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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콘서트 7080>
40대 초반. 언제부턴가 내가 잘 아는 노래들을, TV를 통해선 거의 들을 수 없게 됐다. 그 대신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나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트로트류의 노래들만 귓가에서 맴돈다.

세월은 20여년이나 흘렀지만 친구들끼리 만나면 부르는 곡들은 청소년기에 즐겨 불렀던 것들이다. '꿈의 대화'나 '연'과 같은 대학가요제 수상곡들이나 'J에게'와 같은 강변가요제를 통하여 만난,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유행했던 노래들. 송골매, 조용필, 둘 다섯, 소리 새… 또 어떤 노래가 있을까?

어제(12일)는 두 달에 한 번 정도 만나는, 하지만 여차 저차 필요에 의해 한 달에 몇 번을 만나기도 하는 고향 친구들과 KBS1TV <콘서트 7080> 녹화현장 방청을 갔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같이 다닌 고향 친구들이니, 30년 넘게 만남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TV에서 이 방송을 한두 번 보았을까? 그다지 기억에 없는 프로그램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이 뭉칠 수 있었던 것은,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우리들이 함께 부르며 공감대를 형성했던, 그 노래들이 주로 나온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야! 우리 7080 보러 갈까?"

고향 친구들과 손잡고 부른 '동행'

녹화를 기다리던 중에 '유쾌한 사고(?)'가 하나 터졌다. 오지 않은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 넷 앞으로 라디오 방송 리포터가 마이크를 내밀었다. 원래 우리 뒤에 있던 낯선 그녀들에게 요청하였는데, 그녀들은 겁을 먹고 도망가 버렸고 다행스럽게도(?) 용감한 우리들이 낚인 것이다.

"남편도 좋고, 시누나 올케, 시부님도 좋고 주변에 축하할 일이나 위로해주고 격려해 줄 사람이 있으면 한마디 해주세요!"

그런데 이런! 그간 라디오 프로그램에 10분 정도 목소리 출연을 몇 번 해본 적이 있음에도 마이크를 앞에 두고 말을 하려니 왜 이리 막막하고 떨리기만 하는지. 나보다 먼저 메시지를 전하는 친구를 지켜보며 재미있게 즐기던 웃음은 어느새 흔적 없이 사라지고. 했던 말을 또 하고, 하고 싶은 말은 머릿속에서만 뱅뱅 맴도는 상황이라니!

'다시 하면 잘 할 수 있을 텐데… 그런데 내가 무슨 말을 했지?'

"나 이러다가 출연 요청이 쇄도하여 몸이 10개라도 모자라게 되면 어쩌지?"

▲ 방청석에 앉은 친구들
ⓒ 김현자
수다도 예쁜 친구의 말에 우린 깔깔거리며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느덧 녹화 시간이 가까워 오고, 방송국 로비에는 우리 또래부터 50~60대까지,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친구의 부지런함 덕분에 앞쪽에 앉게 되었다. 첫 출연자는 최성수씨. 대표곡 '동행'은 지난 20대에 정말 각별하게 듣고 부르던 노래다.

연애를 하면서 눈빛에 사랑의 마음을 담아 두 손 꼭 잡고 부르던 노래고 친구들과 각별한 마음이 되어 부르던 그런 '동행'.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이던,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고향 친구로, 학교 동창으로, 그리고 이제는 아이들 낳고 살면서 자주 만나는 친구들인 우리들은 모두 손을 꼭 잡고 '동행'을 함께 듣고 불렀다.

"이렇게 잡아 보는 친구 손이 참 좋다"
"우리 그렇게 자주 만나면서, 왜 이렇게 손 한 번 잡아 보지 못했지?"


각별한 마음이 되어 잡아 보는 친구의 손. 노래가 끝나고 사회자 배철수씨가 걸어 나오는 그 짧은 순간에 친구와 나는 속삭였다. 10살도 안 되어 친구로 만나기 시작한 우리가 이제는 40대. 인생을 함께 살아가면서 손잡고 듣는 '동행'이, 지난 날 추억을 함께 가지고 있는 친구나 나에겐 그만큼 특별했기 때문이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마야, 소리 새, 둘 다섯, 배칠수의 토크. 저녁 7시 30분부터 시작된 방송은 9시에 끝났다. 한 30분 지난 것 같은데,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들만큼 어느새 1시간 반이 꿀꺽 흘러 가버렸다. 방송으로만 듣던 노래들을 직접 듣는 특별함도 있지만, 지난 날 함께 노래를 불렀던 친구와 그때 불렀던 그 노래들을 손을 잡고 따라 부를 수 있었기에 더욱 더 짧기만 했으리라.

