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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28일 오후 3시]

가라앉지 않는 폭동... 유흐비·나르바 등에도 번져


에스토니아의 러시아 이민자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동부 이다 비루마 지역의 중심도시 유흐비와 에스토니아 제3의 도시 나르바에도 300여 명의 러시아계 이민자들이 결집한 가운데 집단 폭동을 벌였다.

유흐비에서는 1차대전 이후 에스토니아가 최초로 독립했을 당시 1대 사령관이 되어 독일과 러시아와의 전투에서 공을 세운 알렉산데르 트니슨 장군의 동상에 휘발유를 붓고 점화하기도 했으나, 나르바에서는 큰 문제 없이 자체 해산했다.

에스토니아 최대 일간지 <포스티메에스>가 실시하고 있는 설문조사 결과(28일 0시 기준) 설문 참가자 중 77%가 청동군인동상을 철거한 것이 아주 잘한 일이었다고 대답했다. 불만이라는 사람은 16%.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재 에스토니아와 러시아을 오가는 열차 운행도 잠시 중단되었다.

▲ 폭동이 한차례 지나간 후 전쟁터처럼 변해버린 탈린 시가지 모습.
ⓒ Sven Enno
▲ 매장 접근금지 경고 문구. '우리 가게에는 좋은 물건들이 많이 있는 것을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러나 카메라가 작동 중이니 문제의 소지를 만들고 싶지 않으시면 저의 매장에 가까이 오지 마십시오.'
ⓒ Sven Enno
▲ 건물 2층에도 돌을 던져 유리창이 파손됐다.
ⓒ Sven Enno
ⓒ Sven Enno
▲ 박살난 현금지금기.
ⓒ Sven Enno
ⓒ Sven Enno


[1신 : 28일 새벽 3시 30분]

술취한 러시아계 청년들, 도심 난동... 소련 청동군인동상 철거


▲ 에스토니아 정부가 국민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폭력적 선동에 휩쓸리지 말고 집에 머물러 계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 Sven Enno
발트 3국 가운데 하나인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독립 이후 최대의 유혈사태가 빚어졌다.

수년간 에스토니아와 러시아 사이의 이념분쟁을 만들며 꿋꿋이 자리를 지켜오던 소련 청동군인동상의 철거 때문이다.

지난 3월 에스토니아 국회에서 소련 상징물의 철거를 합법화할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된 후, 이 청동군인동상은 언제 철거될지 모르는 위기에 처해져 있었다.

에스토니아 인구 중 약 30%를 차지하는 러시아계 인구는 이 동상을 소련이 나치와의 전쟁에서 거둔 승리를 기념하는 유산으로 여겨 철거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전쟁이 이어지고 있던 도중 26일, 러시아계 시민들은 청동군인동상 주변에서 심상치 않은 일을 목격하게 되었다. 바로 그 동상이 파헤져지고 있던 것.

에스토니아 정부는 그 동상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 전, 그 아래 묻혀있다는 군인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여 국군묘지로 이장할 계획이었다.

소문으로만 들리던 청동군인동상의 철거가 눈앞에 펼쳐지자 탈린에 살고 있는 러시아인들이 순식간에 모여들기 시작했고, 그것은 독립 이후 최대의 유혈사태로 번져가고 말았다.

에스토니아에 살고 있는 러시아계 1500명이 벌인 이 시위는 1명이 숨지고, 43명이 크게 다치는 유혈사태로 발전했다. 이 시위 참가자들 중 대부분은 20대의 젊은 러시아계였으며, 그 중 대다수가 술에 취한 상태였다.

탈린 시가지는 마치 전쟁이 일어난 도시처럼 술취한 러시아계 젊은이들이 부리는 난동의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 청동군인동상이 서있던 국립도서관 앞 광장, 더이상의 불상사를 막기 위한 경찰의 감시가 삼엄하다.
ⓒ Sven Enno

▲ 동상이 완전히 철거되고 그 자리에는 하얀 천막이 드리워져 있어서 일반인들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 Sven En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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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인들이 동상 철거에 난리친 이유

그들은 마치 술 취한 폭도들에 다름 없었다

탈린 중심가에 모여든 시위 참가자들은 신문가판대들을 부수거나 불을 질렀으며, 자동차를 뒤집는 난동을 벌였다. 시위자들은 건물에 페인트를 뿌리고 길을 봉쇄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구시가지에 위치한 건물들 역시 많은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구시가지에 위치한 상점들의 유리가 깨졌으며, 길가에 놓인 자동차들도 파손되는 등 지금까지 피해를 입은 장소는 99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런 난동은 27일 새벽 3시까지 지속되었다.

목숨을 잃은 사람은, '드미트리'라는 이름으로만 알려진 러시아인으로, 누군가의 칼에 찔려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수술 중 사망하고 말았다. 이 사망 사고는 청동군인동상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사고인 것으로 결정이 났다.

