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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 장윤선 김종철 안윤학 기자

▲ 건설교통부 출입기자실. 브리핑룸을 겸하고 있지만 상주 출입기자들이 앉는 부스만큼은 배타적인 공간이다. 부스 배정에 대한 권한은 간사에게 있다.
ⓒ 오마이뉴스 안윤학


# 현장 1. 서울경찰청

"여기가 기자실인지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1층 로비에 1007호는 기자실이라고 써 있잖아요."
"일단 나가세요. 이곳은 등록된 17개사 이외 다른 기자는 들어올 수 없습니다."

지난 4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경찰청 10층 기자실 앞. 경찰과 기자 사이에 설전이 오갔다. 기자는 기자실에 못 들어가는 이유가 뭐냐고 따졌고, 경찰은 기자실이 '아무나' 왔다갔다 하는 데가 아니라고 버텼다.

경찰은 아무나 출입하면 '엠바고(일정 시점까지 보도금지)'가 쉽게 깨지기 때문에 출입제한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논리를 댔다.

경찰 기자실이 존재하는 이유는 인질이나 강도·납치·살인 등 중요 사건사고에 대한 엠바고 때문이라는 것이다. 엠바고가 없으면 언론사간 취재경쟁이 극심해지기 때문에 이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서라도 기자실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1일 다시 서울경찰청 기자실을 찾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은 "출입사가 아닌 언론사가 기자실에 들어가면 출입기자들로부터 욕을 먹는다"며 "출입에 대해 기자단의 간사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기자실 또한 공적 영역인데 왜 출입이 안 되느냐고 묻자, 경찰은 "기자실은 공공장소가 아니다, 17개 언론사가 임대료를 내고 운영하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17개사의 언론사가 경찰청에 얼마의 임대료를 내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공공기관인 경찰청이 언론사를 상대로 '임대료 사업'을 한다는 것도 선뜻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기자실의 폐쇄적 운영에 대해서는 "기자들이 자기들만의 룰을 갖고 기자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경찰이 끼어들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항변도 했다. 정부가 제공하는 편의공간임에도 기자실은 '17개사 기자들만의 것'이라는 논리다.

서울경찰청 출입기자들은 각 언론사의 경찰팀장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들은 청사 기자실에 마련된 부스에 앉아 있다가 일선서 8개 라인의 경찰기자들이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기사를 출고하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서울경찰청 기자실은 각사 팀장급 기자들이 주요정보를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아무나 함부로 드나들게 할 수 없다는 점을 유독 강조했다.

서울경찰청사 1층 안내표지판에는 '기자실 1007호·1008호'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정작 10층 1007호, 1008호에는 아무런 표식이 없다. 처음 찾는 사람은 기자실이 어딘지 찾지 못해 한참 헤매기 일쑤다. 또한 일선기자들은 함부로 기자실 문을 노크하지 못한다. 기자실을 담당하는 공보담당관실 소속 경위가 쏜살같이 뛰쳐나와 출입을 막기 때문이다.

경찰이 기자의 기자실 출입을 막는 대리전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자유로운 기자실 출입을 경찰이 왜 막느냐고 항의해도 돌아오는 답은 똑같다. 일단 나가라는 주문이다. 서울경찰청 기자실에 발도 들여놓지 못한 채 쫓겨나는 일은 최근에도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다.

▲ 서울경찰청 10층에 위치한 기자실은 안내표지판마저 없다. 서울경찰청 공보담당관실의 한 관계자는 "이곳은 등록된 17개사 이외에 출입이 금지돼 있다"고 말한다. 사실상 등록된 기자 이외의 다른 언론사 기자들의 출입이 금지돼 있는 상태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현장 2. 건설교통부

"기사 송고실에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왜 못 들어가게 합니까?"
"건설교통부 장관도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에 대해 언급할 수 없습니다. 청와대와 국정홍보처가 주도하는 정책인데, 일개 부처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기사 송고실(기자실)도 촬영하지 마세요. 카메라 영상으로 담는 것도 부담스럽습니다. 예민한 때라 취재에 협조하기 어렵습니다."
"취재내용과 관계없이 기자가 기사 송고실에 못 들어간다는 게 말이 됩니까?"
"홍보관리관실은 취재내용에 따라 지원할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건설교통부 브리핑룸 앞. 공무원과 기자 사이에 '말벽'이 형성됐다. 출입기자가 아니면 기사 송고실에 들어가는 것조차 허용할 수 없다는 공무원의 주장 때문이었다.

