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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용 카길코리아 회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카길은 그런 회사가 아니다. 카길은 사업 분야도 굉장히 많고 각각의 사업 분야에서 정직하게 일하고 있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그렇지 않은 걸로 그려진다."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에게 서운영 카길코리아 홍보 담당 이사가 던진 말이다. 지난 6월 4일 카길코리사 본사에서 만난 김기용 카길 코리아 회장도 "회사에 대한 왜곡된 부분이 많아 인터뷰를 한다"면서 "카길은 전 세계 어딜 가든 좋은 기업 시민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산 쇠고기, 한미 정부 문제... 후반기 수입 재개할 듯"

현재 카길은 우리나라에 사료와 곡물·육우 수입에 진출해 있으며 그중 사료 분야의 비중이 가장 크다.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사료업계 1위 퓨리나(정식 명칭은 애그리브랜드 퓨리나코리아)와 사료전문업체 카길코리아가 바로 카길 소유다.

이 때문에 6월 4일 있었던 인터뷰도 정학상 애그리브랜드 퓨리나코리아 사장과 김기용 카길코리아 회장, 두 명과 함께 이뤄졌다. 카길이 한국 언론과 국내 사업에 대해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학상 퓨리나코리아 사장은 "퓨리나는 지난 40년 동안 한국에 선진 축산기술을 도입"해 왔으며 "한미FTA와 국제 곡물 폭등 등을 헤쳐 나가기 위해 한국의 축산농가와 함께 노력하고 있다"며 한국 사회에 대한 카길의 공헌을 강조했다. 하지만 사료 원료인 옥수수의 99%를 수입에 의존하면서 우리나라 축산업은 수입 곡물 없이는 존립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같이 높은 수입의존율은 최근 들어 위기의 징후를 드러내고 있다. 전 세계적인 유가 상승으로 세계 곡물이 폭등하고 있는 것. 때문에 작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사료 가격이 3차례나 인상됐다. 정학상 퓨리나코리아 사장은 "축산인들에겐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전 세계적인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한두 차례 더 인상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논란이 된 카길사의 미국산 통뼈 쇠고기 반입에 대해서는 "카길 본사도 모르는 상황에서 미국 국내용이 소규모 트레이딩 회사에 의해 국내 반입된 것"으로 "소규모 보따리 장사"로 인한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쇠고기 수입 밀어붙이기에 대해 김기용 카길코리아 회장은 "(수입 재개) 조치는 한국이나 미국 정부가 식품 안전성 같은 기준을 정하고 그 룰에 따르는 것"이라며 "그 기준에 맞는 제품을 공급했을 때는 큰 무리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쇠고기 수입 재개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서로 협의해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금년도 늦은 후반기 정도에는 쇠고기 수입이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김기용 카길코리아 회장과 정학상 퓨리나코리아 사장과의 일문일답.

- 최근 사료 가격 인상이 잦다.
정학상 퓨리나코리아 사장(이하 정학상) "전 세계적으로 곡물 값이 폭등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석유 값이 비싸지니까 그를 대체하는 에탄올 산업이 최근 엄청나게 신장했다. 그러면서 사료 원료로 쓰이던 옥수수가 에탄올 산업으로 넘어가 국제 곡물시장이 폭등하고 있다. 작년 이맘때 옥수수가 톤당 140불 전후였는데 지금은 220~230불 정도다. 70% 정도 뛰었다. 상관없는 분야에서 불똥이 튀었다. 축산인들에겐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 앞으로도 인상 계획이 있나?
정학상 "작년 하반기부터 직접적으로 폭등 영향을 받고 있다. 작년 12월, 금년 3월, 그리고 최근까지 5~6% 정도 세 차례 올렸다. 그런데도 압박이 계속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두 차례 더 인상해야 할 상황이다."

