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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공정, 독도 문제 그리고 교과서 문제 등 많은 역사 왜곡 문제들이 논란이 되었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왜곡 이외에도 우리 안의 왜곡의 문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왜곡된 이미지가 현실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나는 여기서 ‘민족’과 ‘통일’을 관련시켜 통일 이데올로기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로 시작되는 동요는 어려서부터 지겹게 들어왔고 이제는 입에 베어버렸다. 통일은 언제나 당연한 것이었고, 초등학생 때 통일 글짓기, 통일 포스터 만들기와 같은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때로는 적대시되고, 때로는 한민족을 논하는 북한은 아직도 통일의 대상이며, 한 민족인가?

북한의 군사적 목적은 대남 적화 통일이다. 어쩌면 표면적일지 몰라도 북한에게 있어 통일이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버릴 수 없는 개념이다. 남한 역시 언제나 평화 통일을 원하고 있다. 적어도 정치인들의 표현은 그러하다. 마치 한민족이 반드시 풀어야 하는 과업같이 취급되고 있다. 남한의 통일부의 임무는 “통일부의 임무는 통일 및 남북 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을 수립· 총괄하고, 남북대화, 통일교육·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국가 차원에서 통일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분단의 역사는 50년이 넘었다. 세월과 함께 이산가족1세대와 실향민들도 같이 늙어갔다. 국제법상 남한과 북한은 각기 다른 국가로 구분되어 있다. 이데올로기적 분단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그러나 실제로 가장 먼 나라로 만들었다. 강산은 이제 6번 바뀌었다. 시간과 지리적 단절은 남한과 북한 안의 국민들을 바꾸어 놓았다. 적어도 젊은 층은 북한 사람보다 일본인에게 사고에 있어서 더 동질감을 느낄 것이며 서로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남한 사람들과 북한 사람들이 더 이상 한 민족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 것인가.

민족은 영원불멸의 것이 아니다. 민족이란 개념은 다분히 추상적이며 주관적이어서 단정할 수 없지만 북한과 남한의 민족 측면에서 의식은 엄청난 괴리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동상이몽이란 것이다. 일단 북한의 체제는 극단적인 폐쇄주의이다. 그리고 공산주의 국가라기보다 하나의 고립된 독재국가로 볼 수 있다. 그들의 사상은 김일성 중심의 주체사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민족의 개념과 북한의 개념이 같진 않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언어적 동질감은 그 어느 지역보다 높다. 그리고 과거 관습과 풍습에서 기인하는 부분들 역시 동질감은 높다. 하지만 사고방식의 차이, 가치관의 차이, 대중적 문화의 차이는 그 어느 지역보다 동질감이 떨어진다.

“고대 삼국시대 신라-당나라 연합이 아닌 고구려가 통일을 했더라면 우리의 국토가 훨씬 넓었을 텐데”라는 푸념 속에 역시 현대의 통일 이데올로기가 숨어있다. 전제가 잘못된 것이다. 각 나라는 같은 민족이 아닌 각기 다른 민족이란 것, 혹은 그러한 가능성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것이다. 당시 신라에게는 당나라에게 원조를 요청한 것은 그 당시 국제 관계에서는 당연했을 뿐더러 전혀 민족 문제와는 관련이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입장은 더 거슬러 올라가 고구려나 고조선이 한민족으로 구성된 국가라고 볼 수 없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민족이란 시대 시대마다 존재하는 것이고, 우리에게 심어진 고조선부터 이어오는 하나의 한민족은 역사를 사실 그대로 보기를 두려워 한 왜곡된 모습일지 모른다.

따라서 민족에 바탕을 둔 통일론은 허구다. 반공 이데올로기와 통일 이데올로기는 문민정부 설립 이전 정부에 의해 자신들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까지 통일 이데올로기를 이용하는 것은 북한의 통일정책에 대한 반대급부이며, 아직까지 정치적으로 이용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맹목적 의식이 남아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통일을 하지 말자는 것인가? 나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적어도 통일이 민족을 이유로 이루어지면 안 된다. 합리적인 이유가 필요하다. ‘민족’이란 이유의 통일론은 선동일 뿐이다. 하지만 같은 언어, 같은 역사 소유, 비슷한 정서를 바탕으로 남북관계는 그 어느 국가보다 많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통일이 양국 모두에게 더 높은 효용을 줄 수 있을 때, 통일은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맹목적으로 통일 구호를 외치기보다 지역 공동체로서 평화와 올바른 공조 체제를 지향하는 것이 옳다.

태그:#통일, #통일이데올로기, #반공이데올로기, #한민족, #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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