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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파 대중운동연합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가 1차 투표에서 1위가 확정되자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프랑스 대통령선거 1차 투표일인 4월 22일,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투표 결과, 지난 몇 달 동안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대로 사르코지와 루아얄이 결선에 올랐다. 여론조사가 실태을 반영한 것인지 반대로 실태가 여론조사에 이끌려 갔는지 확실치 않지만, 결과는 여론조사와 일치했다.

이번 선거에서 누구보다 가장 만족한 사람은 대중운동연합의 니콜라 사르코지이다. 그는 '31.18%'라는 가장 높은 투표율을 얻었는데 우파 후보가 이렇게 높은 투표율을 얻기는 1974년 이후로 처음이다.

두번째로 만족한 사람은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로 25.87% 이상의 지지율로 결국 결선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사회당은 2002년 4월 21일 조스팽 후보가 1차투표에서 탈락했던 악몽을 일단은 피할 수 있게 됐다.

이변없는 1차 투표, 유일한 패장은 극우파 르 펜?

제3의 인물인 프랑스민주연합의 프랑수아 바이루도 '18.57%'라는 지지율을 확보했다. 이제껏 중도파로서는 얻지 못했던 높은 지지율을 획득함으로써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선거운동을 벌였다고 할 수 있다.

바이루는 오래 전부터 좌우파로 나누어져 심한 분쟁을 겪고 있는 프랑스 정치에 중도파라는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 성공했고, 비록 1차투표를 통과하지는 못했어도 "이 중도파의 영향으로 향후 프랑스 정치에 변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혁'은 우선 결선에 오른 사르코지와 루아얄이 지금부터 바이루의 지지자들에게 윙크를 보내고 있는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들을 얼마큼 자기편으로 끌어오느냐에 따라 결선의 성과가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4위에 머무른 극우파 장-마리 르 펜이 이번 선거에서 얻은 투표율은 10.44%로, 5년 전의 16.7%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치이다. 르 펜은 "유권자들이 수백만의 저소득자가 생겨나고 있는 지금의 프랑스를 만들어낸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싸움은 다시 시작... 좌우파 지지자들 헤쳐모여!

▲ 결선에 진출한 뒤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는 루아얄.
ⓒ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에서는 1차투표를 통과하지 못한 후보자들은 전통적으로 자신의 유권자들에게 결선에 오른 두 후보 중 어느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인지 의견을 표한다.

현재 공산당의 뷔페(1.93%), 녹색당의 브와네(1.57%), 노동투쟁의 라 길리에(1.33%), 반자유경제주의자 보베(1.32%) 등 좌파 후보들은 모두 자신들을 찍은 유권자들에게 루아얄에게 표를 던질 것을 권유했다.

공산주의 혁명동맹의 올리비에 브장스노(4.7%)만이 "사르코지를 어떻게 해서든 물리쳐야 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그렇다고 루아얄에게 표를 던지라는 말은 아니다"며 "나는 루아얄이 제안하는 정책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차이점을 강조했다. 브장스노는 "사르코지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모든 좌파 프랑스인들이 거리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파의 후보 중에선 아무도 사르코지에게 표를 던지라는 얘기를 아직 하지 않은 상태이다.

물론 모든 좌파 유권자들이 루아얄에게 몰리고 모든 우파 유권자들이 사르코지에게 몰린다고 가정하여 셈하면 2차 대선의 당선자가 누구인지 가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셈을 하지 않더라도 1차투표에서 가장 높은 결과를 얻은 사르코지가 가장 유리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주목받은 루아얄... 그러나 표는 사르코지에게

투표소가 문을 닫은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만 봐도 사르코지가 54%로 46%의 루아얄을 누를 것이라는 전망인데, 이제껏 한번도 여론조사에서 (특히 결선의 경우) 루아얄이 사르코지를 눌러본 적이 없다.

논리적으로 보면 루아얄은 모든 좌파 유권자들의 표를 얻게 되지만, 일부 극좌파 유권자들이 기권할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바이루 지지자들을 사르코지보다 더 많이 끌어들여야 하는 숙제가 남는다.

