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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이장으로 재선출된 강수돌 고려대 교수
ⓒ 오마이뉴스 심규상
이장과 교수. 영화 <이장과 군수>에서 이장과 군수는 서로 다른 사람이다. 하지만 조치원 신안1리에 사는 강수돌 교수는 이장이면서 교수(고려대 경영학부)다.

영화에서는 어린시절 라이벌이었던 친구가 이장과 군수로 만나 경쟁심과 시기심에 티격태격한다. 반면 강 이장은 '마을 환경권'을 놓고 군수와 기업을 상대로 수년째 싸움 중이다.

또 있다. 영화는 현실을 풍자한 '코미디극'이지만 강 이장이 머리띠를 동여맨 곳은 실제 삶의 현장이고 냉혹한 현실이다. 강 이장은 어느 날 몰아닥친 한 건설사의 고층아파트 건립계획에 맞서 '생태마을' 조성을 외치며 '새로운 마을 만들기'를 진두지휘 해 왔다.

그는 지난 28일 밤 열린 마을 총회에서 이장에 재선출(임기 2년)됐다. 지지율은 97%(투표인 66명)로 전폭적이다. 그는 지난 2005년 전 마을이장이 '가짜 허위민원서류'를 주민 몰래 군청에 제출한 사건으로 사임하자 90%가 넘는 지지율로 새 이장에 당선됐다. 그의 호칭이 '이장'으로 바뀌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는 그 동안의 이장 경험을 토대로 "단체장과 일선 공무원들이 최소한 마을총회 때는 모습을 드러내는 발로 뛰는 현장행정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학자 입장을 전제로 "공무원들 스스로 '법적 테두리에서만 움직인다'고 말하고 있다"며 "공무원은 행정관이지 집달리(執達吏)는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강 이장은 "이장과 교수라는 두 가지 업무로 시간이 부족하고 힘들다"면서도 "진정한 마을 주민이 돼 학문과 삶의 '지행합일'(知行合一)을 경험하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1999년 신안1리 주민이 된 강 이장은 마을 앞 대규모 고층아파트 건립이 전 마을이장이 주민들 몰래 가짜민원서류를 내 '1종 일반주거지역'(4층이하 제한)이 '2종 일반주거지역'(15층까지 건축가능)으로 바뀐 사실을 밝혀냈다.

조치원 신안1리는 고려대 서창캠퍼스와 홍익대 신안 캠퍼스 사이에 있는 마을이다. 30일 오후 충남도와 연기군을 상대로 고층아파트건립(약 1000세대) 승인 철회와 대학문화촌 중심의 생태마을 조성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는 강 이장을 마을회관에서 만났다.

다음은 강 이장과 가진 주요 인터뷰 내용이다.

▲ 강수돌 신안1리 이장이 주민대표들과 충남도 건설국장과 간담회를 갖고 고층아파트 사업승인에 항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 마을 이장으로 재선출 됐는데?
"결론이 어떻게 나든지 고층 아파트건립을 저지하고 대학문화촌 건립사업을 현실화하는데 힘써 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 대학문화촌 건립사업이 어려워질 경우 복안은?
"대학촌이 안 된다면 최소한 신안1리 저수지 부근을 주민 운동장과 공원으로 조성해 인근 학생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뒷산이 오봉산과 연결돼 있어 경치도 좋고 등산객도 많다. 뒤에 말을 뒤집었지만 현 군수 또한 경관이 뛰어나다며 공원으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 마을 이장직을 맡게 된 배경은?
"97년에 (고려대 서창캠퍼스로) 발령받았고 신안리에 집 짓고 살기 시작한 것은 99년 가을부터다. 하지만 마을 앞 고층아파트 건립소식을 확실히 안 것은 2005년 행정도시특별법 통과직후인 3월경이다. 마을이장이 '아파트사업이 본격 착수 된다'고 말하더라.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마을이장이 관련된 일인 줄은 전혀 몰랐다.

군청에서 경위를 확인해보니 논과 밭, 과수원 등 농경지가 15층 고층 아파트 건립부지로 변해 있었고 이 과정에서 마을이장이 허위문서를 제출한 사실도 발견했다. 마을총회를 열어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이장을 추궁해 사실을 자백 받고 사퇴서를 받았다. 마을 이장 '주민소환제'가 신안1리에서는 이미 이 때 일어난 셈이다.

어느 날 대전에 강의 갔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전화를 받았다. '마을주민들이 총회를 통해 강 교수를 이장으로 뽑았으니 수락해 달라'는 요구였다. '원하신다면 맡아 싸워보겠다'고 수락했다. 말하자면 이장을 하게 된 발단은 마을 앞 고층아파트 건립사업이고 배경은 마을이장의 허위민원서류 제출에 따른 사퇴다."

"'신안 1리'는 이미 '이장 주민소환제' 실행"

- 2년 간 마을이장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마을이장을 하기 전에는 몇몇 이웃들과 아는 정도로만 약한 관계를 맺고 살았다. 이장직을 맡은 후 구체적으로 마을사람들과 만났다. 진정한 마을주민이 된 것이다. '지행합일'이라고나 할까? 이론적으로 꿈꿔온 이상과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을 찾은 셈이다. 최근 마을회관에서 하는 글쓰기 교실, 요가교실 등도 좋은 호응을 얻는 등 마을 분위기가 바뀌고 있어 보람을 느끼고 있다."

