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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대선이 이제 6개월 남았다. 이미 치열하게 공방을 전개해온 선두권 후보들은 물론이고, 그 동안 언급되었던 잠재 후보들도 바야흐로 공식적인 경쟁의 장으로 하나 둘 뛰어드는 모습이다. 남은 6개월 동안 어떤 상황이 전개될 것인가? 이미 어느 정도 정해진 판세가 과연 뒤바뀔 수 있을까? 이번에도 역전의 드라마가 펼쳐질 것인가? 대선 레이스를 어떤 관점으로 감상하면 좀 더 재미있을까?

경쟁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할 것이고, 더욱이 정치현실과 연계된 상황은 상당히 복잡 미묘할 것이지만, 여기서는 이를 약간 단순화하여 ‘경쟁과 마케팅’ 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려 한다. 사안이 복잡할수록 단순화하여 보라고 하지 않던가? 거시적인 단순화 관점은 분명 유용하고 효과적인 상황판단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본다. 레이스 중에 발생할 지도 모르는 중대하고 치명적인 돌발변수는 일단 논외로 하고, 후보의 범위도 현재 선두인 후보와 나머지 후보군으로 단순화하여 보도록 하자.

관전의 주요 포인트는 이런 것이다. 지금까지의 선두가 계속 유지될 것인가, 아니면 뒤바뀔 것인가? 선두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마케팅 포인트는 무엇이고, 선두유지 전략에서 실수할 가능성은 어떤 것인가? 뒤처져 있는 후보들의 역전 가능성은 얼마나 되고, 상황을 반전시킬만한 전략과 시대가 요구하는 패러다임은 어떤 것인가?

마케팅 관점에서 볼 때, 일등 브랜드가 일등 자리를 놓치는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일등 브랜드가 일등으로서의 핵심 포인트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 강화하는 한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등도 가끔 실수를 한다. 일등을 가능케 한 핵심 포인트를 망각하고 간혹 엉뚱한 방향을 취할 때가 그렇다. 실수가 크면 일등 자리도 뒤바뀔 수 있다.

시장에서 브랜드의 순위 경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역시 현재의 일등 브랜드다. 그것이 상황판단을 잘못해서 실수를 하지 않는 한, 단기간에 순위가 뒤바뀌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먼저, 현재의 일등인 이명박 후보를 보도록 하자.

2002년 대선의 주요 패러다임은 정치문제였다. 왜곡과 부패로 얼룩진 패거리적인 정치문화구조를 뜯어고치자는 것이었다. 그런 패러다임을 유효적절하게 만들어내고, 이슈화하고, 이를 잘 활용한 사람 또는 그에 적합한 사람이 결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올해의 주요 패러다임은 경제문제다. 주요 언론에서 여론을 그렇게 몰아갔든 아니든, 적어도 지금까지 현상으로는 그렇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의식 속에는 정치문화가 어느 정도 개선되었다는 생각, 민주화가 상당히 정착되었다는 생각 등이 깔려있다.

이제 국민들에게는 경제적으로 잘사는 문제가 주요 관심사가 된 것이다. 바로 그런 경제문제의 패러다임이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데 작용하고 있고, 그 혜택의 중심에 서있는 사람이 바로 이 후보다. 정치전문가, 외교전문가, 법률전문가 등은 국민들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있다. 반면에 경제전문가는 국민들의 의식 속에서 핵심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고, 바로 그것이 이 후보를 일등으로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미 일등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 후보는 다른 누구보다도 유리한 고지를 점한 셈이다. 경제문제라고 하는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 한, 그 패러다임에 최적의 인물이 자신이라는 점을 한 순간이라도 놓치지 않는 한, 이 후보가 일등에서 밀려나기란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앞서 말했듯 치명적이고 중대한 돌발변수는 사전 예상이 곤란하므로 논외로 하자).

그렇다면 이 후보의 당선가능성은 고착화되는 것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위에서 말한 상황이 변화된다면, 다시 말해서 국민들 의식 속에서 경제문제가 아닌 다른 문제가 주요 패러다임으로 부각되거나 또는 마케팅전략에 있어 이 후보 스스로 경제문제를 벗어나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패러다임을 고정시키거나 변화시키는 것은 어느 누구 혼자의 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패러다임 속에서 자신의 브랜드가치를 유지, 강화하는 전략은 본인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섣부른 판단은 이르겠지만, 이 후보가 스스로의 브랜드가치를 경제문제 외로 확장하려는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전개되는 방식은 간단한데,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이명박이란 브랜드는 이미 경제문제에 있어서는 국민들 사이에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이명박=경제전문가’ 라는 브랜드가치가 정착되었으니 이제부터는 정치지도자로서의 자질을 부각시키도록 하자. 그러면 지지자들이 좀 더 늘어날 것이다. 차기 지도자는 정치를 잘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나오는데, CEO와 지자체의 장을 역임한 사람이 정치지도자로서의 자질에서 밀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위와 같은 예상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이 후보의 일등 자리는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이명박=정치지도자’ 라는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우는 순간 국민들은 혼란에 빠진다. ‘그는 경제전문가 아니었어? 정치지도자로서는 다른 사람에 비해 크게 나을게 없잖아?’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마치 BMW가 ‘BMW=드라이빙’ 이라는 건 이미 고객들에게 충분히 각인되었으니 앞으로는 ‘BMW=안전’ 이라는 콘셉트로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려고 시도하는 것과 같다. 고객은 ‘안전’하면 볼보를 떠올리게 되고, 이는 곧바로 BMW의 브랜드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후보로서는 현재의 경제문제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도록 그것을 최대의 이슈로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한다. 그러면서 경제문제 패러다임 안에서 자신의 브랜드가치를 지속적으로 유지, 강화해야 일등 자리를 고수해 나갈 수 있다.

위의 실수보다 큰 문제는 아니지만, 또 하나의 실수 가능성은 이런 것이다. 다른 후보들은 어떡하든 일등을 끌어내려야 하는 입장이다. 대선에서 이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니 일등인 이 후보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상황이 그러함에도 이 후보가 만약 상황판단을 잘못하거나 감정관리를 잘못하게 되면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모든 후보들이 다 함께 이 후보 한 명을 죽이려고 미쳐 날뛰고 있다’는 식의 발언은 실수의 한 사례이다. 자고로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람은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대응전략은 자신의 도량과 가치를 스스로 깎아 내리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만약 이 후보가 그런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면, 결국 경쟁자의 전략에 말려들게 될 것이다.

이제 하편에서는 나머지 후보들의 입장에서 관전 포인트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태그:#대선, #이명박, #관전포인트,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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