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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열린 '경부운하 구상에 관한 법률적 검토' 학술대회
ⓒ 오마이뉴스 김병기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경부운하' 구상을 놓고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시대착오적 발상"(천정배, 이인제), "식수오염과 환경대란을 일으킬 재앙"(한명숙), "대국민 사기극이 될 가능성"(문국현), "깜짝쇼식 토목사업"(고건) 등 정치권의 자극적이고도 선정적인 비판에서부터 환경·토목·경제 등 각 학문 영역에서의 기술·경제성 평가에 대한 논의가 끊임이 없다. 경부운하 건설이 새만금사업의 재판이 될 것인가, 아니면 국운융성의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인가에 대하여는 쉽게 장담할 수는 없다.

현재의 상황을 지켜보면 경부운하 구상은 1990년대 초반의 국내 한 대학 연구소의 구체적 발상으로 문헌상 등장하였지만, 일부 국책연구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의 장기간에 걸친 타당성 검토 결과 대부분 부정적인 결론에 이르렀던 것이다. 몇 년이 흘러 이제 하나의 대선 공약으로서 경부운하는 또 다시 우리 사회의 여론을 분열시킬지도 모를 중요한 정치적 이슈로 재등장하였다.

그러나 적어도 이제는 주목끌기식 대선이슈로서 더 이상 우리 사회를 극단적인 편가르기로 몰고가서는 안된다. 그러한 경험은 한 번으로 족하다. 반대의견에 귀기울이지 않고 무조건 앞만 보며 '국운융성'과 'GNP 4만불'만 외쳐서도 안되고, 근거 없이 무조건 비판만 해서도 안된다. 이런 점에서 적어도 최근의 경부운하 반대 목소리는 찬성론에 비해 과학적·이론적 논거를 보다 적실하게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글에서는 "경부운하"의 "법적" 문제점에 한정하여 검토하고자 한다. 왜 경부운하인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이를 채택하더라도 경제적, 기술적 내용은 관련 전문가들에 의해 충분히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거대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는 경부운하 건설은 단순한 계획과 실시만으로 쉽게 완료될 성질의 사업이 아니다.

경부운하, 법리적 목적 정당성 가져야

경부운하 건설 사업이 현실적으로 원활하게 추진되어야 하는 것 외에도, 법리적으로 당해 사업의 목적이 정당성을 가져야 하고, 현행 국토계획법체계와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그 구체적인 계획(Planung)과 이를 위한 예측(Prognose)에 있어서 공익·사익간의 정당한 이익형량과 각종 이해관계를 조정해야만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어느 하나라도 어긋나기만 하면 즉 사업중지 가처분신청을 포함한 소송이 제기되거나 주민과의 갈등 또는 위헌 문제에 부딪히게 되면 운하사업은 장기적으로 표류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경부고속철과 새만금사업 등의 문제 뿐 아니라 위헌과 합헌을 거듭했던 행정수도 이전의 악몽이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많다.

경부운하 건설 구상이 대선 후보자로서 정치이슈 선점이라는 차원에서는 탁월한 발상이다. 그러나 경부운하 계획은 말 그대로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의 "국토개조사업"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정치이벤트 수준이 아닌, 전체 국민으로부터 검증받아야 할 정책으로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즉, 경부운하 건설사업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선거전략 차원에서 주목을 끌기 위해 누군가가 선점한 하나의 선거이슈에 그쳐서는 안되며, 오히려 국민과 국익의 관점에서 합헌적 방법을 통한 사회적 안정 도모 차원에서 공개적인 타당성평가와 검증이라는 합법적 방법에 의하여 차분히 진행되어야 할 사항이다. 적어도 국익적 차원에서 타당하다면 어느 누구든 집권 후 경부운하 구상을 구체화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 완공 후의 운하가 '국운융성'이 아닌, '대재앙'이 된다면 그에 대한 법적 책임 또한 분명히 져야 할 것임을 국민 앞에 엄숙히 약속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경부운하 사업 구상에 있어 절대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법적 문제점을 아래에서 지적한다. 헌법적, 행정계획법적, 환경법적, 갈등관리법적 및 지방자치법적 관점 등에서 살펴본다.

(1) 경부운하 건설 구상은 그것이 이른바 국토개조사업이라거나 북한운하를 포함한 한반도대운하 사업 구상이라면 헌법상 국민투표 사항이다. 또한 재산권침해와 손실보상, 수몰이주민 이주 및 생활대책, 환경과 홍수 등 재해대책, 상수원 수질오염, 지방자치단체간의 갈등 등 각종 헌법 및 법률적 문제점 외에도 우리 사회의 극단적 국론분열 사태의 발생 가능성을 고려할 때 국민투표의 필요성도 긍정된다.

