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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호와의 증인 신자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 <방문자>.

언제부터 군대를 가게 되었을까요? 아마 전쟁이 시작되면서부터이겠지요.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와 같은 국민징병제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김두식이 쓴 <평화의 얼굴>을 읽기 전까지 저는 막연하게 징병제의 역사가 족히 수천년은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징병제의 역사는 겨우 200여년 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1789년 프랑스가 세계 최초의 전국적인 강제징병제도를 도입하였으며, 그전에는 전 세계 어디에도 이와 같은 국가 차원의 강제징병제도가 없었다고 합니다.

김두식이 쓴 <평화의 얼굴>은 총을 들지 않을 자유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관하여 본격적으로 조명한 책이며, 2002년 3월에 출간되었던 <칼을 쳐서 보습을>을 대폭 수정 보완한 책입니다.

병역거부는 독립운동 or 범죄

▲ 김두식이 쓴 <평화의 얼굴> 겉 표지
ⓒ 교양인
한국인 최초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처벌을 받은 사람들은 1939년 일본에서 '등대사(여호와의 증인)' 사건으로 투옥된 옥응련과 최용원이라고 합니다. 당시 조선 등대사 지도자 문태순은 경찰에 체포되어 조사를 받으면서 평화주의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고 합니다.

"우리는 전쟁에 반대한다. 만약 우리가 전쟁에 나가서 상관으로부터 적병을 사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할지라도 이것은 여호와의 증인으로서는 못 할 일이다. 원수라도 인간인 이상 죽이면 안된다." - 본문 중에서

1930년대 말 일본 군국주의가 극에 달하여 대부분 민족주의 지식인들이 친일파로 바뀌고, 주류 기독교 지도자들이 신사참배에 앞장서던 시절에 대부분 교육을 받지 못하고 농업과 상업에 종사하던 등대사 회원들이 이같은 평화주의적인 입장을 고수하였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반전운동 사례는 후에 독립운동으로 인정받습니다만, 해방 후에 병역거부는 모두 범죄로 처벌받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기간중에는 남과 북에서 모두 비전투요원으로 근무하도록 배려를 받기도 하였으나, 1950년대 후반부터 병역거부자에 대한 법적 규제가 강화되기 시작하였습니다.

5·16 군사쿠데타 이후 처벌은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1974년 박정희 정권이 군 입영률 100% 달성 지시를 내림에 따라 병무청 직원들은 여호와의 증인들을 영장도 없이 강제로 군부대에 입소시키는 불법을 저지르기도 하였으며, 지속적인 탄압으로 안식교도들은 1975년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집총거부 포기 결정'을 하게 됩니다.

2002년 이후 집총거부 대신 입영거부를 선택한 여호와의 증인들이 군사재판 대신 법원에서 재판을 받으면서 1년 6월형이 정착되기 시작하였고, 2004년에는 무죄선고가 내려지기도 하였습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한 무자비한 처벌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처벌받은 사람은 1만 명이 넘고, 지금도 천명 가까운 젊은이들이 수감되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1년 6월로 형량이 줄었지만, 군사정권 하에서는 보통 3년 징역을 살았으며 무려 7년 6월의 징역을 살았던 사람도 있습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무자비한 처벌은 20세기 후반 이른바 '자유세계'에 속한 국가들 중 거의 유일한 경우에 속하며, 공산주의 붕괴 이전의 동독·체코·소련·쿠바 증과 함께 최악의 사례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 본문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휴전상태'이기 때문에 인정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공산권 종주국이었던 러시아(1988년)는 물론이고, 남북보다 더 치열한 대치 상태에 있는 이스라엘(건국 초기부터)이나 미국과 대치중인 쿠바(1994년), 중국과 대치중인 대만(2000년)의 경우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대체복무'가 인정되고 있다고 합니다.

기독교인인 지은이는 유독 우리나라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이 가혹한 처벌을 받는 이유는 그들이 주류기독교로부터 이른바 '이단'으로 지목된 여호와의 증인들과 안식교인들이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부르짖던 운동권집단도, 온건한 기독교 세력도 이들과 함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 여호와의 증인이나 안식교를 '이단'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점에 있어서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기독교 역사를 살펴보면, 정통과 이단을 구분하는 기준은 그들이 다수인가 아니면 소수인가에 의해서 결정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이단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기독교 내부의 문제임에도 우리 사회는 보수기독교단들이 내린 '이단' 규정을 받아들여 '사회적인 이단'으로 확대규정하였습니다.