"사료가격 뛰어도 경쟁력 있는 축산농가는 살아남는다"

▲ 정학상 애그리브랜드 퓨리나코리아 사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옥수수는 전량에 가까운 99%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때문에 농가에 부담이 더 가는 것 아닌가?
정학상 "옛날처럼 소 한두 마리 기르는 게 아니기 때문에 무엇보다 '생산성'이 주는 영향이 지대하다. 어미 돼지 한마리가 일년에 고기로 먹을 수 있는 새끼 돼지를 얼마나 출하하느냐를 'MSY지수'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10마리부터 25~26마리까지 폭이 크다. 그래서 수입 곡물이 아니라 우리나라 곡물을 사용해도 앞으로 사업하기 어려운 그룹이 있다. 반면 생산성이 높은 부류는 곡물 가격이 아무리 높아도 경쟁력이 있다. 곡물을 많이 수입해도 한쪽은 자신 있게 경쟁하고, 곡물이 아무리 싸도 소위 망하는 부류가 있는 것이다."

- 경쟁력이 있어도 사료 비중을 무시할 수는 없지 않나?
정학상 "물론 축산농가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게 사료다. 60~70%가 사료다. 때문에 경쟁력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MSY 10마리로는 어떤 경우에도 경쟁력이 없다.

한우가 얼마나 비싼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람들 입맛에는 잘 맞는다. 한우는 지방이 근육에 침착돼서 생기는 소위 마블링 스코어가 좋다. 때문에 소비자 선호도에서 (수입육에 비해) 차이가 난다. 생산성이나 브랜드, 소비자 기호, 품질 강화 등으로 곡물 상승에서 오는 추가 생산비를 극복해야 한다."

- 전 세계 옥수수 생산량의 50% 이상이 유전자 조작이라고 한다.
정학상 "아마 50% 이상일 것이다. 이렇게 보면 될 것 같다. 질병에 강한 품종을 개발하면 농약이나 살충제를 안 쓸 수 있다. 반대로 원래 유전자를 그대로 하면 농약이나 살충제를 더 써야 하는데, 뭐가 사람들 건강이나 안전에 좋은가, 아닌가. 이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씨 없는 수박, 굉장한 걸로 배우지 않았나? 지금 생각하면 그게 유전자 조작이다. 그때 우리는 엄청난 발견이라고 생각했고 왜 노벨상 안 주냐고 그랬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먹는 사람들의 건강이다. 하지만 아직은 어떤 게 국민들 건강에 더 좋은지, 옛날 품종으로 살충제 쓰는 게 맞는 건지 질병에 강한 품종 개발해 농약 덜 쓰는 게 맞는 건지, 이 부분은 전문 과학자들이 더 연구해야 할 것 같다."

- 유전자 조작 여부가 원료 선정 기준은 아니라는 말인가?
정학상 "지금 현실적으로 유전자 조작 원료들이 다 들어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김기용 카길코리아 회장(이하 김기용) "덧붙이면 '유전자 조작'이라는 용어 자체가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그러나 좀 더 광범위하게 보면 유전자 조작 자체보다는 생산성을 올리고 농약 사용량을 줄이는 긍정적인 면이 많기도 하다. 포괄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다른 각도에서 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카길은 '선량한 기업시민'... 삼분폭리사건은 '관점'의 문제"

삼분폭리사건

삼분폭리사건은 1964년 밀가루·시멘트·설탕의 3대 분말제품을 취급하던 삼성 등 재벌 계열사들이 유통과정을 조작, 최고 5배까지 폭리를 취한 사건이다.

또 불법 이익의 상당 부분이 공화당 정치 자금으로 흘러가 1960년대 최대의 정권 비리 사건으로 번졌다.
- 박정희 정권 시절 삼성과 함께 삼분폭리사건에 깊게 관여했다고 알려졌다.
김기용 "이 회사가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그 나라의 법을 정확하게 지키는 거다. 모든 임직원에게 강조하는 첫번째 덕목이 인테그리티(integrity), 결과에 상관없이 바른 일을 하는 것, 한국말로는 '정직하고 성실한 자세', 이거다.

