균 처리되지 않은 우유를 마시고 첫 환자가 보고된 이후로 ▲2003년 16명 ▲2004년 47명 ▲2005년 158명 ▲2006년 215명이 발생했고, 2007년 6월 9일 기준으로 누계환자가 499명인 것으로 조사돼 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수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브루셀라병은 소·돼지·염소·개 등에서 발병하는 2종 가축전염병이자, 사람에게도 전염되는 제3군 법정 전염병으로 등록되어 국가 관리의 중점 대상이 되고 있는 인수공통전염병입니다. 가축이 감염되면 암컷은 유산·사산·불임이 되고, 수컷은 고환염·뒷다리 마비 등의 증세를 보입니다.

비특이적 증상에 의해 진단과 치료 늦어져

"난산으로 고생하는 암소의 자궁에서 송아지를 맨손으로 꺼내다가 걸린 것 같습니다."

김 원장은 브루셀라병에 걸리게 된 원인으로 보호 장구 없이 송아지를 꺼내다가 전염된 것이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는 "일반인들에게는 의아할 수도 있지만, 보호 장구를 착용하면 손이 자궁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많은 수의사들이 이런 방법으로 송아지를 꺼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브루셀라병이 인체에 감염되는 원인으로는 김 원장과 같이 감염된 가축의 혈액·태반·소변·우유 등을 통해 상처가 난 피부나 결막을 통해 전염되거나 오염된 우유나 살균되지 않은 유제품을 섭취할 때 사람에게 전파됩니다. 이렇듯 브루셀라병에 감염된 사람들은 대부분 수의사나 실험실 연구자·축산업자·육류가공업자 등 소와 친밀한 접촉이 있었던 환자가 대부분입니다.

"피곤하고 머리가 아프며 지속적인 감기증상이 있었는데, 감기약을 먹어도 호전되지를 않았죠. 100m만 걸어도 피곤했고, 모든 일에 의욕이 없었어요. 어깨 주위의 근육통도 심했고, 눈을 뜨고 감는 것이 힘들 정도로 눈이 아팠지요. 관절통도 심했고, 뒷골이 당겨 뇌졸중 초기로 의심을 하기도 했고요. 그 땐 내 몸이 종합병원이었습니다."

김 원장은 끔찍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질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브루셀라병의 증상은 이와 같이 매우 비특이적입니다. 일단 사람이 브루셀라병에 감염되면 2~4주, 심지어는 수개월의 잠복기를 거쳐 발열·오한·두통 등 감기증상이 나타납니다. 이에 맞는 치료가 선행되지 않으면 관절통·골수염·체중감소·전신통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발열이 불규칙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파상열'이라고도 불리는데, 치료하지 않을 경우 심내막염(endocarditis)으로 2% 정도에서 사망을 할 수도 있는 위험한 질병입니다.

김 원장이 진단을 받기까지 5년이란 시간이 걸린 것과 같이 브루셀라병을 진단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창섭 전북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브루셀라병은 특이적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일단 병을 의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역학적으로 이 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감기와 같은 증상이 오래간다면 브루셀라병에 대해 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진단은 혈액이나 골수 등의 조직을 채취한 후 배양하여 균을 검출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방법이기 때문에 진단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임상적으로 브루셀라병이 의심된다면 반드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1년 가까이 약을 먹었는데 많이 힘들었죠."

사람에게 발병하는 브루셀라병은 조기에 발견한다면 치료 기간은 대개 6주 정도면 됩니다. 그러나 김 원장과 같이 뒤늦게 병을 발견하게 된다면 상당기간 약을 복용해야 했습니다. 특히 심내막염이나 골수염 등이 동반될 경우 6주 이상 약을 복용해야 하며, 완치 판정을 받을 때까지 혈액 검사 등을 통해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소 브루셀라병의 빠른 퇴치가 가장 확실한 예방법

▲ 브루셀라병이 의심되는 소를 먹게 될 경우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이창섭 교수는 "아직 소 육회와 같이 생고기를 먹고 브루셀라병에 걸렸다는 보고는 없지만 개연성은 있다"며 "브루셀라병이 의심되는 소를 먹게 될 경우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이 교수는 "(브루셀라병에 걸린 사람과) 성 접촉이나 골수 이식 등을 통해 전염되었다는 보고가 외국에서 있었다"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전파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교수는 "브루셀라병에 대한 예방 백신은 아직 없다"며 "일반인들은 멸균이 되지 않는 우유나 치즈를 섭취하지 말고, 브루셀라병이 있는 가축과 접촉을 하지 말아야 하며, 의심이 되는 환자는 조기 진단을 통해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현재 축산업계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도 인수(人獸) 공통 전염병인 브루셀라병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소 브루셀라병의 조속한 퇴치와 예방으로 하루빨리 우리 쇠고기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의성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태그:#브루셀라병, #소, #감염, #수의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