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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은 17일 오전 경의선 문산역과 동해선 금강산역에서 각각 '남북철도연결구간 열차시험운행' 공식 기념행사를 열고 오전 11시 30분 북측 개성역과 남측 제진역을 향한 열차를 동시에 운행했다. 사진은 56년 만에 경의선이 문산역을 출발하는 모습.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남소연

100년 전이다. 1906년 서울과 신의주 간 철도가 개통되었다. 이후 남북철도는 한반도의 슬픔을 같이 하며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1945년 남북철도가 끊긴 이래 남북철길의 수난사가 곧바로 우리의 분단사였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를 계기로 남북철도는 재회를 위한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2000년 9월 경의선 복원사업 착공부터 지금까지 남북철도를 둘러싼 상황은 이어질듯 말듯 가슴 졸이는 일의 연속이었다. 핵무기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격한 대립 속에서 남북철길은 번번이 뒷전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2.13 선언 이후 한반도는 거스를 수 없는 평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그리고 오늘(17일) 우리는 역사적인 남북철도 열차 시범운행을 맞이하게 되었다.

남북철도 열차시범운행은 냉전과 대결의 시대를 넘어,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분단사의 역사적 시효가 끝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남북철도는 소통의 길이며, 평화의 길이다. 통일의 길이며, 공동 번영의 길이다. 남북철도를 따라 한반도의 미래와 가능성이 거침없이 달릴 수 있도록 남과 북이 모든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경의선, 동해선 이어 경원선도 잇자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남과 북의 철도가 온전하게 다시 만나기 위해서는 지난 60년의 별거 동안에 발생했던 둘 사이의 차이를 조정해야 한다.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남북철도의 끊긴 구간을 연결하는 것이다. 남북 간의 철도단절노선은 경의선, 경원선, 동해선, 금강산선으로 길이는 총 320.4km이다. 이중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사업은 각 2000년, 2002년에 착공하여 오늘 시범열차 운행을 맞이하게 되었다.

남북철도 4개의 노선 중 경제적으로 가장 가치가 있는 노선은 경원선이다. 경원선이 시베리아횡단철도(TSR)로 이어지는 최단 구간이기 때문이다. 시베리아횡단철도는 2002년 12월 전 구간의 복선화·전철화가 완료되었기 때문에 남북 간 경원선이 연결되면 부산에서 핀란드까지 열차를 통해 화물을 수송할 수 있다.

남북철도노선 중 가장 중요한 경원선 연결 논의가 진행되지 않는 것은 군사적 이유 때문이다. 경원선은 남북 양측의 군사적 요충지라 할 수 있는 철의 삼각지대를 지나야 한다. 그러나 경의선·동해선을 이을 수 있다면, 경원선의 군사적 문제 역시 해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북한철도 현대화 재원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

경원선이 연결되면 경의선을 통해서는 중국으로 진출하는 통로가, 경원선·동해선을 통해서는 러시아로 진출하는 통로가 열린다. 남북철도 연결이 대륙 진출의 발판이 되는 것이다. 남북철도, 시베리아 횡단철도, 중국횡단철도는 동아시아의 씨줄과 날줄이 되어 동아시아호혜경제의 힘찬 박동을 책임지는 동맥이 될 것이다. 철길은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전체의 밥길이며, 생명길이며, 희망길이다.

끊어진 철길 문제가 해결되면 남는 과제는 북한 철도의 현대화 사업이다. 국제화물 철도망의 평균속도가 시속 40km 이상인 데 비해 북한은 오랜 경제난으로 철도 유지·보수가 안 되어 평균속도가 시속 20km라고 알려져 있다. 많은 부분 개량이 필요한 상태다.