윤리경영은 기업이 하나의 '좋은 기업 시민'이 되는 거다. 선량한 기업 시민이 되기 위해 '가이딩 프린서플(Guiding Principle)'이라고,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준수해야 할 윤리강령이 있다. 개발도상국에서도 종사원들에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대우를 해야 한다, 이렇게 나와 있다. 또 환경 친화적인 기업 경영을 해야 한다. 물론 개발도상국의 환경 쪽에서는 우리가 좀 미진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 그렇다면 삼분폭리사건은 정확하게 어떤 거였나?
김기용 "세부적인 상황은 모르지만 우리나라 초기 단계에서 곡물을 들여오는 게 보는 각도에 따라서 정부하고 어떤 그런 시각으로 볼 수도 있는 거고…. 카길은 새로운 나라에 들어갈 때 농업 부분에 먼저 들어간다. 들어가서 농업 기술, 원료 이런 데 도움을 주면서 그 시장을 이해한다. 한국의 초기도 그런 맥락에서…(볼 수 있다)."

"미국산 '통뼈' 쇠고기, 보따리 장사의 해프닝"

▲ 김기용 카길코리아 회장(오른쪽)과 정학상 애그리브랜드 퓨리나코리아 사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최근 '통뼈'로 문제됐던 미국산 쇠고기가 카길사 제품이었다.
정학상 "우리도 궁금해서 카길 육류 수입하는 곳에 물어봤다. 어떻게 된 거냐? 그랬더니 자기네들도 모르더라. 그래서 본사에 물어봤더니 카길이 '수출'한 게 아니라는 거다. 미국의 조그만 트레이딩 회사하고 한국 트레이딩 회사가 자기네들끼리 거래한 거다. 원래는 수출이 아니라 미국 국내 유통이 목적이었다. 쉽게 말해 보따리 장사가 아닌가 싶다. 이것저것 모아서 수출했는데 실제로 나오기는 (수출업자가 아니라) 제조한 공장 이름이 나오니까 카길이 딱 나오게 된 거다. '진짜' 카길에는 수출한 기록이 아무것도 없다."

(인터뷰에 배석한 서운영 카길 홍보 담당 이사, 이하 서운영) 우리 루트를 통해서는 그렇게 안 들어오는데 소규모 트레이더들이 그렇게 한 거다. 소니도 정식 루트를 통하지 않고 들어오는 게 있지 않나? 미국 카길도 모르고 한국 카길도 모르는데 물건이 들어오고, 팩커는 카길로 되어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 그렇다면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카길이 진상규명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김기용 "그래서 미국 농무성도 조사하고 있다. (미국) 국내용인데 우리도 놀랐다. 우리도 모르는 상황이어서…."

- 미국 정부가 쇠고기 수입 재개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기용 "그런 조치는 한국이나 미국 정부가 식품 안전성 같은 기준을 정하고 그 룰에 따르는 거다. 그 기준에 맞는 제품을 공급했을 때는 큰 무리가 없는 것 같다."

- 뼛조각 쇠고기를 수입해도 된다는 말인가?
김기용 "처음에는 뼈 없는 것을 들여오기로 했고 얼마 전에는 뼈 있는 것도 들여왔다. 뼈가 있다, 없다 그런 거는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서로 협의해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한국 축산업, 머지않아 미국 따라잡는다"

▲ 김기용 카길코리아 회장(오른쪽)과 정학상 애그리브랜드 퓨리나코리아 사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 한국의 축산농가에게 사료를 팔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축산농가를 위협하는 쇠고기를 팔고 있다. 이율배반적인 거 아니냐?
정학상 "카길 안에서도 입장이 서로 다르다. 우리는 사료 사업을 하기 때문에 쇠고기가 안 들어 왔으면 좋겠지만, 아마 저 쪽은 반대일 거다. 조직이 크거나 다양한 사업을 하는 회사라면 가지는 고민일 거다. 옛날에는 수입 쇠고기가 축협의 수입원 넘버원이었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이면 직접 연관된 사람이 맡아서 수급을 조절하겠다, 이래서 축협이 했다. 그런데 농민 입장에서 보면 '아니 나를 도와줘도 시원찮을 판에...' 그런 반발이 있었는데 우리도 미묘한 게 있다."

