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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의 만찬>
ⓒ 노마드북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 <최후의 만찬>은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타마리아 델레그라치에 성당 식당의 벽화이다. 가로 8.8m, 세로 4.6m인 이 그림은 1493년부터 1497년까지 5년 동안 제작되었다.

<최후의 만찬>에는 총 13명이 그려져 있다. 예수를 가운데 두고 제자들이 양쪽으로 6명씩 자리 잡고 있다. 그림을 보면 제자들은 3명씩 모여서 4그룹으로 나뉘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림의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제자들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몸통보다는 머리의 위치를 우선으로 한 순서다. 바르톨로메오-소야고보-안드레아-가롯 유다-베드로-요한-토마스-대야고보-필립보-마태오-유다 타데오-시몬.

<최후의 만찬>은 요한복음 13장 22절부터 30절에 이르는 내용을 그림으로 묘사한 것이다. 예수가 '내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들 중에 나를 팔아넘길 자가 하나 있느니라'라고 말하고 난 직후의 모습이다.

이 말을 듣고 나서 제자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성질 급한 베드로는 요한의 어깨에 손을 얹으면서 그 제자가 누구냐고 묻는다. 소야고보는 베드로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그에게 손을 뻗는다. 안드레아는 자신에게 죄가 없다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듯이 두 손을 펼쳐 보인다. 토마스는 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있고, 마태오와 유다 타데오는 예수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그리고 예수와 가롯 유다는 같은 접시로 손을 뻗고 있다.

이 <최후의 만찬>에는 어떤 상징이 담겨 있을까. 예수와 제자들에게는 성인임을 나타내는 후광이 없다. 유월절의 만찬인데도 식탁에는 새끼양 대신에 빈접시가 놓여있고, 예수의 앞에는 성배가 없다.

이상한 점은 또 있다. 베드로와 안드레아가 사실 형제였다고 한다. 그래서 <최후의 만찬>에서 레오나르도는 이 두 사람의 모습을 비슷하게 그려놓았다. 그리고 소야고보와 예수의 얼굴도 유사했기 때문에 레오나르도는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와 소야고보를 서로 닮게 그려놓았다. 유다 타데오의 모델은 레오나르도 자신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림에서 유다 타데오는 예수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다른 이야기도 있다. 그림 속에 있는 12제자는 12별자리를 상징한다고 한다. 즉 예수는 태양이고 12제자의 위치는 황도 12궁과 대응하는 관계다. 이에 따르면 요한은 천칭자리, 가롯 유다는 사수자리, 베드로는 전갈자리가 된다. 여기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최후의 만찬>의 상징을 분석하는 종교재판관

하비에르 시에라는 <비밀의 만찬>에서 중세의 그림에 숨겨진 코드를 색다른 관점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림속의 상징을 분석하는 것은 댄 브라운이 <다 빈치 코드>를 통해서 시도했던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캐슬린 맥고완은 <선택 받은 자>에서 니콜라스 푸생, 산드로 보티챌리의 그림에 담겨진 상징을 파헤치고 있다.

이런 작품들에 의하면 이 예술가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그림 속에 이교 또는 이단의 상징들을 잔뜩 집어넣고 있다. 천재들은 모두 장난기가 많은 인물이기도 하다. 이들이 뭔가 색다른 상징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단순한 장난의 소산이었을까. 아니면 나름대로 확신을 가지고 비밀을 감추어 놓은 것일까. 어두운 중세의 시기에, 교황청 사람들을 홱 돌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림 속 깊숙이 이단의 코드를 숨겨둔 것일까.

<비밀의 만찬>은 제목처럼 레오나르도의 그림 <최후의 만찬>을 소재로 한다. 1497년 이탈리아의 밀라노를 배경으로 한다. 이 밀라노라는 곳은 독특한 도시다. 프랑스와 국경을 접한 밀라노는 전통적으로 교회에 반발하는 경향이 짙은 곳이었다. 교회를 붕괴시키려는 세력의 은신처로서는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살아남은 카타르파가 비밀리에 숨어들었던 곳이라고도 한다.

이 밀라노로 종교재판관인 레이레 신부가 모종의 임무를 갖고 파견된다. 산타마리아 성당에서 작업 중인 레오나르도와 관련된 일이다. 레오나르도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벽화작업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동시에 그와 연관된 이단적인 행동을 감시하라는 임무이다.

