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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파 사르코지를 꺾기 위해 합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프랑스민주연합의 바이루(왼쪽)와 사회당의 루아얄.
벌써 몇 달 전부터 프랑스 여론조사 결과에서 우파인 대중운동연합 후보인 니콜라 사르코지가 프랑스 대선 1차 선거에서 계속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좌파 후보들은 1차 선거를 며칠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순전히 전략적인 방법에 고심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사르코지와 루아얄이 1차 선거를 통과할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제3의 인물인 프랑스민주연합의 프랑수아 바이루도 무시할 수 없는데 아직까지 누구에게 표를 던져야 할 지 모르는 유권자들이 많은 상태여서 상황은 더욱 불투명하다.

사르코지는 최근에 점점 더 강력한 우파적 발언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공연하게 극우파 유권자들에게까지 추파를 던지고 있는 데 그로 인해 상당수의 프랑스인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르코지의 대선 경쟁자들 뿐만 아니라 유권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반사르코지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사르코지를 이기려면 합치는 방법뿐"

이런 분위기에서 사회당의 중요인물 중의 하나인 미셀 로카가 사르코지를 이기기 위해선 사회당과 프랑스민주연합당이 결합을 해야한다고 나와 정가에 파문을 일으켰다. 미테랑 대통령 시절에 국무총리를 지냈던 미셀 로카는 4월 13일자 <르몽드>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에 니콜라 사르코지가 몇 주 후에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우리는 아무런 변명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대중운동연합은 이후에 실시될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이길 것이고 이후 5년동안 프랑스는 고통을 당하게 될 것이다. (...) 한시도 사회당을 떠나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서 단언하건대 오늘날과 같이 위급한 상황에서는 사회적 민주당원과 민주적 사회당원이 구별되어서는 안된다. 다시 말하면 사회당원과 중도파원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만일 사회당과 중도파가 결합하지 않으면 사르코지와 르펜의 연합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 본인은 그러므로 프랑수아 바이루와 세골렌 루아얄이 1차 선거 전에 결합하기를 주장하는 바이다."

미셀 로카에 의하면 사르코지와 르 펜의 결합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점점 무서워지는 우파와 극우파에 대항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이 방법 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사회당의 다른 중요인물 두 명이 미셀 로카의 제안에 동의하고 나섰다. 첫 번째 인물로 미테랑 시절에 보건부장관을 역임했던 베르나르 쿠슈네를 들 수 있는데 그는 4월 15일자 일간지 <일요일>에서 "파벌정신을 버려야 한다"고 말하면서 "30년만에 처음으로 (...) 좌파를 거부하지 않는 바이루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인물은 리오넬 조스팽 국무총리 시절에 교육부장관을 역임했던 클로드 알레그르인데 그는 같은 사회당원이면서도 루아얄에게 표를 던지지 않겠다고 말하더니 4월 16일에는 루아얄과 바이루가 결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루아얄 진영의 저항 "수치스러운 일"

▲ 좌파들의 '공공의 적' 사르코지
ⓒ AP=연합뉴스
당연히 세골렌 루아얄의 입장이 불편해졌다. 선거기간 내내 사회당의 중요인물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고 거의 혼자서 외롭게 선거운동을 치르고 있는 루아얄이 이제는 아예 배신까지 당하는 셈인 것이다.

