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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대상 학교에서 학생수가 느는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전북 정읍시 칠보면 반곡리와 수청리의 수곡초등학교(교장 이여상)가 바로 그곳.

1973년 무렵 12학급 497명이던 수곡초등학교는 주민들이 도시로 빠져나가면서 학생수가 줄기 시작했다. 급기야 1999년부터 폐교 물망에 오르기 시작했고, 2005년에는 전교생이 23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게다가 장기결석생이 3명이 있어 실제 출석하는 학생은 20명에 불과했다. 농촌을 떠나는 이들은 대부분 자녀교육 문제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인근 산성, 매죽, 장금, 용호, 종산, 화죽 초등학교 등 분교지역은 99년에 폐교돼 수곡초등학교의 폐교도 예정된 수순처럼 보였다.

수곡초등학교의 새로운 실험

이런 분위기가 바뀐 것은 이여상 교장이 수곡초등학교에 부임한 2005년부터. 이 교장이 직접 학생과 교사들을 챙기면서 '다니고 싶은 학교 만들기'에 앞장섰다. 야영, 등산, 수영 등 준거집단활동을 학생들과 하면서 학생들의 마음속에 파고들기 시작했다. 이런 습관은 평교사 시절부터 몸에 밴 것이라고 한다.

더불어 이 교장은 학교를 도시학교 못지않게 변화시켰다. 시골학교라서 어렵다고 생각한 스키, 수영, 영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노는 토요일 집에서 혼자 있는 학생들을 위해 토요일 테마체험학교를 만들기도 했다. 압화를 이용한 생활용품 만들기 체험학교, 전통 민속놀이와 취사요령 체험학교, 탁본 체험학교, 서울 코엑스 원자력 체험학교 등을 진행했다.

톡톡 튀는 졸업식도 수곡초등학교를 유명하게 만든 사례 중 하나다. 수곡초의 졸업식 때 학생들은 모두 한복을 입었다. 게다가 축사, 답사 등 틀에 박힌 형식을 버리고 전교생과 학부모, 교사가 모두 출연한 동영상을 대신 틀었다.

놀라운 일은 이런 프로그램을 모두 교육청 지원비만으로 해결했다는 것. 여타 학교가 교육청 예산을 시설건축에 들인데 반해, 이 교장은 학생교육비로 사용해 학생들의 교육 부담금을 없앤 것이다.

이 교장의 헌신성은 악천후 상황일 때도 잘 나타난다. 정읍지방은 폭설로 유명한데, 밤에 폭풍이나 비 눈이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나오면 이 교장은 밤중에라도 전주에 있는 본가에서 나와 학교 숙직실에서 잔다. 폭설로 고갯길이 빙판길이 되면 전 교사에서 미리 전화로 연락해 제설작업이 끝난 뒤 출근하라고 당부한다. 그의 세심함은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에게까지 미치고 있는 셈이다.

학생들이 하교하는 시간에 비가 오면 모든 교사들에게 학생들을 집에까지 승용차로 태워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이런 배려가 모두가 머물고 싶어 하는 학교를 만든 것이다.

이런 노력이 효과 때문인지 2007년 현재 학생수는 37명으로 늘었다. 2년 전에 비해 14명이 늘어난 것. 게다가 수곡초등학교 산하 유치원도 2005년 4명에서 올해 6명으로 늘었다. 2005년 당시 반곡리 학부형이 폐교를 주장하며 전학시키는 풍토에서 이룬 성과라 더욱 돋보인다.

이 교장의 사례가 돋보이는 것은 인근 칠보면의 칠보중학교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칠보중학교 총동창회는 칠보중학생을 늘리기 위해 3억원의 동창회 장학금을 모으는 등 학교 부흥에 애썼으나 결국 학생 늘리기는 실패했다. 서울이나 전주, 정읍 등 도시로 전학 가는 행렬을 되돌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곡초등학교가 비록 성공사례가 됐지만 앞날이 꼭 희망적이지만은 않다. 수곡초등학교 교장도 언젠가는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개혁 이전으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교장선출제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수혜자인 학부형이 교장 선출에 참여해 우수 교장을 머무르게 만드는 문화가 필요하다.

15년전부터 '폐교' 이야기가 나왔던 수곡초등학교엔 전주와 정읍시 현직초등교사 자녀와 모 신문사 편집장 자녀, 명문대 출신 부부의 자녀가 다니고 있다. 교육의 앞날에 대해 절망을 느끼고 있는 학부모들은 수곡초등학교를 꼭 찾아가 볼 것을 권한다. 교사 6명, 교장 1명,교감 1명, 유치원교사 1명의 작은 학교 구성원들이 만든 기적을 만나볼 수 있다. 학생 전시 작품을 살펴보고, 학교 수업을 참관할 수도 있어 학교 분위기를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권희덕 기자는 정읍시 칠보면 칠보중학교를 졸업했으며, 전북지역 초중고에서 예술교사로 근무했고, 지금은 전주학생회관에서 국악관현악과 사물놀이를 지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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