레이레 신부는 밀라노에 도착하지만,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은 온통 수수께끼와 같다. 3년 넘게 작업 중인 식당은 온통 돼지우리처럼 지저분하다. 식기는 한쪽에 쌓여있고 사방에 물감통이 널려있다. 레오나르도와 그의 제자들이 매일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어치우는 바람에 성당의 살림이 거덜 날 판이다.

당연히 성당에 있는 원장이나 수사들은 레오나르도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레오나르도는 걸핏하면 성당 수사들의 무식함을 비웃는다. 그러면서 공개적으로 자신이 <최후의 만찬>에 어떤 비밀을 심어놓겠다고 경고한다. 레오나르도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른다. 그림 속에 마호메트를 그려놓는다 하더라도 절대로 알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레오나르도가 작업 중인 <최후의 만찬>에 대한 수사들의 반응은 더 심각하다. 문서필사를 담당하는 수사는 그 그림을 보고 '에덴동산의 뱀처럼 요망한 그림'이라고 비난한다. 다른 수사는 <최후의 만찬>을 가리켜서 '저건 악마의 그림이야!'라고 말한다.

레오나르도는 그림에 어떤 상징을 숨겨둔 것일까?

레오나르도를 수식하는 용어는 많다. 최초의 과학자, 위대한 화가, 다재다능한 발명가, 그리고 비밀결사의 수장까지. 레오나르도가 살았던 시기는 글자그대로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교황 알렉산데르 6세는 자신의 사생아와 함께 결탁해서 교황령을 확대하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이런 교황에 반대해서 도미니크 수도회의 사보나롤라 신부는 거리를 떠돌면서 설교하고 다녔다. 사보나롤라를 따르는 무리가 점점 많아지고 있던 시기이기도 하다.

게다가 왕족들은 그리스도교 대신에 이교도들의 미학에 심취해 있었다. 그리고 무장한 터키인들이 지중해 전 지역을 이슬람화하기 위해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교회역사를 통틀어서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였을 것이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때를 틈타서 몰락한 카타르파가 이탈리아 북부지역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었을 것이다.

레오나르도는 이런 격변의 시기를 살았던 인물이다. 당시에 레오나르도는 시체를 해부하고,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비행기와 에어컨, 기관총의 모형을 설계하고 있었다. 동시대인들의 눈에는 정신 나간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어쩌면 <비밀의 만찬>처럼 레오나르도가 작품 속에 뭔가 비밀을 감추어 두었을지 모른다. 조용히 교회의 요구를 따르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많은 호기심과 재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 아닐까.

화려한 삶을 살았던 레오나르도의 말년은 조용했다. 프랑스의 왕 프랑수아 1세가 남프랑스의 성을 레오나르도에게 제공한다. 생활비로 쓰고도 남을 만큼 많은 연금도 함께 제공했다. 그곳에서 레오나르도는 조용한 여생을 3년 동안 보내고 죽는다. 프랑스 왕의 호의에 보답하려고 했는지, 항상 가지고 다니던 <모나리자>를 죽으면서 프랑스 왕에게 기증했다. 덕분에 <모나리자>는 프랑스에 남게 되었다.

레오나르도가 죽으면서 남긴 물건은 얼마 안 된다. 원고와 스케치 몇 점, 그림 몇 점이 들어있는 궤짝이 전부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말을 남겼다.

"유효하게 사용한 하루의 마지막에 기분 좋은 잠이 찾아오듯이, 유효하게 사용한 일생의 끝에는 기분 좋은 죽음이 찾아온다."

덧붙이는 글 | <비밀의 만찬> 1, 2. 하비에르 시에라 지음 / 박지영 옮김. 노마드북스 펴냄.

댄 브라운의 <다 빈치 코드>를 전후로 해서, 로마 가톨릭을 둘러싼 역사 미스터리 소설이 끊이지 않고 출간되고 있습니다. 관련 작품들을 소재별로 분류해서 한 편씩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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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과 장르소설을 좋아합니다. 저서로 <오래된 길, 우즈베키스탄을 걷다>, <바오밥나무와 여우원숭이>, <실크로드의 땅, 중앙아시아의 평원에서>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