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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
ⓒ 한길사
신약성경에는 '바라바'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유대총독인 본디오 빌라도가 예수를 심문하고 나서, 모여있는 군중들에게 의견을 묻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인물이다.

빌라도는 유월절을 맞아서 죄인 한명을 사면하려고 하는데, 예수와 바라바 중 누구를 석방하면 좋겠냐고 군중에게 묻는다. 그러자 군중들은 모두 바라바를 석방하라고 외친다. 결국 바라바는 석방되고 예수는 십자가형을 받는다. 이 바라바는 4대 복음서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마태오 복음에서는 바라바가 이름난 죄수였다고 한다. 그리고 마르코 복음, 누가 복음에서는 반란을 일으키고 사람을 죽인 폭도였다고 묘사하고 있다. 요한 복음에서는 단순한 강도였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 바라바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전통적인 견해 중 하나는, 로마에 대항하는 젤롯당의 당원이었다는 설이다.

하지만 젤롯당 당원이었다면 빌라도가 그렇게 쉽게 바라바를 석방했을리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예수는 단지 몽상가에 불과했을 수도 있지만 바라바는 로마에 반기를 든 과격파의 일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위험한 인물인 바라바를, 군중들의 요구가 있다고 해서 가볍게 석방했을리는 없다는 설이다.

댄 브라운이 쓴 <다 빈치 코드>의 모티브가 되었던 책인 <성혈과 성배>에서는 이 바라바에 대해서 색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바라바가 예수의 아들이었을지 모른다는 주장이다.

이를 바탕으로 흥미로운 설을 전개한다. 바라바가 예수의 아들이었다면, 군중들이 예수 대신 바라바를 풀어주도록 요구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예수는 십자가형을 받아서 죽게 되더라도, 그의 혈통은 아들인 바라바에게로 계승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라바는 과연 어떤 인물이었을까.

숨겨진 단어 '바라바'와 관련된 음모

독일 작가 필리프 반덴베르크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한길사)에서는 이 바라바라는 단어가 마치 숨겨진 코드처럼 등장하고 있다. 작품의 무대는 1961년 독일, 한 남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차 안에 있던 서류가방이 어디론가 사라진다. 다음날부터 이 남자의 부인인 안네 폰 자이틀리츠는 이상한 일에 휘말린다.

처음 보는 남자가 나타나서 양피지 문서는 어디에 있냐고 묻는가 하면, 누군가가 집에 몰래 들어와서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 집안을 온통 뒤집어 놓는다. 결국 안네는 이 일들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 친구와 함께 프랑스로 날아간다.

때를 같이 해서 프랑스와 로마에서도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한 대학교수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있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성모 그림에 황산을 끼얹는다. 그러자 그림 속 성모의 목에는 여덟개의 보석으로 장식된 목걸이가 나타난다. 이 여덟개 보석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베릴(Beryll)-아쿠아마린(Aquamarin)-루비(Ruby)-자수정(Amethyst)-베릴-베릴-아하트(Achat)-스마라크트(Smaragt). 레오나르도가 그림 속에 이 보석 8개를 숨겨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보석의 앞 철자를 연결해서 읽으면 한 단어가 나온다. 바라바(BARABBAS).

로마에서는 티투스 개선문의 조각이 문제가 된다. 유대전쟁을 승리로 이끈 티투스를 기념하기 위해서 세워진 티투스 개선문은 티투스가 죽고 나서 서기 81년에 세워진 건물이다. 이 개선문에는 유대 지역에서 가져온 8개의 전리품이 조각되어 있는데 그 전리품 중에는 특이하게도 고라니가 있다.

고라니는 한국의 산악지역, 중국의 북동부에 서식하는 동물이다. 2천년 전 유대 지역에 고라니가 살고 있었을 가능성은 없다. 그런데도 유대전쟁의 전리품 조각에 고라니가 포함되어 있다. 이는 어찌된 영문일까.

당시 로마의 시민들이 이 조각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을까. 아마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로마의 시민들은 로마지역 바깥에 있는 동물은 모두 이국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전리품 속에 북극곰이 있었더라도 로마시민들은 자연스럽게 생각했을 것이다.

이 8개의 전리품을 순서대로 표기해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욕조(Balnea)-양(Agnus)-나뭇가지(Ramus)-고라니(Alces)-군기(Bellicum)-쌍두마차(Bigae)-오리(Anas)-이삭(Spica). 마찬가지로 8개 단어의 앞 철자를 연결하면 한 단어가 만들어진다. 바라바.

제 5복음서에는 어떤 내용이 있을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에는 '제 5복음서의 숨겨진 비밀'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부제에서 암시하는 것처럼, 전통적인 4개의 복음서 외에 5번째 복음서를 소재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 복음서에서는 예수의 모습을 색다르게 묘사하고 있다. 5번째 복음서의 내용을 추적하려는 사람들이 있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를 막으려는 사람들의 음모가 있다. '바라바'는 이 복음서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의 배경이 되는 역사적 사실이 있다. 1945년에 이집트 나그함마디 지역에서 발견된 고문서가 바로 그것이다. 흔히 '영지주의 문서' '나그함마디 문서'라고 부르는 문서이다. 이 문서는 사해문서와 함께 초기 그리스도교의 모습을 알수있는 중요한 발견으로 꼽힌다.

사해문서는 두루마리 형태의 문서이지만, 나그함마디 문서는 책의 형태로 장정된 문서이다. 사해문서는 구약성서의 외경을 상당부분 포함하고 있지만, 나그함마디 문서는 신약성서의 또 다른 복음서를 포함하고 있다. 도마 복음서, 막달라 마리아 복음서, 필립보 복음서, 바르톨로메오 복음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복음서들은 전통적인 성서해석에 도전했던 다른 교파가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이 영지주의자들은 결국 이단으로 배척받고 이집트로 물러나지만, 이들이 남긴 기록은 <다 빈치 코드>를 비롯해서 수많은 역사 미스터리 소설의 모티브로 작용하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도 마찬가지다. 작가인 필리프 반덴베르크의 작품에는 반가톨릭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사실과 허구를 적절히 뒤섞고 있지만,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가리켜서 논픽션의 요소가 더 많다고 강조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은 <미켈란젤로의 복수>의 후속작이다. 작가는 <미켈란젤로의 복수>에서 역시 성경의 숨겨진 비밀을 위해서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동원하고 있다.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작품에 무엇을 숨겨두었을까.

덧붙이는 글 |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 필리프 반덴베르크 지음 / 안인희 옮김. 한길사 펴냄.

댄 브라운의 <다 빈치 코드>를 전후로 해서, 로마 가톨릭을 둘러싼 역사 미스터리 소설이 끊이지 않고 출간되고 있습니다. 관련 작품들을 소재별로 분류해서 한 편씩 소개하고자 합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 - 제5복음서의 숨겨진 비밀

필리프 반덴베르크 지음, 안인희 옮김, 한길사(2000)


태그:#바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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