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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 차선의 교통체증과 비교되게 잘 뚤린 자전거 도로
ⓒ 강병구
북유럽 어딜 가도 자전거가 편하다는 점을 느낄 수 있지만, 코펜하겐에선 더욱 그렇다. 인구가 100만이 넘는 대도시인 코펜하겐에서는(인구 100만이 뭐가 많을까 싶을 수도 있지만, 북유럽 4개국의 도시 중 유일하게 100만이 넘는 도시는 이곳 밖에 없다) 다른 북유럽 도시에는 찾아보기 힘든 교통체증도 보게 되는데, 그럴수록 자전거의 매력은 점점 더 커진다.

아무리 바쁜 일 없는 여행자라도 막히는 길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함이 밀려온다. 그런 상태에서 옆에 있는 자전거 길로 휙휙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자전거를 타야겠다' 하는 생각이 5배쯤 커진다.

다른 북유럽 도시에도 자전거 빌리기가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코펜하겐에선 자전거 빌리기가 유독 쉽다. 핀란드에서처럼 길거리에 있는 'city bike'라는 빨간색 자전거에 보증금 동전을 넣으면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저렴한 만큼 기어가 없고, 브레이크가 불편한 단점은 있지만, 막히는 차도 옆에서 씽씽 달리기에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

참 자전거와 관련하여 몇 가지 숙지할 사항이 있다. 코펜하겐의 자전거 도로는 우리나라의 그것처럼 권장사항식의 성격이 아니라, 명백한 자전거 전용 도로이다. 그래서 인도가 비좁다고 자전거 도로로 걷는다면 상당히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고, 정말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자전거를 타는 속도가 꽤 빠른데, 그런 자전거들이 줄줄이 가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자전거로 갈 수 없는 곳들이 있는데, 그런 곳에 자전거를 타고 들어가면 벌금을 물을 수도 있다. 시청 앞 광장이나 걷는 사람들이 많은 스트뢰이어트 등에서는 자전거를 타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 대부분의 자전거 도로가 차도와 인도 사이에 명확히 구분되어 있다.
ⓒ 강병구
싼값에 'city bike'를 타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면, 유스호스텔에서 유료로 자전거를 빌리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아무래도 무료보다는 훨씬 좋은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동물원도 재미있을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먼저 가본 곳은 시 외곽에 있는 코펜하겐 동물원이었다. 광활한 프레데릭스베르 공원의 남쪽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 동물원은, 코펜하겐만의 특별한 볼거리는 아닐 수도 있다. 유명 도시라면 동물원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고, 코펜하겐 동물원이 특별히 희귀한 동물을 보유했거나 많은 동물을 보유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동물원은 독특한 매력이 있는데, 바로 관람하는 재미라는 것이다. 사실 동물원이 재미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쇼를 보여주는 것도 한두 번이고 광활한 동물원이라면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피곤할 법하다. 너무 많은 동물은 뭘 봐야할지 헛갈리게 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생각하자면 동물원이 재미있다는 게 무슨 소리일까 할 것이다. 헌데 우리가 동물원을 왜 가는지, 무엇을 보고 싶은 것인지 생각해 본다면, 그리고 그것을 실행해주는 것이 재미일 것이라 생각해 본다면 어려운 일만도 아니다. 평소에 볼 수 없는 동물들이 어떻게 사는지, 어떤 모습인지를 잘 설명해주고 알려준다면 동물원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이다.

▲ 낙타 먹이주는 시간, 낙타 우리 앞의 관람 모습
ⓒ 강병구
그런 것을 코펜하겐 동물원에선 체험해 볼 수 있다. 낙타가 먹이를 먹는 시간이 동물원 게시판에 뜨고, 그 시간이 되어 낙타 우리 앞으로 가면 낙타 먹이가 준비되어 있어 그것을 낙타들에게 먹여 볼 수 있다.

호랑이 우리 옆에는 호랑이가 잘 나타나는 작은 밀림을 만들어져 있고, 그 안에 오솔길을 나 있는데 지나가면 호랑이 울음을 들을 수 있다. 작은 밀림의 출구 앞에 서 있으면, 호랑이 울음소리에 놀라 뛰어나오는 어린이들도 있고 그런 경험에 더욱 흥미를 느끼고 설명을 읽어보는 청소년들도 볼 수 있다.

너무 흔해 동물원에서 본다면 이상할 듯한, 소, 닭, 개도 전시대상이다. 특히 이러한 익숙한 가축들과 염소, 양 등은 어린이들이 직접 만져보고 놀아볼 수 있도록 개방된 우리 안에 있다.