(2) 헌법적 관점에서, 경부운하 건설사업은 국민의 재산권침해 가능성이 높고, 기존의 국토종합계획을 폐기하고 이를 대체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국토 균형개발·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계획'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그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

(3) 행정계획법적 관점에서, 기존 반세기를 지탱해온 국토종합계획(국토건설종합계획)은 국토의 계획과 정책에 관한 국가최고계획으로서 예컨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계획, 수도권신공항건설계획 그리고 고속철도건설계획 등 역대 어느 특별법상의 계획도 이를 우선하지 못하였다. 이른바 국토개조사업이라는 경부운하 건설사업 구상도 기존에 형성된 국토종합계획의 범위안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경부운하 구상을 보면 국토종합계획은 안중에도 없는 것으로 보이는바, 위헌·위법적 조치가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또한 경부운하 건설은 천문학적 토지보상액과 보상절차의 장기화 뿐 아니라 보상액 지급방법에 있어 채권보상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아 위헌성이 있다.

그리고 수백 수천억원에 이를 수도 있는 댐/갑문을 경제성에 관한 깊은 고려 없이 20개를 건설해야 한다는 사실은 논외로 하더라도, 수몰이주민들의 이주 및 생활보상 지원이 많이 미흡하여 갈등과 사업의 장기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교량·철교가 운하를 지나는 선박화물 적재함의 높이에 부적합한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 십 내지 수백 개의 교량등을 신설하거나 철거후 재설치하는 경우에 상상을 초월하는 비용이 요구된다는 점 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4) 환경법적 관점에서, 환경생태적 영향 뿐 아니라 장마철 집중호우를 수반하는 우리나라의 계절적 특성으로 인해 홍수로 인한 재해예측과 그 영향평가가 완벽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임에도 경부운하 건설 구상에 있어서는 오로지 건설 가능성과 경제적 효과 등 청사진만 제시될 뿐 "재해 예방"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운하 건설 능력 과시 이상으로 그 건설로 인한 재해가 '대재앙'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더욱 철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상수원으로 이용되는 한강·낙동강을 선박에게 빼앗김으로써 초래될 상수원 수질오염과 물부족국가로의 이행 촉진을 우리 스스로가 초래한다는 것은 아무리 선해(善解)하더라도 여전히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5) 갈등관리법제 및 지방자치법적 관점에서 볼 때, 경부운하 건설사업 구상은 정부 스스로 제정한 갈등해결규정 소정의 '갈등관리 5대원칙'에 비추어보더라도 하나같이 부합되지 않는다. 또한 새만금사건·위천공단사건 등을 보더라도 한강·낙동강·강원도 주민간의 물 분쟁이 소송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리고 경부운하 사업 구상이 관련 지방자치단체의 도종합계획, 시·군종합계획 등과 배치된다는 이유로 국가정책에 대한 주민투표의 실시 등으로 이어지게 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 및 주민의 반발로 이어져 사업의 추진에 심각한 어려움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 또한 자치단체 상호간에 운하의 지역별 거점 항구 유치를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이들 모든 사항이 헌법재판소와 법원에 권한쟁의심판이나 기관소송 또는 항고소송으로 비화될 수 있는 것으로 언제든 운하건설 사업정지·공사중지 가처분 결정 등의 복병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

(6) 그밖에 법치국가적 형량명령 즉, 정당한 이익형량원칙에 비추어 공익과 다른 공익간, 공익과 사익간 등의 이익 형량이 정당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 운하건설비용 vs. 철도·도로건설 확대, 일자리창출 vs. 비용투입, 골재채취수입 vs. 건설재원조달, 사회적 편익 vs. 사회적 비용, 경부운하 건설 vs. 생존권, 역대 대형 국책사업의 실패 내지 장기화 vs. 경부운하 건설사업, 그밖에 부작용 및 긍정적인 기대효과 등의 관점에서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비전문가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수익성, 경제성 등을 과대평가한 점이 적지 않게 보인다. 특정한 법익의 과대평가 등 형량의 과오평가·불평등은 형량하자로 이어져 재량권 일탈·남용으로서 위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첨부파일
msdr89_363145_1[1].hwp

덧붙이는 글 | 경부운하는 "국운융성"의 길이라고도 하고 "대재앙"이라고도 한다. 이미 행정수도 위헌논란, 경부고속철도과 신공항, 새만금사업의 전철을 보면서 단순히 기술적, 경제적 검토만으로는 또다시 나중에 위헌성 문제로 국론분열의 가능성이 있다. 미리 법적 문제점을 검토해 본다. 경부운하 사업이 추진된다면 사전에 이런 문제는 풀고 가야만 한다는 충심에서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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