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유난히 모기가 좋아하는 산성체질인지 다른 사람보다 물 것을 많이 타는 내게 여름은 모기와의 한판 전쟁을 각오해야 하는 비장한 계절이다. 집에 전자 모기매트며 회오리 모양의 태우는 모기향이며 뿌리고 바르는 모기약까지 구비해 놓고 살지만 어쩌다 모기에게 헌혈을 하지 않는 날은 승리의 환호성을 질러야 할 판이다. 아, 비참한 인생이여!

한여름 두 세 시에 모기와 전쟁을 벌이느라 한 달에도 몇 번씩 한밤을 꼬박 새운 적도 있으니 모기가 어찌 나의 평생의 적이 아닐쏘냐.

▲ 모기는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구석구석 공격을 한다.
ⓒ 이명옥
시골 모기는 도시 모기보다 지독하다더니 난생 처음 간 김해에서 만난 모기는 그 말이 사실임을 입증해 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단 하룻밤 사이에 양팔과 다리를 용천배기로 만들어 버렸으니 말이다. 거금을 들여 KTX와 택시까지 타고 가서 강제로 경상도 김해의 모기들에게 헌혈당한 비참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 '마산 아구할매' 임나혜숙씨의 이야기를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듣다보니 모기에게 마음껏 헌혈을 해야 했다.
ⓒ 이명옥
7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김해에서는 가야국 시조인 김수로왕의 부인인 허황후를 만나는 성인지 감성 투어가 진행되었다. 구포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부산 직통을 타게 되어 부산에서 택시를 타고 김해로 가야만 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경상도 김해인데 만찬이 베풀어진 클레이 아크 미술관 앞에서부터 모기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할 수 없이 아까운 피를 헌혈하고는 숙소인 한옥의 집으로 이동했다. 한옥의 집은 최근에 지어진 깨끗한 건물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청천병력같은 소리인가? 한옥의 집을 운영하는 분이 미안한 얼굴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 저렇게 우아한 한옥에서 무참하게 모기에게 공격을 당했다
ⓒ 이명옥
"우리 한옥의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희는 새로 지은 집이라 모든 환경에 큰 불편은 없으실 겁니다. 단 한 가지 단점이라면 모기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입니다. 각방마다 전자 모기향을 피워놓았고 태우는 모기향, 뿌리는 모기약, 바르는 모기약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드나드실 때 반드시 문을 꼭 닫아 주시고 그래도 잘 물리시는 분은 바르는 모기약을 바르고 주무세요."

모기가 유난히 사랑하는 체질인 내가 그 말을 듣는 순간 '드디어 올 것이 왔군!'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온갖 주의 사항을 꼼꼼하게 지킨 후 잠자리에 들었다

첫 번째 방안을 드나들 때 정신을 바짝 차리고 문을 꼭꼭 닫았다. 두 번째 땀 냄새를 없애려고 비누를 사용하지 않고 물로만 샤워를 했다. 모기는 땀 냄새와 화장품 냄새 등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사방의 벽에서 떨어진 정 가운데 잠자리를 잡았다. 벽 가까운 곳에서 모기에게 물리는 확률이 훨씬 더 높다고 했기 때문이다.

자정쯤 거실과 양 옆방 등 세 공간에 총 12명이 자리를 잡았기에 우리 방엔 4명이 자게 되었다. 모두 여행으로 피곤한지라 샤워를 끝낸 후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깜박 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이불 속이 근질근질 거리는 것이 아닌가? 분명 모기의 습격이었다.

집이라면 당장에 불을 켜고 모기와 한판 혈투를 벌이겠지만 가운데 자리를 잡고 일어나 방을 나갈 수도 없고 초면인 3명에게 방해가 될까봐 몸만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는데 정말 고문이 따로 없었다.

▲ 모기에게 비참하게 당한 내 다리
ⓒ 이명옥
일어나지도 못하고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썼다, 몸을 이리저리 뒤틀며 어찌어찌 잠을 청하는 이 비참함이여! 겨우 잠이 들었다가 6시 20분경에 잠에서 깼는데 팔과 다리에는 이미 처참한 공격의 흔적만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외지인이라고 모기까지 텃세를 하나? 난 일방적으로 맥없이 판정패를 당하는 쓰라린
기억과 패배의 상처만을 가득 안고 돌아와야 했다.

어휴, 무슨 좋은 일 한다고 먼 경상도까지 가서 '갱상도' 모기에게 강제 헌혈을 당하고 온단 말인가? 나는 정말 모기가 싫다!

덧붙이는 글 | 여름 불청객 '모기'를 말한다  공모글입니다.


태그:#모기, #경상도, #모기향, #체질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