재원 문제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북한 철도 현대화 사업은 단지 북한 철도 개량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 철도네트워크 구상의 일환이라는 점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TKR-TSR(남북종단철도-시베리아횡단철도) 연결 사업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아니고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남북과 러시아가 논의해온 사업이다. 특히 러시아는 TKR-TSR 연계를 위한 북한철도 현대화에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남북러 삼자는 북한철도 현대화 사업에 드는 비용과 관련하여 여러 방안을 모색하였다. 한국의 경우에는 민간자본 활용방안을 제시하기도 했고, 러시아의 경우에는 국제컨소시엄 형태를 제안하기도 하였다. 어떤 형태의 재원마련 방안이든 간에 중요한 것은 동북아 철도에 이해 관계가 얽힌 당사자들이 협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동북아시대위원회가 제안하고 있는 '동북아철도협의체' 구성은 적절해 보인다. 북한철도 현대화 사업도 동북아 협력의 관점에서 접근할 때 재원 방안 해소는 물론 TKR-TSR 연결의 의의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나는 일본이 할 일이 있다고 믿는다. 한반도는 일본에 요구할 권리가 있다. 일제치하에서 수백 만 명에 달하는 조선인 노동자들이 일제의 노예노동에 동원되어 쓰러져갔다. 많은 일본 비행장 바닥은 조선인 노동자의 뼛가루로 다져졌고, 일본 돗카이도 철로의 침목 하나하나가 조선인 노동자의 시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아울러 일제는 남북분단의 역사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 일본이 남북철도에 평화와 반성의 침목을 놓아야 한다. 이것이 동아시아 평화체제의 정당한 일원이 되는 길이며, 과거 침략 역사에 대한 일말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본다.

나는 한반도를 뱃길이 아닌 철길로 잇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이제 남북철도가 이어지고 열차 시험운행이 시작되었다. 남북철도는 이 나라와 한반도가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1970년대 토건주의식으로 흙 파먹고 살 것인가. 아니면,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체제를 기반으로 한 대륙의 관문국으로 새로운 기회를 열어갈 것인가.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철길이 더 단단하게 이어질수록, 개발을 위한 과잉개발인 한반도 운하는 시대착오적이며 억지 발전전략이라는 점은 더 분명해진다. 새로운 미래를 위해 휴전선을 넘고, 압록강과 대동강을 넘어 새로운 평화체제와 호혜경제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평화를 선택하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

평화와 통일, 밥과 호혜와 번영을 함께 이룰 수 있는 길이 철길에 있다

한반도를 갈라 물을 대는 개발은 고립의 길이다. 대륙으로 가는 길을 버리고, 스스로 섬나라가 되는 길이다. 평화와 통일, 동아시아 호혜라는 시대적 요구에 대한 아무런 비전도 담고 있지 않은 방안이다. 미래의 대안이 아니다.

철길을 가로막는 문제는 끊어진 철로가 아니다. 재원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운하 십리를 뚫을 때 철길은 백리를 간다. 핵심은 평화를 선택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이다. 철로가 열리면, 열차는 평화와 밥을 태우고 간다. 철길이 곧 평화의 전제가 될 수 있다.

남북관계 해소가 남북철도 연결의 선결 조건이라고 간주해서는 곤란하다. 그렇다면 남북경협사업이든가 공동체육행사들도 모두 남북관계 해결 뒤로 미루어야 한다. 우리는 앉아서 남과 북의 관료들이 통일 협정을 체결하기를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할 것이다.

남북철도사업을 통해 남북관계의 문제를 해소하고 평화체제를 앞당길 수 있다. 철도 연결을 위해 상호 군사적 안전을 보장하고 전향적인 경제협력을 시도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남북협력을 도모하며 신뢰를 쌓아나갈 수 있다. 이는 한층 빨리 한반도 평화를 우리에게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동아시아는 한반도를 부르고 있다. 한국은 이에 화답해야 한다. 동아시아 지역의 시대적 요청이 남북철도 연결을 재촉하고 있다. 한국이 동아시아 평화체제의 핵이 되어야 한다. 철길에 그 방도가 있다.

태그:#남북철도시범운행, #심상정, #경원선, #철길,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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