"주류에 속한 특정 집단이 소수파를 '이단'으로 정의하는 순간, 사회 전체가 그 소수파를 '이단'으로 받아들이는 특이한 시스템이 구축된 것입니다. 반공·애국·기독교·독재정권 등이 일체를 이룬 주류 사회가 소수자를 억압하는 데 철저하게 결합해 있었음도 알 수 있습니다." - 본문 중에서

지은이 김두식 교수가 이 책의 모태가 되었던 <칼을 쳐서 보습을>을 쓴 이유도 병역대체법을 무조건 반대하는 보수적인 기독교 지도자들의 여러 가지 잘못과 오해를 바로잡기 위함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평화의 얼굴>에는 유독 기독교와 관련된 내용이 많이 나옵니다. 4장에서는 병역거부는 이단들이나 하는 짓이 아니며, 기독교는 이미 오래 전부터 병역거부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여러 자료를 통해서 확인시켜주고 있습니다. 또한 5장에서는 평화주의자로서 예수의 모습을 성서연구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독교 평화주의의 기초는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자신의 가르침을 온몸으로 실천한 그의 삶 자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기독 청년들에게 제발 잘 나가는 목사님 설교만 듣지 말고 성경을 읽으라고 권합니다." - 본문 중에서

지은이는 젊은이들이 성경만 제대로 읽으면 평화주의자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온갖 예화로 치장되어 듣기에는 쉽고 재미있지만 예수님의 가르침과는 거의 아무 상관없는 설교에 익숙해지면 정작 성경에서 가르치는 기독교의 본질에서 멀어지게 되기 쉽다는 것입니다.

예수도 병역거부자?

흔히 보수교단 목사들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이단'들이나 하는 것으로 말하고 있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기독교 지도자 중에도 젊은 시절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사례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밝히고 있습니다.

기독학생회(IVF)운동의 선구자가 된 '존 스토트' 목사는 젊은 시절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군 면제를 받았으며, 성공회 사제로 한국에서 평생을 보낸 '대천덕' 신부 역시 대체복무를 선택하였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기독교는 초기부터 황제에 대한 충성서약을 우상숭배로 보았기 때문에 그리고 산상수훈에 기초한 평화주의에 위반되었기 때문에 군대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초기 교회는 지금보다 훨씬 기준이 엄격해서 우상숭배에 참여하거나 배교하거나 살인에 가담한 사람들은 성찬식에 참여할 수 없었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은 군대에 자원하지 않았었다고 합니다.

교회가 평화주의를 포기하게 된 것은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기독교 공인 이후 권력을 누리게 되면서부터 평화주의를 고수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교회가 국가권력이 되어 국방 또는 통치를 하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은이는 성서를 여러 곳에서 기독교의 평화주의 교리를 찾아내어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지은이는 정당한 전쟁론에 대하여도 그 허구성을 파헤칩니다. 제6장에서 그는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가 난무하는 현대전쟁은 결코 정당할 수 없다고 합니다. 전쟁 동기가 아무리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전쟁방법이 정당하지 않기 때문에 정당한 전쟁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약 24만명의 무고한 목숨이 살상된 바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이루어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나 이라크 침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정당한 전쟁인 것처럼 위장하였지만, 사실은 정당하지 못한 전쟁이었다는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루어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사례와 다양하게 마련된 대체복무제도에 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특별히 전쟁 중이었던 1·2차 세계대전 그리고 베트남 전쟁 당시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운동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도 밝히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마틴 루터 킹 목사나 <스포크 육아법>으로 유명한 스포크 박사, 권투선수였던 무하마드 알리의 병역거부운동과 사례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형평에 맞는 대체복무제 도입 가능

아울러 대체복무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국내 입법 활동도 비교적 상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지은이는 대체복무제의 취지를 다음과 같이 역설하고 있습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게 대체복무제를 인정해주자는 것은 특혜를 주자는 것이 아니라 인력을 더 합리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입니다. 이들에게 대체복무를 인정하는 것이 형평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면, 형평에 맞는 대체복무 제도를 마련하면 됩니다." - 본문 중에서

대체로 애국심이 뛰어난 사람들이 대체복무를 반대하는데, 진정한 애국심은 남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지나친 관심을 갖지 않으며, 남이 어떻게 하든, 나는 내 할 의무를 다하는 것이 진정한 애국이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남의 자유를 지켜주기 위해, 내가 상당한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 것도 애국이라고 하였습니다.

지은이는 우리가 지키려고 하는 민주주의는 마음대로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자유, 믿고 싶은 종교를 마음대로 믿을 수 있는 자유, 양심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때문에 소중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평화주의'를 "전쟁에 반대하는 일련의 사상적 흐름 또는 종교적 믿음"이라고 정의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평화를 사랑하는 것, 마음의 평화 혹은 비폭력주의와는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평화를 위해 살인 병기를 잡지 않겠다고 하는 구체적인 평화를 실천하는 것은 위험한 일인 것입니다.

<평화의 얼굴>을 읽다 보면 평화를 단순히 말로 떠드는 것과 그 실천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강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는 평화로울 때 말로만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말로만 평화를 이야기하고 평화를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조금도 기울이지 않은 사람은 진정한 평화주의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평화를 위한 고난의 길'을 선택한 이 땅의 모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평화의 눈으로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을 둘러싼 숱한 오해와 편견이 봄눈처럼 녹아내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 <평화의 얼굴> 김두식 지음 - 교양인/ 355쪽, 1만4000원


평화의 얼굴 - 총을 들지 않을 자유와 양심의 명령

김두식 지음, 교양인(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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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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