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의 준우승, 이제는 우승할 때도 되었다

축구가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지 50여년이 흐르면서 초창기의 투박한 모습은 많이 세련되어졌다. 이렇게 점차 모양이 갖추어지면서 올림픽 축구 대회는 본선 진출을 위한 지역예선조차도 상당히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새롭게 출발한 올림픽 축구에서 (1948년, 1952년, 1956년) 모두 다 결승에 진출했지만 결승전에서 상대방에게 패하며 아쉽게 준우승에 머문 유고슬라비아로서는 1960년 로마 올림픽은 네번째 도전이었다.

4년 전 챔피언이었던 소련이 지역예선에서 불가리아에게 밀려 본선에 오르지도 못한 것은 유고슬라비아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본선에서, 그것도 결승전이라는 큰 경기에서 패한 적이 있는 팀은 실력을 떠나서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소련의 탈락은 유고슬라비아로서는 기쁨이었다.

한편 유고슬라비아에게 마냥 다행스러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4년이라는 세월 동안 다른 나라들이 상당한 실력을 쌓았고, 지역예선을 통해서 상당히 위협적인 팀이 많이 등장하였기 때문이다.

힘들게 통과한 조별리그

유고슬라비아는 불가리아, 이집트, 터키와 1조에 속했다. 남미의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피한 것이 그들로서는 행운이었으며, 소련을 따돌리고 올라온 불가리아를 제외하고는 쉬운 경기가 예상되었다.

8월 26일, 이집트와의 첫 경기에서 유고슬라비아는 코스틱(Kostic)이 세 골을 넣는 활약을 하며 6-1로 승리하고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같은 날 불가리아 역시 터키를 3-0으로 제압하며 1승을 거두었다.

8월 29일, 터키와의 두번째 경기에서 유고슬라비아는 코스틱이 두 골을 넣는 활약을 하며 4-0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같은 날 불가리아 역시 이집트를 2-0으로 꺾으며 2승째를 거두었다.

9월 1일, 2승을 기록하고 있는 유고슬라비아는 역시 2승을 기록하고 있는 불가리아와 조별리그 통과를 위한 최후의 결전을 벌였다. 이 경기에서 양 팀은 전반을 득점없이 비겼지만, 후반전에는 총 여섯 골이 터지는 접전을 벌였다. 유고슬라비아는 갈릭(Galic)이 헤트트릭을 하였고, 불가리아는 코바체프(Kovatchev, 1골), 데바르시키(Debarski, 2골)의 활약으로 양 팀은 3-3으로 무승부를 기록하였다.

행운의 여신, 유고슬라비아를 돕다.

유고슬라비아가 조별리그에서 거둔 성적은 2승 1무, 불가리아 역시 2승 1무를 기록하였다. 하나의 팀만이 선택되어 준결승에 진출할 자격을 얻게 되는 상황에서, 행운의 여신은 유고슬라비아를 선택했다. 당시의 피파의 기록을 살펴보면 양 팀이 승점이 같았기 때문에 동전 던지기로 조별리그 통과자를 가렸으며, 그 행운의 주인공은 유고슬라비아였다고 알려주고 있다.

어렵게 불가리아를 따돌리고 준결승에 진출한 유고슬라비아는 이탈리아와 결승 진출을 놓고 한바탕 대결을 펼치게 되었다. 이탈리아는 개최국으로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브라질을 3-1로 꺾으며 2승 1무를 기록하였고, 2승 1패의 브라질을 극적으로 따돌리고 준결승에 진출한 팀이었다.

9월 5일에 치러진 유고슬라비아와 이탈리아와의 경기는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1-1로 비겼는데, 다시 한 번 동전 던지기로 결승 진출자를 가린 결과 유고슬라비아가 선택되었다. 유고슬라비아로서는 행운의 여신이 다시 한 번 그들에게 미소를 던져준 것이다.

유고슬라비아, 마침내 금메달을 획득하다

유고슬라비아의 결승전 상대는 막강한 전력으로 지역예선부터 조별리그까지 무패의 전적을 자랑하는 헝가리를 2-0으로 잠재운 덴마크였다. 덴마크는 당시에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와 지역예선에서 무패로 본선에 진출한 동유럽의 다크호스 폴란드, 그리고 비교적 약체인 튀니지와 한조를 이루며 힘든 조별리그가 될 것이 예상되었지만 아르헨티나(3-2), 폴란드(2-1), 튀니지(3-1)를 차례로 격파하고 준결승에서 헝가리까지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앞선 두 번의 행운으로 결승까지 오른 유고슬라비아는 결승전까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비록 결승까지는 누군가의 도움이 작용했다고 하지만, 결승에서만큼은 자신들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우승을 해야 비로소 진정한 챔피언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9월 10일에 치러진 결승전에서 유고슬라비아는 전반에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갈릭이 30야드를 돌진하여 첫 골을 넣었고, 11분에 마투스(Matus)가 유고슬라비아의 두 번째 골을 넣으며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전반전을 마감하였다. 비록 점수상으로는 2-0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후반전을 맞이하였지만, 유고슬라비아는 전반에 갈릭이 심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해서 퇴장당하고 10명이 싸워야 했다.

숫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네 번째 도전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겠다는 유고슬라비아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서 싸웠고, 결국 후반전에는 양 팀이 한 골씩 추가하며 최종 스코어는 3-1, 유고슬라비아의 승리로 끝났다.

세 번의 준우승 이후 차지한 우승이기에 유고슬라비아로서는 감격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한편 결승전 전날에 치러진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헝가리가 이탈리아를 2-1로 꺾으며 동메달을 획득하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06-02 11:53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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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축구 유고슬라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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