또 젖소의 우유를 짜는 법을 알려주는 등의 프로그램도 있었다. 물론 그러다 목격한 것은 우유를 짜는 동안 소가 서 있는 채로 변을 봐서, 가이드와 함께 우유를 짜보던 아이가 울음을 터트린 장면이었다.

이런 작지만 세심한 준비가 동물원을 훨씬 재미있는 곳으로 만들어주었다. 덴마크어로 나오는 설명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인인 나에게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돈이 많이들 것 같지도, 준비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지도 않은 이런 준비를 우리 동물원에서도 볼 수 없을까?

스트뢰이어트 곳곳에 숨어있는 볼거리들

▲ 코펜하겐의 명동, 스트뢰이어트의 초입에서
ⓒ 강병구
전에도 소개했지만, 코펜하겐의 중심거리라 할 수 있는 스트뢰이어트는, 코펜하겐의 명동이라 할 수 있다. 덴마크적인 상품들이 넘치는 이곳에서 쇼핑을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흔히 볼 수 있다. 또 쇼핑 말고도 크고 작은 볼거리들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이런 스트뢰이어트의 인상적인 것들 중 몇 가지만 살펴보자.

▲ 너무 짠 맛에 본전 생각나게 하던 '맨하탄'이란 피자 뷔페
ⓒ 강병구
명동 쇼핑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들이 음식점이 듯, 이곳에서도 많은 음식점들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유독 눈에 보이는 것은 테이크아웃 형태의 음식들과 뷔페형 식당들이다.

시청광장에서 길을 건너 버거킹 앞에서 시작하는 스트뢰이어트 거리 초입에 들어서면, 상당히 많은 간이음식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중에서도 케밥류와 샌드위치, 그리고 중식 테이크아웃 음식점들이 대세이다. 간단하고 싼 요리를 찾는 여행자들에게 이런 음식들은, 물가가 비싼 북유럽에서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들이다.

단비 뿐 아니라 덴마크에선 오아시스도 만날 수 있는데, 다양한 뷔페식당들이 그것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몇 십 가지에 달하는 고급형 뷔페식당만이 아니라, 야채뷔페, 중식뷔페, 피자뷔페 등 저렴하면서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뷔페들이 다양하게 있다.

하지만 그저 싸다고 무턱대고 선택해선 곤란한 이유는, 경우에 따라선 싸기만 할 뿐 도저히 먹기 힘든 음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들어가 본 피자뷔페와 이슬람뷔페가 그랬는데, 전자는 너무 짜서 후자는 특유의 향신료 때문에 본전이 매우 아까울 정도로 밖에 먹지 못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안전한 선택은 중식뷔페라 할 수 있다. 중식뷔페들은 대부분 입맛에도 맞고 가격도 싼 편이니 허기에 굶주린 여행자라면 주린 배를 마음껏 채워보자.

▲ 에로티가 박물관의 모습, 내용은 직접 확인하시길.
ⓒ 강병구
인상적이면서 특이한, 작은 사설 박물관들도 관심이 있다면 들어가 볼 만하다. '기네스 월드 오브 레코드 박물관'이나, '에로티카 박물관' 등이 그렇다. 전자는 기네스북에 실린 기록들의 실물 크기의 재현과 기록 달성 장면들을 비디오 등으로 소개한다.

에로티카 박물관은 세계 최초로 성인만화가 해금된, 개방된 도시 코펜하겐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곳이다. 관심이 있다면 들어가 보는 것도 괜찮겠지만, 요금은 절대 싸지 않다는 점도 염두에 두자.

마지막으로 소개할 것은 이 고풍스러운 거리를 즐기라는 것이다. 다른 유럽 도시의 구시가지들이 그렇지만, 이 곳 스트뢰이어트도 최소 100여년이 넘은 역사적 건물들로 이뤄진 곳이다. 고풍스러운 건물들 사이사이 골목을 걷다보면 어느 오래된 유럽 동화 속에서 보았을 만한 건물들이 보인다.

개중엔 프레데릭스 교회 같은 화려한 건물도 있지만, 아담하고 낮은 집들도 있다. 100년도 넘은 집에서 사는 지금의 덴마크 인들을 생각하면 도시에 오래된 향기를 물씬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아말리엔보르 궁전 광장 앞에서 프레데릭스 교회가 보이는 전경
ⓒ 강병구

덧붙이는 글 | 지난 2006년 4월 21일부터 7월 28일까지 러시아와, 에스토니아, 유럽 여러 국가를 여행했습니다. 약 3개월간의 즐거운 여행 경험을 함께 나누고자 올립니다. 다음 기사는 5월 25일(금요일)에 이어집니다.


태그:#북유럽, #덴마크, #코펜하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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