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대학에서 잘 적응하지 못한 수미

"우리 애가 요즘 이상해요".
"네? 어떻게 이상해요?"
"학교도 휴학하고 집에 와 있는데 방에 틀어박혀서 컴퓨터만 하고… 사람을 만나려고 하질 않아요".

오늘 오후 걸려온 수미 어머니의 전화는 필자를 다시금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수미(가명)는 중학교 때 미국에 이민왔지만 미국 학교에 아주 적응을 잘하고 학교 성적도 우수해서 명문대학에 장학금까지 받고 입학한 아이였기에 그 충격은 더 했다.

"우리 애가 나도 모르게 몇 번 전공을 바꿔서 이번에 졸업해야 하는데 졸업이 안 된다나 봐요. 그래서 아이가 점점 더 자신을 잃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아무 문제 없이 성적도 잘 나오고 해서 별 걱정하지 않고 있었는데, 성적이 모두는 아닌가 봐요. 수미 아빠는 수미에게 돈은 걱정하지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하면서 방학 때 집에 와도 파트타임 일도 못 하게 했거든요. 그런데 그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잘 몰랐는데, 수미가 학교에서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공부만 열심히 하고 해서 친구도 없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된 거예요. 이번에 학교에서 팀으로 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같은 팀의 아이들이 제대로 하지 않아서 수미가 거의 다 하다시피 했다나 봐요. 그런데 팀원들끼리 주는 점수가 있는데 수미는 다른 친구들이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도 다 잘 줬는데, 같은 팀의 학생들이 수미에게 나쁜 점수를 주었나 보더라고요. 그래서 수미는 배신감을 느꼈다고 하고요".

학교 성적은 A+, 인생 성적은 F

필자가 알고 있던 수미는 아주 명랑 쾌활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만 욕심이 많은 아이였다. 그래서 그렇게 어렵다는 명문대학도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 아이들 때문에 미국에 온 부모님들이 그렇듯이 수미의 부모님들도 아이가 아무 걱정하지 않고 공부만 열심히 하도록 뒷바라지를 해 주었다. 성적만 잘 나오면 되는 줄 알고 무조건 수미에게 성적을 잘 받아야 한다고 말해왔던 것이었다.

그래서 남들은 방학이면 자원봉사도 가고, 친구들끼리 여행도 가고 했지만, 수미는 대학에 가서도 여름 학기 과목도 꼬박꼬박 듣고, 성적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했다고 한다. 어쩌면 수미 부모님들은 수미로부터 사람들과 어울려서 사는 법을 배울 기회를 박탈했는지도 모른다.

요즘같이 대학 입학 허가서를 받는 철이 되면, 한인 로컬 신문에 어느 학생이 어느 학교에 어느 장학금을 받고 가게 되었고, 이 지역에서 몇 명의 학생들이 아이비리그를 가게 되었느니 하는 기사들이 눈에 띄게 된다. 수미도 대학교 입학 시에 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했고, 수미 부모님은 수미가 정말 자랑스럽고 대견했을 것이다.

"자살하고 싶어요"

수미는 자신이 듣고 있는 수업의 담당 교수에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자살하고 싶습니다'라고까지 말했다고 한다. 수미는 우울증이 심해져서 정신 상담까지 받고 있다고 했다. 수미의 우울증은 드문 현상이 아니다. 대부분 고등학교 때 최고의 성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다가 좋은 대학교에 가면 자신보다 더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만나면서부터 상대적 열등감에 빠지기 십상이다.

다른 학생들에 비해 부족한 영어 실력을 대단한 노력으로 극복하여 미국 학생들도 가기 힘들다는 명문대학교에 들어갔고, 거기서도 공부에 전념하여 우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또한 그렇게 공부에 전념하면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은 적어지고 믿고 속 이야기를 할 만한 친구 하나 없는 외톨이가 되는 것이 수순이 된 것이다.

조승희와는 다른 방법으로 표출된 1.5세의 고통

비록 조승희처럼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키면서 자신의 고통을 표출하지는 않았지만, 수미 역시 1.5세로서의 고통을 안으로 삭히다 못해 곪아 터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방문을 잠그고 두문불출하는 수미의 고통은 무엇으로부터 시작된 것일까?

"수미에게는 지금 자신감 회복이 가장 중요합니다. 수미가 하고싶은 일을 찾아보게 하세요. 혹시, 한국에 가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고요. 혹시 수미가 원하면 제가 있는 곳으로 한 번 보내세요. 제가 한 번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이야기해 볼게요".

"고마워요. 정말 조승희가 이해가 된다니까요. 우리 수미도 그만큼 힘들었을 거예요. 수미에게 이야기해 보고 다시 연락 드릴게요".

덧붙이는 글 | 구은희 기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 어드로이트 칼리지 학장이자 교수, 시인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