루아얄의 선거진에서 강한 반박을 하고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한 대선후보가 1차 선거 전에 다른 후보와 결합하려고 하는 것은 드문 일인데 그것은 결국 자신들의 취약성을 고백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사회당 제 1서기인 프랑수아 올랑드는 미셀 로카의 제안을 "수치스러운 텍스트"라며 심하게 비판했다. 4월 14일자 <르몽드>에서 올랑드는 "좌파와 우파간의 결합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세골렌 루아얄도 당연히 올랑드와 같은 입장을 표명했는데 4월 15일 <라디오 J>에서 "선거 전에 유권자들 모르게 이런 작은 타결을 보는 것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당연히 사회당원들이 1차 선거 전에 바이루를 사르코지와 같은 수준의 우파인물로 여겨야만 사회당에게로 표가 몰리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사회당원들은 설령 루아얄이 2차 선거에 올라간다 해도 더 중요한 게임이 남아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2차 선거에서 사회당을 포함하여 반자유주의자와 급진좌파, 공산당 등 모든 좌파의 표가 루아얄에게 몰린다고 해도 우파가 휩쓸 전체 수에 비해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이들은 알고있다. 바이루의 유권자들을 노리지 않을 수 없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좌파들의 고민 '2차에선 바이루가 세다는데...'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루아얄 대신 바이루가 1선에서 선출되어 2선에서 사르코지와 맞붙을 경우에도 역시 문제는 제기된다. 사회당원들이 누구 하나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당연히 사르코지가 대통령에 선출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바이루에게 표를 던지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럴바에는 처음부터 바이루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 좋지않겠는가 하는 것이 많은 이들의 생각인데 더욱이 2차 선거에서 사르코지를 이길 수 있는 인물로 바이루밖에 없다는 여론조사를 믿는다면 이들의 망설임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종종 우파적 발언으로 사회당원들을 종종 실망시키고 있는 루아얄에게 등을 돌리고 바이루를 쳐다보는 유권자들도 상당수 되어서 상황은 아주 미묘해진다. 그럼에도 이들은 소속이 좌파라 좌우간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해 아직까지 결정을 못한 유권자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프랑수아 바이루는 처음에 미셀 로카의 발언을 환영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좌우파로부터 중요정치 인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불신을 받았던 그가 이로써 하나의 커다란 지원을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에 의하면 미셀 로카의 발언은 하나의 '신호'로 그로 인해 자기를 찍을 유권자들의 콤플렉스를 해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바이루는 4월 14일자 <르몽드>에서 다음과 같이 시적인 비유로 자신의 심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전의 도식(항상 대립되어온 좌우)이 사막과 같이 불모지가 되었고 나는 오아시스를 갈구한다. 나는 사막에 꽃을 피어나게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두 당의 결합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러나 결국 바이루도 루아얄과 같은 입장 표명을 하기에 이르렀는데 4월 16일 프랑스 엥테르 라디오 방송에서 1차 선거 전에는 어떤 결합도 할 수 없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는 본인의 주요 유권자들인 우파 유권자들의 표를 감안했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제 루아얄과 바이루에게 있어 중요한 안건은 유권자들의 눈에 어떻게 하면 자신들이 "2차 선거에서 사르코지를 능히 꺾을 수 있는 후보로 보이게 하느냐"는 것이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바이루가 1차 선거에 통과하여 사르코지와 2차 선거에서 맞붙을 경우 바이루가 이길 것이라는 것이다. 2차 선거에서 루아얄과 사르코지가 맞붙을 경우 루아얄이 항상 지는 걸로 여론조사는 전하고 있다.

루아얄이 "쓸모있는 선거"라는 이름으로 모든 좌파 유권자들에게 표를 호소하고 있는 것과 같이(5년 전의 리오넬 조스팽 낙선을 재연하지 않기 위해서) 바이루도 같은 "쓸모있는 선거"라는 이름으로 유권자들의 1차, 2차 선거에 호소하고 있다.

누가 '사르코지 대통령'을 막을 수 있을까

반사르코지를 외치는 유권자들은 사르코지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누가 2차 선거에 올라야 할 것인지 이미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지난 몇 해 동안의 경험에서 보면 프랑스인들은 누구를 선호해서 표를 던진다는 것 보다 누구를 절대적으로 피하기 위해 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도 이 규칙에 어긋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루아얄과 바이루 중에서 아마도 사르코지를 꺾을 가능성이 더 높은 사람에게 프랑스인들의 표가 몰려지지 않을까?

태그:#프랑스대선, #바이루, #루아얄, #사르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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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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