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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의학드라마 행렬의 첫 테이프를 끊은 <하얀거탑>.
ⓒ MBC
2007년 의학드라마 행렬의 첫 테이프를 끊은 <하얀거탑>이 지난 11일 20회를 마지막으로 끝났다.

비록 온라인상에서의 이른바 '<하얀거탑> 신드롬'에 비하면 높지 않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그 완성도 면에서는 최고시청률의 <주몽>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렇게 <하얀거탑>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로 가장 먼저 손꼽히는 것은 '뭔가 새로운 것'(Something New)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의 의학드라마는 공간만 병원으로 바뀐 '로맨스 드라마'였지만, <하얀거탑>은 이야기의 중심에서 과감히 사랑을 버렸다. 대신 그 자리에 의학드라마이자 정치드라마, 그리고 법정드라마에 이르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런데 과연 <하얀거탑>을 새롭다고 평가하는 것이 옳을까? 정말 이 드라마에는 뭔가 새로운 것이 있는가.

<하얀거탑>이 처음 방영이 되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그 열광의 첫 번째 이유는 바로 단순한 의학드라마가 아니라 삶이 녹아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의학드라마의 상징인 메스가 놓여있을 자리에 장준혁·이주완·노민국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명인대학병원 외과과장 자리 쟁탈전이 있었다.

한번이라도 집단과 조직이라는 테두리안에 있어 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집단 내 권력싸움이 허구가 아니라 사실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사회생활을 하는 많은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 더욱 깊이 빠져들었다.

이처럼 <하얀거탑>안에는 한국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피비린내 나는 가슴 아픈 현실의 잔혹함이 담겨 있었고, 이 때문에 시청자들은 <하얀거탑>에 열광했던 것이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러한 찬사가 <하얀거탑>을 향해 있어도 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많은 시청자들이 알다시피, <하얀거탑>의 원작은 따로 있다. 일본의 기자 겸 소설가 야마자키 도요코의 동명소설 <하얀거탑>이 그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새롭다고 칭찬한 병원 내 권력 다툼과 정치드라마에서 법정드라마로 옮겨지는 긴장감 있는 전개는 결국 이 소설의 내용일 뿐이다. 즉 MBC <하얀거탑>의 새로움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얀거탑> 내용의 새로움은 한국 드라마 안에서의 새로움일 뿐,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서의 새로움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문화 콘텐츠로서의 새로움은 없었다

▲ <하얀거탑>은 의학드라마이자 정치드라마, 그리고 법정드라마에 이르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 새롭다는 평가를 받았다.
ⓒ MBC
이러한 의견에 대해 이런 반박이 나올 수 있겠다. 즉 소설을 영화나 드라마로 옮기는 것은 글을 영상으로 옮기는 새로운 창작의 과정이므로 소설 <하얀거탑>을 드라마 <하얀거탑>으로 옮기는 과정 또한 많은 새로움을 낳았을 것이라는 반박 말이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MBC <하얀거탑>만큼은 예외다.

MBC <하얀거탑>의 제작 과정과 닮은꼴로 작년 SBS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연애시대>가 있다. 이 드라마는 노자와 히사시의 소설 <연애시대>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 이 작품도 MBC <하얀거탑>처럼 소재와 구성의 신선함으로 한국 드라마의 새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연애시대>와 <하얀거탑>은 조금 다르다. <연애시대>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소설이 드라마로 제작됐지만 <하얀거탑>은 그렇지 않다. <하얀거탑>은 지난 2003년 등 두 번이나 일본에서 제작되었고, 대만에서도 <백색거탑>이라는 제목으로 드라마가 제작되었다.

문제가 된 것은 일본에서 지난 2003년에 제작된 <하얀거탑>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과 MBC 드라마의 주인공들의 외모를 살펴보면 많이 닮았음을 알 수 있다. 헤어스타일과 외모 등 여러 가지 외적 조건이 유사하다. 일본판 <하얀거탑>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분위기가 비슷한 것이다. 비록 장준혁과 노민국의 '수술 배틀신' 등 일본판 <하얀거탑>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장면들이 추가되긴 했지만, 수술실 모습 등 기본적인 장면들이 유사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유사점을 갖고 있는 두 드라마 중에서, 시기적으로 후발 주자인 MBC <하얀거탑>의 인물 묘사나 영상을 100% 참신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MBC <하얀거탑>이 정말 새로운 드라마였다면 이런 점들까지 새롭게 만들려는 노력이 보였어야 한다. 그러나 MBC <하얀거탑>은 그렇지 못했고 자신만의 참신함을 갖추지 못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MBC <하얀거탑>은 분명 국내 드라마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존재이기는 하다. 매번 겉 포장지만 바꾸고 재활용하는 드라마가 범람하는 가운데서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실 그 내용의 참신함도 MBC <하얀거탑>만의 것이 아니었고, 속속들이 파헤치면 새롭지 않은 리메이크에 머무른 작품이었다. 그러므로 완벽하게 새로운 시도를 통해 한계를 뛰어넘어야 했지만 그저 도약하는데서 멈춰버린 MBC <하얀거탑>에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언젠가는 MBC <하얀거탑>이 넘지 못한 그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진정한 새로움을 갖춘 한국 드라마가 탄생하길 바란다. 그날을 시청자들은 계속 기다리고 있다.

덧붙이는 글 | 'TV리뷰 기자단 응모'


태그:#하얀거탑, #장준혁, #의학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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