▲ 강수돌 이장
ⓒ 오마이뉴스 심규상
- 마을 주민들은 어떤가?
"주민들의 풀뿌리 민주의식이 크게 높아졌다. 1종지와 2종지의 의미를 비롯, 고층아파트건립 저지 이유에 대해서도 공감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주 130명이 2종지를 1종지로 바꿔달라는 요청서에 도장을 찍었다. 통상적으로 재산가치를 높이기 위해 5층 건물이상이 건립 가능한 2종지를 요구하는 것과는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주거환경을 지키기 위한 회의와 토론의 결과라고 본다."

- 대학 교수직과 마을 이장직을 함께 수행하는 데 따른 어려움은 없나?
"시간적 어려움이 가장 크다. 모시고 있는 노모와 대화하거나 개인시간이 부족하다. 다행히 시간적 자율성이 있어 힘들긴 하지만 병행해 나갈 수는 있다. 강단에서 이상만 그리는 게 아닌 피곤하더라도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이 참된 삶이라고 생각한다."

- 오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소송이 기각됐다. 어떤 소송이었나?
"한마디로 이장의 허위민원서류를 근거로 주거용도를 1종지(4층이하 제한)에서 2종지(15층까지 건축 가능)로 변경한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이었다. 1심에 이어 오늘 오전 있은 2심 선고공판에서도 기각됐다. 정확한 이유는 판결문을 받아봐야 알 수 있다."

"각서 쓴 군수, 현장지시 한 도지사 약속 어디로.."

- 이 밖에 아파트건립 승인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안다. 아파트건립 취소 소송을 제기한 근거는 뭔가?
"먼저 고층아파트 토지이용결정 과정이 불법적이다. 당초 우리 마을은 1종지로 입안이 돼 있었음에도 전 마을이장이 '허위민원서'를 제출해 고층아파트 건립이 가능한 2종지로 재입안 됐다. 둘째 연기군수와 충남도지사가 공개약속을 위배하고 사업을 승인했다. 연기군수는 주민들에게 '아파트사업대신 공원화 또는 대학문화촌 건설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각서를 썼고, 도지사는 '대학촌 건립'을 지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교통영향평가도 허위로 이뤄졌다.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아파트 1000세대 입주완료후 4년간 승용차 증가대수가 불과 4대로 돼 있다. 또 '충남도도시계획위원회'에 제출된 경관 시뮬레이션 자료 일부가 조작돼 거주민들의 환경권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게다가 조치원지역은 아파트 공급과잉에 허덕이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 80%이상이 아파트건립에 반대하고 있다. 기존 원주민들의 사회경제적, 환경적 권익을 침해하는 아파트사업은 민주사회의 질서나 이념에 걸맞지 않는다고 본다."

▲ 신안1리 주민들이 군수와의 면담 후 군청현관 앞에서 주민들이 고층아파트 건립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대책은?
"절차상 하자도 있고 타당성이 없는 사업이 분명한 만큼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는데도 법적으로 안된다면 청와대 1인시위 등 좀 더 대응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 아파트 건립저지 싸움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공무원이나 자본가들과 싸우며 모멸감을 느끼는 얘기를 듣는 것까지는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주민들이 업자 편에서 싸움을 폄훼하거나 모욕적으로 이야기 할 때는 가슴이 꽉 막히고 너무 힘들다. 하지만 이 또한 주민들의 학습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면 무엇이 옳은 것인지 느끼고 지지할 것이라고 본다."

"법에 없더라도 지역주민과 상의하고 사업했으면...."

- 학자와 마을이장의 입장에서 각각 행정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학자 입장에서 행정이 철학적 마인드를 갖고 일을 했으면 좋겠다. 공무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우리는 법적 테두리 내에서 움직일 뿐이고 법적 하자가 없으면 승인해 줄 수밖에 없다'는 말을 당당하게 말한다. 법을 존중하되 소신과 재량권을 갖고 위민행정을 하는 것이 공무원이지 법대로 하는 '집달리'(執達吏)는 아니지 않은가.

이장 입장에서는 현장행정을 하라고 말하고 싶다. 단체장과 일선 공무원들이 선거 때나 민원제기 할 때만 나타나지 말고 평소 관심을 갖고 발로 뛰는 행정을 해야 한다. 최소한 마을 총회할 때는 나타나야 하지 않겠나."

- 학자와 마을이장의 입장에서 각각 기업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학자 입장에서 기업이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할 수 밖에 없지만 법률적, 도덕적으로 위배되지 않은 범위 내에서 활동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지역사회에 공헌한다는 의미에서 사회적, 경제적 책임을 성실히 완수하는 존경받는 기업활동을 해달라.

이장 입장에서 말하자면 법에 명시돼 있지 않더라도 지역사회에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동의를 확보하는 방식을 통해 사업을 진행해 달라고 요청드리고 싶다."

- 끝으로 마을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평소 주민들에게 무슨 일이든 마을주민들이 똘똘 뭉쳐야 하고 뭉치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유로와야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해 왔다. 나아가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설령 진다하더라도 마을 공동체를 지키고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토론하고 단결하는 과정 자체가 아름답고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신안리 마을지키기 및 대학문화타운 건설 촉구 후원계좌/

농협 419-12-407567 강수돌(신안1리 이장, 주민대책위 공동대표)
국민은행 455801-04-105119 강수돌(신안1리 이장, 주민대책위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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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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