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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은 경제영역에만 국한되어 적용되는 기법이 아니다. 정치인과 정치이슈는 일반인들로부터 지지를 끌어내야 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정치영역 역시 마케팅 기법이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마케팅의 핵심이 무엇인가? 브랜딩이다. 브랜딩은 무엇인가? 어떤 브랜드를 최대로(가능한 1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모든 수단과 노력이다. 여기까지는 아주 쉽다. 누구나 알고 있고, 누구나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이고, 이는 다시 두 단계의 문제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브랜드의 핵심가치를 파악하고 이를 차별화하는 작업이다. 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그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차별화전략은 무엇인지를 정하는 것이다. 마케팅을 어렴풋이나마 아는 사람(안타깝게도 이들 중에는 마케팅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이라면 여기까지도 별 무리 없이 소화해낼 수 있다. 마케팅에 관한 마인드가 부실한 사람은 여기서도 실수를 저지른다. 브랜드의 핵심가치 파악과 차별화전략을 세우지 못하는 것은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므로 장래를 기약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두 번째 단계와 관련된다. 그것은 이렇게 정립한 브랜드의 핵심가치를 얼마나 지속적이고 끈기 있게 전달하여 사람들에게 선두(또는 최고)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가의 문제이며, 또한, 각인된 이미지의 위상을 잘못된 방향전환으로 인해 잃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견고하게 유지하는가의 문제이다. 마케팅의 핵심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 문제와 관련하여 많은 실수를 저지른다.

참여정부평가포럼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나로서는 그것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지향하는 것인지 사실 잘 모른다. 다만, 그것이 참여정부와 관련 있다는 것,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대통령 노무현과 참여정부의 업적평가와 관련된 일을 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참평포럼 역시 국민의 지지를 필요로 할 것이고, 그것을 이끌어내는 방법론에 있어서 핵심적인 마케팅 포인트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의 문제는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고민해야 할 주요 주제일 것이다.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 그것을 두고 모 유명 작가는 정치의 혁명이라 말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당시 노무현을 지지한 사람들이 그에게 표를 주면서 희망했던 것은 무엇인가? 경제문제? 사회문제? 정치문제? 내가 이해하기로는 그 당시의 주요 테마는 정치문제였다. 정치문화를 바꾸는 것, 세력간 정쟁과 야합으로 구조화된 우리나라 정치문화를 바꿔보자는 것, 그것이 당시 정치영역에서의 패러다임이었고, 그 패러다임의 중심에 노무현이 있었다. 아니, 그 패러다임의 적임자로 국민들은 노무현을 선택한 것이고,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 ‘오픈프라이머리’라고 하는 수단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모 작가의 말대로 정치의 혁명으로 귀결되었다.

참평포럼이 노무현(또는 참여정부)의 업적평가에 있어 어느 분야에 핵심 방점을 찍을 것인가는 거기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판단에 달려있다. 만약 그들이 참여정부의 업적을 객관적인 사실에 입각하여 나열하고 이를 그저 역사적인 사실로서 기록하는 것에 머물고자 하는 것이라면, 마케팅에 관해 언급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러나,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참여정부의 업적에 관해 국민들에게 적극 알리고 더 나아가 어떤 지지를 끌어내고자 하는 의도라면, 이는 당연히 마케팅 관점에서 실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과 참여정부에 대해 국민에게 각인된 이미지가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그것에 핵심 방점을 찍는 일, 그것을 핵심 주제로 설정하고 일관되게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일, 그것이 바로 노무현이라는 브랜드와 국민이라는 고객 사이에 교감을 이끌어내는 핵심 포인트다.

국민들은 노무현을 지지하면서 경제문제를 바라지 않았다. 사회문제를 요구하지도 않았고 외교문제를 희망하지도 않았다. 그런 문제를 생각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그런 문제는 부차적이라는 뜻이다. 부차적인 문제를 브랜딩의 핵심 의제로 올려놓는다면, 이는 곧 브랜딩의 실패로 연결될 것이다. 부차적인 문제는 아무리 그 성과가 좋을 지라도 브랜딩의 부차적인 의제로 놓아두어야 한다.

마케팅에 있어 흔히 범할 수 있는 오류는 이런 것이다. 브랜드의 핵심가치는 이미 고객들이 잘 알고 있으므로 또 다른 가치를 부각해야 한다는 생각, 그래야 외연을 확대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에 사로잡히는 순간, 기존에 확립된 핵심 이미지는 점차 퇴색되고 급기야는 십중팔구 브랜딩 실패의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볼보(Volvo)가 ‘안전’을 손에서 놓는 순간, 볼보의 브랜드 가치는 추락하기 시작한다.

열린우리당의 추락도 마케팅 기법의 몰이해와 함께 이루어졌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기사, ‘일등 상품도 팽개치는 열린우리당’ 참조) 우리당 구성원들의 정치에 대한 이해력과 구사능력이 얼마나 좋은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들이 마케팅의 핵심을 이해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참평포럼 관계자들은 정치력이 뛰어난 사람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마케팅에 있어서는 어떤지 모르겠다. 정치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필요조건은 될 수 있을 지언정 필요충분조건은 되지 않는다. 정치에 있어 마케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참평포럼 관계자들이 얼마나 지혜로운가 하는 것은 앞으로 국민이라는 고객에게 브랜딩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가에 따라 그 수준이 드러날 것이다.

태그:#참평포럼, #노무현, #마케팅, #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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