건설교통부 홍보관리관실의 한 관계자는 출입기자 등록기준을 제시하면서 신규기자의 출입은 곤란하다고 피력했다. 도대체 출입기자 등록기준이 어떤 내용이길래 그런 것이냐며 확인을 요청해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은 채 무조건 안 된다는 말만 했다.

다만, 한 매체당 2명의 기자(오프라인 2명, 온라인 1명)를 출입기자로 둘 수 있고, 여건에 따라 건설교통부 장관이 인원을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출입기자 수를 제한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그는 합리적 답을 내놓지 못했다.

# 현장 3. 재정경제부

"뜨내기로 한번씩 오는 기자와 상주기자를 어떻게 똑같이 대하나."

성용욱 재정경제부 홍보관리팀 사무관의 말이다. 매일 얼굴 보고 만나는 기자와 뜨내기로 한번씩 오는 기자는 정보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재경부는 기사 송고실에 들어가려면 별도의 출입카드가 있어야 한다. 정부과천청사 출입을 위한 정부청사출입증은 1단계 관문에 불과한 것이다. 2단계로 출입카드가 있어야만 재경부 기사 송고실에 드나들 수 있다.

발급조건도 까다롭다. 1주일에 3일 이상 3개월간 출입해야 출입카드를 준다. 상주하지 않더라도 메일링 서비스를 받으려면 매월 1만원의 경비를 내야 한다. 1만원을 내지 않으면 메일 서비스도 제공받지 못하는 데가 재경부다.

비상주 출입기자들이 '출입카드가 정보독점의 폐해를 낳고 있다'고 지적해도 재경부는 꿈쩍하지 않는다. 2003년 개방형 브리핑제도를 도입한 후에 기자단과 협의해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발상인 것이다.

기사 송고실의 출입 제한은 곧바로 정보차단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성용욱 사무관은 "기자단에서 아무나 기자실을 왔다 갔다 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당부 때문에 출입카드를 별도로 만든 것"이라며 "뜨내기로 한번씩 오는 기자와 상주기자를 어떻게 똑같이 대할 수 있느냐"고 정보차별은 당연한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재경부 출입기자는 "출입카드 자체로 정보독점의 폐단을 낳고 있다"며 "정부과천청사 출입증이 있는 기자는 그 자체로 신원파악도 되고 방문목적도 알 수 있는데 출입카드를 또 만든 것은 정보접근의 이중 벽을 설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기자들의 특권의식과 공무원의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으로 만들어진 제도가 출입카드"라며 "다양한 매체 기자들의 자유로운 정보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진입장벽의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 건설교통부의 TV 기자실. '출입기자 이외에 출입금지'라고 명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여전한 취재장벽... '메이저'가 기사 송고실 대부분 차지

참여정부가 2003년 폐쇄적 기자실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개방형 브리핑제도를 도입했다. 벌써 4년째다. 그러나 일선 취재현장에서 바뀐 것은 많지 않다. 군소매체 기자들은 여전히 취재장벽을 느끼고 있다.

정부과천청사의 한 브리핑룸에서 만난 A기자는 "개방형 브리핑제도 실시 이후 출입기자 등록은 어려운 일이 아닌 게 됐다"면서도 "브리핑룸과 별도로 존재하는 기사 송고실(기자실)은 여전히 배타적인 공간"이라고 비판했다. 기사 송고실의 좌석은 기득권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른바 메이저 언론사가 기사 송고실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며 "빈 자리가 나면 간사단의 동의를 거쳐 자리를 배정받게 되는데 메이저 언론사의 2진 기자에게 주지 신생매체나 인터넷매체 기자에게는 그 자리가 좀체 돌아오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개방형 브리핑제 도입 이후 정부 부처마다 기사 송고실과 브리핑 룸을 각각 따로 설치했지만 효과적 운영에는 고개를 갸웃 하는 기자들이 많다.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를 출입하고 있는 B기자는 "기사 송고실은 사실상 예전 기자실 운영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며 "출입기자단이 신규매체의 진입을 방해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의 경우 2개월간 매주 3회 출근해야 출입 자격을 인정받는다. 국방부 기사 송고실(출입기자실)에 상주하는 사는 모두 23개이며 모두 34명의 기자가 부스를 갖고 있다. 후발로 결합한 기자들은 기사 송고실에 들어가지 못해 브리핑 룸에 상주하고 있다. 기사 송고실에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출입기자로 등록한 지 3개월이 지나면 기자단이 회의를 열어 기자단 가입 여부를 결정한다. 3개월간 주 3회 이상 출근해야 한다. 국방부 출입기자들과 마찬가지다. 이같은 원칙은 통일부 출입기자단 자체 회의를 통해 결정했다.