바이루가 우파라는 것을 상기하면 당연히 많은 유권자들이 사르코지에게 향할 가능성이 많아 루아얄은 다시 한번 중요한 게임을 남겨놓고 있는 셈이다.

르 펜의 유권자들도 원칙적으로는 사르코지에게 표를 던지게 될 것이지만, 100% 단정할 수는 없다. 일부는 기권을 할 것이고 일부는 사르코지를 혐오한 나머지 루아얄에게 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 파리 19구의 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 오전 11시 15분의 이른 시각인데도 유권자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 한경미
우선 이번 대선 캠페인처럼 긴 캠페인 기간도 없었는데 사르코지는 본인이 내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부터 사실상 대선 캠페인을 벌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루아얄은 1년 전부터 여성이라는 점으로 부각됐다. 또한 사회당내에서 쟁쟁한 '코끼리'들을 제치고 후보로 선출되었다는 사실로써 새로운 변화를 예기하며 언론의 시선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이로써 수도 셀 수 없는 방송과 기사, 예고, 예측 등이 지난 몇 달 동안 끊임없이 언론을 수놓았고 수백개의 여론조사가 이루어졌다.

사르코지가 당선될 경우 그가 이미 지난 5년 동안 행해왔던 급진 자유경제와 치안 정책이 더욱 강화될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30%를 넘는 프랑스인들이 사르코지에게 표를 던졌을까?

가난한 프랑스인 "사르코지 한번 믿어볼까"

그것은 점점 가난해지고 불안정한 생활을 맛보게 된 프랑스인들이 점차 늘어나는 상황에서 일의 가치를 강조한 사르코지를 한 번 믿어보자는 심정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르코지는 "일을 더 많이 함으로써 좀 더 많은 소득을 얻게 해준다"는 말을 누차 강조했는데 이 말이 결국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려놓게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유권자들이 가장 가려워 하던 등을 사르코지가 긁어주었던 것이다.

극우파인 르 펜으로부터 차용한 이 제안이 이민과 치안과 합쳐지면서, 일부 유권자들에게 '이민자의 수가 줄어들면 당연히 실업률이 줄어들 것이고, 그러면 생활이 나아진다'는 예측을 낳게 한 것이다.

사르코지가 높은 투표율을 얻을 수 있었던 것 중의 하나는 그가 지독히 극우파적인 캠페인을 벌인 결과이기도 한데, 그가 원했던 대로 극우파의 유권자들의 표를 끌어모으는데 성공하였다. 또한 우파에서도 '쓸모있는 선거' 전략이 적중해 르 펜에게 몰릴 많은 표가 사르코지에게로 몰리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좌우를 들락거리는 루아얄은 2002년의 악몽이 재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쓸모있는 선거'를 힘차게 부르짖은 결과 1차투표를 통과하는 결과를 얻기는 했는데, 그가 당선될 경우 그녀가 취할 정책이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경쟁자인 사르코지와 다른 점이 있을까?

2002년 조스팽의 1차투표 탈락은 사회당의 정책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반란이었지 우연이 아니었다.

▲ 초등학교 건물에 붙어있는 선거 벽보.
ⓒ 한경미
선거는 끝났다... 그 다음엔?

선거 결과 후 자신의 선거사령부인 파리 10구에서 유권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8구의 갸보 음악당까지 차로 이동하는 사르코지를 수많은 기자들과 경호원들이 호송하는 모습은 마치 사르코지가 이미 대통령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단지 그는 1차투표를 통과한 것에 불과한데. 그가 실제로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우려심은 괜한 노파심일까?

루아얄은 당선 소감을 자신의 지역구인 프와투 샤랑트의 작은 마을인 멜에서 했는데 이것은 미테랑 전 대통령을 의식한 행동인 듯 하다. 1981년 5월 10일 미테랑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자신의 지역구였던 샤토 쉬농의 시청에서 당선소감을 발표했었다.

프랑스인들이 사랑하는 가수 레오 페레가 부른 노래처럼 '선거는 끝났다. 그런데…. 그 다음엔?' 무엇이 남았을까?

국민들의 생활이 개선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버거워진다면? 그냥 눈을 들어 하늘만 바라보며 한숨만 쉬어야 할까?

태그:#프랑스 대선, #루아얄, #바이루, #사르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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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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