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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한나라당 예비후보는 7일 서울 여의도 캠프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투자운용회사 BBK회사의 주식을 한 주도 가져본 일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2000~2001년 BBK 김경준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이 김씨의 동업자였던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를 수사하지 않은 것을 놓고 뒤늦게 '부실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 후보와 김경준의 관련성을 규명하기 위해 국정조사·특별검사제를 해야 한다"고 공세를 펴지만, 이명박 캠프는 "정략적 목적으로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경준씨의 횡령 및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해 검찰 수사가 이뤄진 것은 모두 두 차례. 첫번째는 2001년 10월 31일 전세호 심텍 사장이 BBK 투자금 30억원을 받지 못한 것과 관련 김씨와 이 후보를 횡령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었고, 두 번째는 이듬해 3월 검찰이 옵셔널벤처스의 주가조작 혐의를 수사한 사건이다.

2001년 사건은 투자금 환수를 약속받은 심텍의 고소 취하로 검찰이 이듬해 1월 이 후보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2002년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미국으로 도피한 김씨에게 '기소 중지' 처분을 내렸다.

당시 검찰이 김경준 사건과 관련해 이 후보까지 수사를 확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은 분명하다. 김경준이 미국으로 도피하기 전 그를 한 차례 긴급체포했던 검찰이 이 후보에 대해서는 소환 조사를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옵셔널벤처스 사건은 이명박과 관계없다"

이와 관련 옵셔널벤처스 사건을 맡았던 김인원(사법연수원 교수) 검사는 13일 오전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옵셔널벤처스 사건은 이명박과 관계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김 검사는 2001년 10월 심텍이 김경준과 이명박을 함께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고 밝혔다.

김 검사는 이에 앞서 기자들에게 "이 전 시장은 이름 자체가 등장하지 않는다. '동그라미' 하나도 안 나왔다"고 말한 적이 있다.

<오마이뉴스>가 검찰이 2004년 2월 미국 정부에 보낸 범죄인 인도 요청서를 확인해본 결과, 검찰은 2002년 3월 14일경 "김경준이 8개 유령회사에 투자하는 방법으로 옵셔널벤처스의 자금을 횡령했다"는 첩보를 입수한 후 주가조작 사건에 착수한 것으로 되어있다.

검찰이 첩보를 입수한 직후 옵셔널벤처스의 소액주주 27명이 횡령 혐의로 별도의 고소를 했기 때문에 옵셔널벤처스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했지만, 이 사건 때문에 굳이 심텍 사건을 다시 들춰낼 필요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김경준이 LK이뱅크와 BBK 계좌를 주가조작에 이용한 것을 이미 확인한 상태였다. 이 후보가 LK이뱅크의 공동대표(2000.2.18~2001.4.18)를 1년 2개월 동안이나 맡았기 때문에 그를 전혀 수사하지 않은 것이 현 시점에서 '부실수사' 논란의 단초가 되고 있다. LK이뱅크 계좌가 옵셔널벤처스의 주가 조작에 이용된 만큼 검찰이 전면적인 계좌 추적에 들어갔다면 김경준 이외의 공모자를 찾아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대중 정부와 검찰이 이명박을 비호했다?

▲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명박 캠프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와 조사는 김대중 정부 아래에서 이뤄졌는데, 김대중 정부의 검찰과 금감원이 야당 유력인사 이명박을 비호라도 했다는 얘기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은 "검찰이 주가조작 수사에 착수한 2002년 3월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나라당 시장 후보로 유력한 시점"이라며 의구심을 풀지 않았다.

또한 박형준 의원은 "옵셔널벤쳐스 주가 조작 사건은 BBK와 관련한 김경준의 불법행위가 금감원에 적발돼 이명박과 김경준의 사업상 관계가 단절된 이후에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 조서에는 김씨가 2000년 12월 5일 LK이뱅크와 BBK 사무실이 함께 있었던 삼성생명 17층에 트레이딩룸을 설치하고 옵셔널벤처스의 주가조작을 한 것으로 되어있다. 김재윤 열린우리당 의원은 "옵셔널벤처스 주가가 가장 높이 올라갔던 시기는 2001년 3월 이전으로, 이명박 후보가 LK이뱅크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시기였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당시까지만 해도 김씨와 이 후보는 동업자 관계였기 때문에 이 후보가 김씨의 범행을 전혀 몰랐는지 여부는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 주가조작 사건의 초점을 김경준에 맞춘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은 "이미 한 차례 부실수사로 징계를 받았던 사람(김인원 검사)이 맡은 사건"이라며 김 검사의 수사에도 미심쩍은 반응을 보였다.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은 11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김 검사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사건을 담당한 주임검사가 (2000년) 이용호게이트를 제대로 수사하지 못해서 (2001년) 대검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 당시 수사를 가지고 엉뚱한 질문하지 마라"

그러나 김 검사는 "검찰 수사를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이 같은 의혹을 일축했다. 김 검사와의 일문일답은 다음과 같다.

- 심텍 사건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나?
"나는 심텍 사건이 뭔지 모른다. 김경준이 주가를 조작하고 횡령한 옵셔널벤처스 사건만 맡았다. (옵셔널벤처스와) 이명박이 관련 없다는 걸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기자들 전화가 하도 많이 와서 일을 못할 지경이다."

- 국회 본회의에서도 당시 사건이 언급됐는데….
"그때 수사한 상태로는 이명박과 관계없는 것으로 나왔다."

- 옵셔널벤처스가 LK이뱅크 계좌를 이용해서 주가 조작을 했다는데, 왜 계좌 추적을 안 했나?
"그건 검찰 수사를 잘 몰라서 하는 얘기다. 그 당시 LK이뱅크는 관계없다.

- 법무부가 미국 정부에 보낸 범죄인 인도요청서에도 김경준이 LK이뱅크 계좌를 이용한 것으로 나왔는데...
"그 당시 수사를 가지고 지금 와서 '왜 이렇게 저렇게 수사를 안 했냐'는 식의 엉뚱한 질문을 하지 말라. 그 때는 옵셔널벤처스의 김경준이 어떻게 주가조작을 하고 횡령했는지가 중요했지, LK이뱅크는 아무 관계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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