서울교육청은 1주일에 4일 이상 한두 달 정도 출근해야 한다. 기자단 소속 기자들이 상호 체크한 뒤에 상주기자단 회의를 열어 출입해도 좋다는 결정이 나면 그때부터 출입이 가능하다. 출입기자로 등록된 뒤에도 '기사 송고실'에 자리가 없어 상주하기는 어려운 처지다.

국가권력과 기자단의 커넥션 개선될 수 있나

정부 부처는 '기자단의 자율적 운영'을 강조하면서 신규매체의 출입을 제한한다. 군소매체나 인터넷매체들이 신규로 출입처에 상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혀도 대부분 ▲기사 송고실의 자리 부족 ▲기자단의 자율적 의사결정 ▲자유로운 브리핑제도 실시 등을 이유로 기존 '기자단' 운영을 고집하려고 한다.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를 출입하고 있는 C기자는 "한 기자가 여러 송고실에 자리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며 "정부가 기사 송고실의 자리가 부족해 군소매체나 인터넷매체 기자들에게 자리배당을 못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각 부처 홍보관리관실이 적극적으로 균등한 자리배분을 하려고 했다면 실사를 통해 정확한 자리배분을 못할 리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기사 송고실과 브리핑 룸을 통합 관리하면 부스가 늘어나 대부분의 '자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만일 기자들이 기득권을 군소매체 등에 넘겼다면 정부가 '기자실 통폐합' 같은 발상을 아예 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고 기자들의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관건은 관료사회의 획기적 개선"

▲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지난달 22일 오후 세종로 정부합동청사 브리핑실에서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설명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 언론학 박사는 "기자들이 기사 송고실 폐지에 언론탄압이라고 거세게 맞서는 이유는 내심 안전한 출입처에서 낙종을 면할 수 있는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기자실 통폐합을 국민의 알권리 축소로 보는 시각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국가권력과 기자단 사이에 존재해온 커넥션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기자들이 기사 송고실이 폐지되고 통합브리핑센터에 적응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영묵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개방형 브리핑제 도입 당시 노무현정부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기자실 문제를 절충해놓았기 때문에 임기 말 이런 문제가 다시 터진 것"이라며 "기자들 입장에서 보자면 대충 절충된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대통령이 나서 기사 송고실(구 기자실)을 진짜 없앨 기세로 나오니까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는 면이 아예 없어보이지는 않는다"고 진단했다.

물론 기자들의 지적처럼 "그나마 공무원 접근이 쉬웠던 기사 송고실이 폐지됨으로써 정보접근권이 차단된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최 교수는 "인터넷시대 저널리즘에 꼭 대면접촉취재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이메일이나 전화로 소통이 원활하다면 기자실이 없어진들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평가했다. 무선인터넷시대에 기사 송고실이 꼭 필요하냐는 지적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공무원들이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정확한 정보공개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핵심은 관료사회의 변화에 있다"며 "정보공개에 대한 관료사회의 획기적 개선책이 없는 한 언론의 관료감시 매커니즘 자체를 축소시킬 요소는 충분히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언론이 '통합브리핑센터 설치'를 정치쟁점화하면서 '자가증폭 메커니즘'을 발동하는 것은 보기에 좋은 모습은 아니고, 정부가 여론수렴 없이 전격적으로 기자실 통폐합을 결정해 반발을 자초한 것도 옳은 태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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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입니다. <장윤선의 팟짱> 진행자이기도 해요. 지은 책으로는 <한국의 보수와 대화하다> <소셜테이너> 등이 있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 기자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 모든 워킹맘을 응원합니다.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