"야, 우리 다음에는 '열린 음악회'에 갈까?"
"좀 더 많은 친구들이 함께 올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것도 좋은 경험이지. 이다음에는 자주 만나지 못하는 친구들도 불러서 꼭 함께 오자"


직장에 매여 빠져 나올 수 없었던 친구들과 영등포에서 만나 밥을 먹고, 그래도 헤어지기 아쉬워 노래방에서 그때 우리가 함께 불렀던 노래들을 다시 부르고서야 새벽 1시 30여분쯤에 헤어졌다. 늦은 시각에 들어 와 몸은 피곤하건만 각별한 만남, 20여년, 30여년만에 만난 친구들의 얼굴과 그들과 나눈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한참을 뒤척였다.

자주 만나던 친구들도 어제는 더 각별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나처럼 어제 만난 친구들도 아마 그럴 것이다. 그 각별함 때문에, 어제 들었던 친구들 소식에 오늘 하루 내내 가슴이 분주하다. 어제, 소식만 건너 들은 친구들과는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우리가 옆에 있잖아. 친구야 힘내!"

▲ 30년지기 고향 친구들과 함께 보낸 시간들
ⓒ 김현자
"오랜만에 모든 것 잊고 실컷 웃어 보았다."

지난 달 아들을 잃는 친구의 이 한마디와 밝게 웃던 친구의 얼굴이 어젯밤에 떠올랐다. 한 달 가까이 늘 어둠 속에 있었을 친구가 많이 웃어서 무엇보다 좋았다. 잠시라도 아픔을 잊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우리들과의 즐거운 시간이 많아질수록 친구의 아픔도 그만큼 줄어들지 않을까?

사실, <콘서트 7080>에 가자는 약속은 한 달 전 그 장례식장에서 한 것이다. 느닷없는 소식에 달려가 막상 친구의 얼굴을 보는 순간,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위로조차 할 수 없는 슬픔에 우리는 비통해 하면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많은 시간을 친구와 함께 해주는 것뿐이었다. 친구의 아픔은 천 마디 말로도 위로 될 수 없는 것이었다.

헤아릴 수 없는 친구의 슬픔과 옆에 있어 주고 자주 함께 있으면서 힘이 되어 주고 웃음 지을 수 있게 해 주는 것, 세상에 미숙하던 우리가 지난 날 나누었던 마음과 그 마음이 피운 우정의 꽃, 40대에 접어 든 것이 불과 몇 년 이라고 만날 때마다 만날 때마다 들려오는 친구들의 안타까운 소식 등이 어제 우리가 선뜻 뭉칠 수 있었던 힘이 된 듯하다.

다들 애엄마 애아빠지만, 만나는 그 순간 세월의 간극을 잊고 소꿉친구로 돌아 갈 수 있는 고향 친구만의 특별한 그 무엇이 있다.

고향과 가까운 전주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동네 친구를 어젯밤 20여 년만에 만났다. "함께 연수를 오게 되었다"며 고1때 날마다 쪽지를 주고받던 친구의 소식을 전해줬다. 그러더니 오늘 점심 무렵에는 연수를 같이 왔다는 그 친구가 반가운 전화를 해왔다.

17년만에 듣는 친구의 목소리지만 소식이 뜸했던 세월의 간극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어제 만났다가 헤어진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이래서 고향 친구는 소중한 재산이라고들 말하는 거겠지. 우리들이 손잡고 함께 부른 '동행'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고향 친구들과의 아름답고 소중한 '동행'이었다.

덧붙이는 글 | 2004년 11월 6일 첫 방송을 한 <콘서트 7080> 녹화는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이뤄진다. 방청권은 KBS <콘서트 7080> 홈페이지 게시판에 신청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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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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