- 그렇다면 사료값 인상을 자제해야 하지 않나?
정학상 "올라가는 추세는 전 세계적으로 같고, 곡물 값은 세계 어딜 가든지 같다. 진짜 큰 차이는 생산성이다. 똑같은 곡물 1톤을 먹고 고기를 얼마나 생산하느냐는 각 나라뿐만 아니라 개인마다 큰 차이가 있다. 우리가 농민들에게 할 일은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거다.

우리 영업부 직원이 전국적으로 70명 있고 같이 하는 딜러들이 160여명 되는데 끊임없이 교육을 시킨다. 어떻게 하면 고기를 더 생산할까, 생산비를 어떻게 줄일까 하는 기술교육이다. 결국은 농민들의 경영 수익을 높이는 거고, 이것이 우리 전 직원들의 존재 가치다."

- 쇠고기 수입은 언제 재개할 것으로 보나?
김기용 "우리가 재개하는 건 아니지만 정부가 기준을 맞추면 금년도 늦은 후반기 정도는 시작하지 않을까 한다."

"식량 무기화? 시장 메커니즘에선 있을 수 없는 일"

▲ 김기용 카길코리아 회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 한미FTA가 우리 농업에 끼칠 영향은?
김기용 "축산업에 국한하면, 물론 축산 농민들에게는 큰 도전이다.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생산성이 중요한 이슈가 될 거다. 단 우리는 생산성을 높여도 상대적으로 생산원가가 높다. 토지 가격이나 인건비 등등. 그래도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에서는 계속 노력해야 한다. 어려운 가운데도 한우가 계속 고급육을 생산하면 어느 정도 위치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 한미FTA는 카길에게 이득인가, 손해인가?
김기용 "사료 같은 국내 산업은 어려움이 있지만 그동안 수입이 안 되던 일부 품목은 어느 정도 사업적인 기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사료사업 같은 국내 사업 비중이 커서 최상의 경우에는 같거나 아니며 다소 불리한 입장이다."

- 카길 같은 다국적 곡물 메이저에 의한 식량 안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기용 "시장 메커니즘이나 곡물시장의 흐름을 보면 무기화나 가격 횡포는 현실적이지 않다. 쌀만 해도 소비량이 줄고 있고 젊은 사람들 먹는 게 다양화되고 있지 않나? 앞으로는 식량이라는 개념 자체가 많이 달라질 것이다. 곡물을 들여와도 치열한 경쟁 입찰로 들여오기 때문에 어느 한 기업이 시장을 점유하고 가격 횡포를 부리고…. 그건 시장 메커니즘에서 상당히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 1988년 북한과 카길이 구상무역으로 아연과 밀을 거래하려다가 북한의 아연궤가 준비되지 않자 카길이 배를 돌려 다른 나라에 수출했다. 당시 북한이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은 식량의 무기화를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예로 자주 쓰인다.
김기용 "팩트는 팩트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걸 어느 시각에서 보느냐가 차이다. 그럴 수가 있느냐, 이렇게 인도적인 시각에서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인 무역 관행에서는 약속이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되는 거다)…. 그거는 식량 안보 차원의 얘기가 아니다.

그리고 카길은 사업 영역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곡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다. 식품 분야도 있고 위험관리 분야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 세계적인 곡물 생산, 구매 시스템 그런 걸로 봐서는 한 회사가 무기화하고, 그런 차원이 아니라고 본다."



태그:#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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