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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뾰족한 빌딩 오른편에 있는 4개의 건물은 1가구에 1백억원이 넘는 아파트라고 한다.
ⓒ 이승철
2년 만에 다시 찾은 중국은 놀랄 만큼 변해 있었다. 특히 용틀임하는 중국경제의 상징인 상하이가 그랬다, 인천공항을 이륙한 비행기가 상하이 상공에 도착할 무렵 상하이 연안의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좌석이 마침 창문 쪽이어서 가끔씩 내려다본 바다는 짙푸른 빛깔이 아름답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상하이 가까운 상공에서 바라본 바다는 달랐다.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다. 혹시 육지를 바다로 잘 못 본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육지는 반듯반듯하게 구획 정리된 도시와 농촌도 모내기가 끝나 대부분 푸른빛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푸른 바다와 푸른 육지 사이에 불그레한 황토물이 엄청난 넓이로 띠를 형성하고 있었다.

대륙을 횡단하여 흘러내려온 양자강 황토강물이 연안의 바다를 붉은 빛으로 물들여 놓았던 것이다. 더구나 그 붉은 띠를 벗어난 푸른 바다도 커다란 배가 지나갈 때면 밑에 가라앉았던 황토가 솟아올라 예의 붉은 바닷물이 되고 마는 것이 아닌가. 실로 무서운 광경이었다. 정말 저 거대한 중국대륙에서 흘러내려온 토사에 의하여 서해바다가 언젠가는 메워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었다.

지난주에 떠난 중국여행은 상하이를 거쳐 내륙의 장가계 지역을 돌아보는 코스였다. 상하이 포동공항에 내린 우리일행들은 곧 중국이 자랑하는 고속전철을 탔다. 이 고속전철은 공항과 시내를 연결하는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었다.

▲ 시속 430km/h를 가리키는 상하이공항 고속철의 속도계
ⓒ 이승철
▲ 안개낀 황포강 풍경
ⓒ 이승철
"우리 중국의 이 고속전철은 일본의 신간선은 물론 프랑스나 유럽의 고속전철보다도 훨씬 빠릅니다."
현지 가이드인 조선족 3세라는 청년은 자랑스럽게 공항 고속전철을 소개했다. 요금이 얼마냐고 물으니 1인당 2만원이라고 한다. 승차구간이래야 겨우 30km인데 이건 정말 너무 비싼 요금이다.

그러나 요금은 여행사에서 부담하는 것이니 우리일행들이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공항에서 연결된 고속철을 타는 곳에서도 짐과 몸 검색을 다시 철저히 하는 것이 아닌가. 은근히 짜증이 났지만 별 수 없었다.

손님은 그리 많지 않았다. 우리일행들이 승차하자 곧 열차가 출발했다. 현지 가이드는 자기부상열차라고 다시 한 번 더 소개한다. 열차 안의 속도 계기판은 계속 숫자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430km/h까지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우와! 이거 정말 대단하네. 430km/h라니."

모두들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고속성장을 거듭해온 중국이 어느새 고속철도 분야에서는 우리를 추월했던 것이다. 비록 구간은 짧았지만 곧 북경에서 이곳 상하이를 거쳐 남쪽으로 내려가 홍콩까지 이런 고속철도망을 건설한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열차는 30km를 7분 만에 주파했다. 버스로 갈아탄 우리일행들은 교통체증이 만만치 않은 시내를 달려 강변에 도착했다. 다음 코스는 시내 중심가를 관통하는 양자강의 지류인 황포강의 유람선을 타도록 되어 있었다.

강변에 도착하자 역시 불그레한 황토강물이 흐르는 강 건너로 높이 솟아오른 빌딩들이 떠오르는 중국경제의 상징처럼 우리들을 위압하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우리들이 승선하자 배가 곧 출항했다. 선착장을 떠난 유람선은 강심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 동방명주 탑과 강변 풍경
ⓒ 이승철
▲ 황포강 강안에 정박중인 군함
ⓒ 이승철
흐린 날씨였지만 강 양안의 풍경이 서서히 다가왔다가 멀어진다. 오른 편으로 보이는 풍경은 역시 중국발전의 상징인 포동지구 신개발지의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빌딩들이었다. 몇 년 전까지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던 88층 빌딩 옆에는 102층짜리 새로운 빌딩이 올라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역시 중국의 자랑거리인 동방명주 탑이 멋진 모습으로 솟아 있다. 강변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많은 빌딩들이 발전하는 상하이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저 쪽을 한 번 바라보십시오. 저 건물들이 어떤 건물인지 아세요? 저 건물들은 청나라 말기에 구미 열강들에게 거의 빼앗기다시피 점령당했던 지역의 건물들입니다. 상하이 조계라고 명분은 그럴 듯하게 빌려주었던 곳이지요."

정말 포동지구 신시가지 건너편으로는 고색창연한 유럽식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청나라 말기 아편전쟁 이후 구미열강들에게 힘에 밀려 빌려주었던 지역에 그들이 세운 건물들이었다.

