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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까지만 해도 '올해 내신 반영비율을 대학들이 약속한 대로 50%까지 반영해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 제재가 불가피하다'던 교육부다. 그러나 사립대학총장협의회(6월 29일)와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7월 2일)가 잇따라 성명을 내고 집단 반발하자 "내신 반영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데 합의"했다며 교육부장관은 한 발 물러섰다. 며칠 전만 해도 "절대 타협은 있을 수 없다"던 교육부다. "원칙대로 하면 될 일"이니 "대학이 고교 선생님의 평가를 무시하고 선발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경우 공교육이 무너진다"는 말은 '헛소리'가 되고 말았다.

공교육을 살리겠다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던 교육부도 그렇지만 학문을 한다는 대학도 양심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자기 대학에 우수학생을 뽑아가기 위해 초·중등학교의 교육을 포기하라는 선전포고를 할 수 있는가? 말이 좋아 "정부는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야 하며 행정ㆍ재정적 지원과 대학입시를 연계하지 말라"지만 이건 솔직히 협박이요, 대국민 선전 포고다. 그렇게 '법대로…' 원칙을 좋아하던 교육부가 대학의 집단행동에는 왜 이렇게 초라하고 무기력하게 물러서는가? 교육부를 믿고 있던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허탈감과 배신감에 분노하는 소리는 들지 않는가?

교육부와 대학! '대학들의 요구를 전격 수용해 올해 학생부 반영비율 50%를 고집하지 않고 연차적으로 반영률을 높여 나가기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합의했다'고 교육부가 항복 선언을 한 이유가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대학은 고등학교가 제출한 성적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과 우수집단 학생인 특목고 학생들을 뽑아가겠다는 것이다. 왜 교육부가 대학의 집단행동에 강경입장을 취하지 못하고 한 달도 못 버텨 꼬리를 내렸을까? 약점이 있는 사람은 큰소리를 칠 수 없다. 대학이 그렇다.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이 교육부니까 대학에 큰 소리치지 못하고 물러선 건 당연하다.

수요자 중심이니 수월성 추구라는 신자유주의 교육을 하자고 한 것은 교육부다. 특목고를 만들고 영재교육을 시켜야 국제경쟁력에서 살아남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당사자도 교육부다. 교육부와 함께 교육부의 장단에 춤을 추던 대학이 교육부가 어느 날 갑자기 '공교육 살리기'라는 수월성 포기 카드를 내놓자 '어명대로 하겠나이다' 할 리 없다. '왜 당신네들이 주장하던 수월성 교육을 충실히 하고 있는데 이제 와서 딴소리냐?'는 거다. 교육부와 대학의 싸움은 누가 옳고 누가 틀렸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공교육을 황폐화시킨 당사자들의 힘겨루기에서 교육부가 패배한 것뿐이다.

교육부와 대학 싸움의 핵심은 무엇인가? 따지고 보면 이번 싸움은 교육부가 마련한 불씨에 대학이 불을 지핀 것이고 교육부가 힘에 밀려 판정패를 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교육부와 대학은 한통속이다. 같은 신자유주의에 바탕을 두고 정책을 세우고 대학이 함께 했다. 그런데 왜 느닷없이 교육부가 공교육을 살리자고 배신(?)을 한 것일까? 사실 내신이 무력화되면 정권의 위기가 온다는 사실을 교육부가 계산한 것이다.

지금도 '교실이 무너졌다'느니 '교육의 위기'니 '교육부를 해체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판인데 이 상태에서 대학의 '내신반영비율 1~4등급 만점 처리'는 학교가 있어야 할 필요성을 부정하는 소리다. '공교육 정상화'냐, '대학의 자율권 보장'이냐? 교육부로서는 대학의 요구를 들어주면 학교가 무너지고 대학의 저항에 칼을 뽑았지만 사흘도 못 가 백기를 든 것이다.

사람 죽여놓고 '자유다!' 할 수 있나? 대학이 주장하는 선택권이니 자율이란 뭔가? 우수 학생을 뽑겠다면서 본고사를 주장하다 교육부가 반대하니까 학교에서 배우지도 않은 논술인가 뭔가 만들어 학부모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하고 사교육을 배 불린 게 누군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 서울대조차 내신 1~2등급을 만점처리하는 속을 보이다가 교육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내신 반영비율을 높이라니까 사립대학과 함께 집단행동에 나선 것 아닌가?

교육부의 공교육 정상화라는 소리도 웃기기는 마찬가지다. 교육부가 언제 공공성을 원칙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해 온 일이 있나? 전교조가 교육의 공공성을 확립하자고 수 없이 주장할 때는 쇠 귀에 경 읽듯 들은 채도 않더니 대학이 내신을 무시하니까 공교육 정상화라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음식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은 재판도 없이 처형해야 돼' 이게 보통사람들의 정서다, 그렇다면 한 인간의 삶을 좌우하는 교육을 놓고 장난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함께 사는 사회에서 원칙이 무너진다는 것은 사회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다. 원칙을 세우고 지켜야 할 정부가 신뢰를 잃는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위협받고 있다는 뜻이다.

죽어가는 사람은 살려 놓고 볼 일이다. 병원비가 없으니까 죽어도 좋다는 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돈이 없어도 사람부터 살려놓고 보자는 게 공공성이다. 의료와 교육은 시장에 맡겨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제 더 이상 이중적인 양다리 걸치기를 끝내야 한다. 공공성 편에 서든 아니면 힘의 논리인 시장 논리 편에 서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수험생과 학부모가 없을 것 아닌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와 김용택과 함께하는 참교육이야기(http://chamstory.net/)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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