에스토니아인들 사이에는 시위 참가자들이 어디선가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소문마저 돌고 있다.

이 시위로 인해서 경찰에 연행된 사람은 무려 300명에 이른다. 이런 유혈사태는 1991년 에스토니아가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최대 규모이다.

에스토니아 국회에서는 임시회의가 소집되었고, 더이상의 불필요한 문제를 막기 위해서 완전히 이 동상을 철거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새벽 3시 40분 결정이 내려진 즉시 이행되어 27일 아침, 그 동상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현재 탈린은 일단 잠잠해졌지만, 후폭풍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5월 2일까지 탈린 시내에서는 주류 판매가 일체 금지됐다. 청동군인동상이 위치해있던 광장 맞은편 국립도서관은 29일 일요일까지 임시폐쇄조치가 취해졌다. 도서열람을 비롯해서 예정되어있던 여러 행사들도 전부 취소되었다.

거의 전쟁과도 같은 하룻밤을 보낸 뒤 27일 아침, 에스토니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냉정하고 올바른 이성을 유지하기를 당부하는 특별담화를 내보냈다.

▲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의 한가운데 위치한 구소련 군인의 동상.
ⓒ 서진석
탈린 시내에 있는 러시아군인 동상 이전에 불만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 시내 국립도서관 앞 광장에 있는 이 동상은 1949년 에스토니아가 소련에 편입된 직후 조성됐으며, 2차 대전 중 독일에 맞서 싸우다 숨진 러시아 붉은 군대 병사들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다. 동상 밑에는 군인들의 시신이 안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차대전 이후 소련의 일개 공화국으로 전락한 에스토니아 국민들은 이 동상을 러시아의 침략과 압제의 상징으로 여겨 철거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에스토니아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러시아계 사람들은 러시아 역사의 상징물이라며 철거를 극구 반대해왔다.

이 동상은 27일 새벽(현지 시각) 그 자리에서 완전히 철거되었으며, 동상이 있던 자리는 경찰의 보호 아래 철저히 감시되고 있다. 철거된 청동군인동상은, 탈린 인근 국군묘지로 옮겨질 계획이나, 현재 동상이 어디에 보관되어있는지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다.

이미 3월에 소련유물철거와 관련법규가 논의되기 시작하면서, 청동군인동상을 비롯한 소련 유물의 철거 분위기가 구체적으로 나타나긴 했지만 이날 새벽 급박하게 처리된 것이다.

러시아와 에스토니아 국교 단절 위기

▲ 철모를 손에 들고 고개를 숙인 동상. 에스토니아 시민들에겐 침략과 압제의 상징으로 여겨져왔다.
ⓒ 서진석
이 사태 이후 러시아 국회는 에스토니아와의 국교 단절을 요구하는 등 매서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3월 관련 법안이 통과된 이후부터 청동동상이 철거될 경우 러시아 정부는 에스토니아에 물리적 보복도 서슴지 않을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27일 새벽 에스토니아 국회에서 청동군인동상 철거 발표가 있은 직후, 곧바로 러시아 외무부장관은 이번 청동군인동상의 철거는 단지 러시아와 에스토니아와의 관계만이 아니라, 유럽연합과 나토와의 관계에서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오후 4시경 모스크바 주재 에스토니아 대사관 주변에는 러시아 젊은이들이 대사관 주변 길을 봉쇄하는 일도 발생했으며, 에스토니아 대사관은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러시아인들에게 에스토니아 비자발급을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와의 관계악화를 우려한 때문일까? 27일 나토 정찰기 두 대가 탈린 상공을 정찰비행하는 일이 있었다. 신문은 단지 훈련의 일환이라고 발표했으나, 전쟁시가 아닌 상황에서 도심에 정찰기가 등장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포스티메에스>나 <패에바레흐트> 같은 에스토니아 주요 일간신문 홈페이지는 이번 피해와 관련된 기사들이 계속 올라오는 상황에서 서로의 의견을 남기기 위한 이들로 인해 접속이 폭주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로 인해 서버가 자주 다운되자 오후 5시 현재 독자의견게시판이 잠시 폐쇄된 상태이다.

신문지상에 나오지 않은 시위 사진들을 갖고 있는 이들의 사진 전송을 독려하는 기사를 내보내는 중이다.

현재 에스토니아는 거의 국가비상사태와 다름 없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모든 시민들에게 되도록 집에 머무르면서 폭력 행동에 가담하지 않도록 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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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석 기자는 십수년간 발트3국과 동유럽에 거주하며 소련 독립 이후 동유럽의 약소국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오고 있다. 현재는 공식적으로 라트비아 리가에 위치한 라트비아 국립대학교 방문교수로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