"우리 중국에서는 2천 년 역사를 살펴보려면 서안을, 오백년 역사를 살펴보려면 북경을, 그리고 1백 년 전의 역사를 살펴보려면 상하이를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현지 가이드 조선족 3세 청년이 옛 상하이 조계지를 바라보며 설명을 계속했다.

"저 건물들을 자세히 살펴보십시오. 모두 중국의 국기가 몇 개씩 게양되어 있지요? 저것은 일반인들이나 외국인들이 혹시 아직도 저 건물들이 유럽 국가들의 소유가 아닌가 하고 생각할까봐 저렇게 중국국기를 걸어 놓은 것입니다. 이 건물은 우리 중국 소유다, 라고 말입니다. 하하하."

▲ 옛 서구열강들이 지은 조계지역의 건물들과 강변에 나온 시민들
ⓒ 이승철
▲ 상하이의 낡은 구시가지 풍경
ⓒ 이승철
그러고 보니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거대한 나라 중국도 아직 옛 상처와 피해의식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런데 저 건물들은 어떤 용도로 쓰이는 것들이지요?"

일행 중의 한사람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은 신시가지의 빌딩이었다. 88층 빌딩과 새로 짓고 있는 102층 빌딩 오른쪽으로 비슷한 높이와 모양의 빌딩 4동이 서 있었다.

"아! 저 아파트를 말씀 하시는군요, 저 아파트가 중국에서 제일 값이 비싼 아파틉니다. 저 빌딩은 한 층이 모두 한사람 소유의 아파트로서 100평이 넘는데 값은 우리 한국 돈으로 역시 1백억원이 넘습니다."

일행들이 모두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한다. 중국 땅에 우리 돈 1백억원이 넘는 아파트라니 우리 서울에도 저런 아파트가 과연 있는지 궁금하기까지 했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상하이의 아파트 값이 비싼 이유는 이곳 상하이의 부자들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가장 부자들이 많은 지역으로 알려진 인근 소주와 항주 부자들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소주와 항주의 부자들은 아파트를 착공할 때 미리 투자를 해놓는데 그 아파트가 준공될 때쯤이면 값은 무려 50%이상 오른다는 것이었다. 사회주의 국가의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만들어낸 모순이었다.

"여러 어르신들이 이곳 상하이를 돌아보신 다음에 장가계 지역으로 가실 텐데 그쪽 농촌이나 도시 변두리를 보시면 아마 깜짝 놀라실 것입니다. 그들의 사는 모습은 참으로 비참할 정돕니다. 상하이의 포동 신시가지는 어쩌면 우리 서울을 능가할 정도지만 내륙의 농촌이나 도시 변두리는 30년은 뒤쳐져 있기 때문입니다."

▲ 구시가지 시장입구
ⓒ 이승철
▲ 구시가지 보석상가
ⓒ 이승철
조선족인 가이드 청년은 중국을 부를 때도 "우리 중국"이라고 하고, 한국을 부를 때도 "우리 한국"이라고 한다. 그의 호칭에서 중국동포들의 처지와 생각을 어렴풋이 짐작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30대 초반의 가이드 청년은 연변에서 대학을 나와 상하이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현지 가이드를 하는, 중국에서는 고소득층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중국전역을 돌아보면 한국의 60년대 말에서 오늘의 모습까지 모두 볼 수 있다고 했다.

오늘의 중국이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이었다. 중국은 현재 전체인구 10% 미만의 부유층과 70% 이상의 빈곤층이 공존하고 있다고 한다. 도시와 농촌의 소득격차가 너무 심할 뿐 아니라 양자강을 중심으로 강남이 강북보다 소득수준이 높고, 서쪽의 내륙지방보다 동쪽의 해안지방이 훨씬 잘 산다고 했다.

4박5일 동안의 중국여행 기간 중 내륙지방에서는 가이드 청년의 말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다. 손에 몇 줌의 군밤을 들고 한국 관광객들을 따르며 사라고 조르는 정말 꾀죄죄한 부녀자들과 과일 몇 개, 조잡한 기념품 몇 개를 들고 뒤따르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정말 안타까웠다.

그리고 마을 전체를 둘러보아도 트랙터는 물론 작은 경운기나 승용차 한 대 볼 수 없는 풍경과 아직도 삽과 질통에 의지하여 연탄을 만드는 공장들이 상하이의 1백억 대 아파트와 시속 430km 자기부상 고속철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 장가계 변두리의 공장지대와 삽과 질통을 이용 연탄을 만드는 공장
ⓒ 이승철
풍부하고 값싼 인력과 거대한 국토를 바탕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이지만 그 고속성장의 그늘 밑에는 그 성장의 과실을 나누지 못하는 짙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그 어둠을 중국정부는 과연 신속하게 걷어낼 수 있을까? 고속성장의 그늘 밑에서 신음하는 절대다수의 농민 노동자들은 과연 언제까지 침묵할 수 있을까? 멋지고 아름다운 자연풍경과 놀라운 관광자원에 감탄한 짧은 여행에서 보고 느낀 중국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덧붙이는 글 | 6월초에 중국을 다녀왔습니다. 이 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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