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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중간해역의 명칭에 관한 일본 측 주장을 검증하기 위하여 지난 3월 3일자 기사에서 프랑스 국립도서관 자료를 살펴본 데에 이어 이번에는 이 문제에 관한 국제연합(UN)의 입장을 살펴보기로 한다. <기자 주>

▲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의 '일본해 명칭문제' 코너.
ⓒ 일본 외무성
"한·일 중간해역은 일본해라고 불려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일본 측이 내세우는 근거 중 하나는 "국제연합이 일본해를 표준적인 명칭이라고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에 관한 일본 측의 주장을 들어보고 그 문제점을 파악해 보기로 한다.

한·일 중간해역의 명칭이 무엇이냐는 일본 외무성의 조회(照會)에 대하여 국제연합 사무국은 2004년 3월 10일 "일본해가 표준적인 지명이며, 국제연합 공문서에서는 표준적인 지명인 일본해가 사용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회답을 보내왔다고 일본 외무성이 2004년 6월 업그레이드판 홈페이지에서 밝힌 바 있다.

국제연합 사무국의 답변에 덧붙여, 일본 외무성은 "일본해 명칭은 일·한 양국을 포함하여 191개국이 가맹한 가장 보편적이고 중립적인 국제기구이며 국제사회의 총의를 구현하는 장인 국제연합에서도 공인되고 있다는 것이 다시금 확인되었다"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 외무성은 또 "지명에 관한 다툼이 있을 경우에는 각자가 주장하는 지명을 병기 하는 것이 공평하다는 그릇된 논의가 있지만, 이에 관해서도 국제연합 사무국은 '병기는 국제연합의 관행을 깨는 것인 동시에 중립적이지 않은 것이며, 오히려 중립적이고 공평한 쪽은 종래의 관행을 유지하는 것'이라면서 종래의 관행인 일본해 단독 명칭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명확히 하였다"고 설명하였다.

일본 외무성은 나아가 "국제연합의 방침이 곧바로 다른 국제기관 등을 구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국제기관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국제연합의 방침을 존중하기를 기대한다"는 '희망사항'을 밝혔다.

위와 같은 일본 측 주장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문제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일본 외무성이 2004년 3월 10일자 국제연합 사무국의 회답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해가 표준적인 명칭('日本海' が標準的な地名であり)"이라는 국제연합의 답변을 근거로, 일본 측은 "일본해는 국제연합에서 공인된 명칭(國際社會の總意を具現する場である國連においても公認されていることが改めて確認された)"이라는 과장된 결론을 이끌어내었다.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국제연합은 일본해가 표준적인 명칭이라고 했을 뿐 그것이 공인된 명칭이라고 하지는 않았다. "일본해는 국제연합에서 공인된 명칭"이라는 표현은 일본 외무성의 자체적인 결론일 뿐이다.

그럼, '표준적 명칭'의 의미는 무엇인가? 일본 외무성도 인정한 바와 같이, 그 표준이라는 것이 다른 국제기관을 구속할 정도의 힘을 갖지는 못한다(國連の方針が直ちに他の國際機關等を拘束するものではないが). 문자 그대로 '표준'일 뿐이고, 좀 더 확대 해석하면 '권장사항' 정도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여타 국제기구에서 동해를 사용하든 한국해를 사용하든 일본해를 사용하든 그것은 원칙상 해당 기구의 자유재량에 속하는 것이고, 설령 국제연합 산하기구에서 한국해나 동해를 사용했다고 해도 그것 때문에 국제연합이 사법상의 제재를 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문자 그대로 그것은 표준일 뿐이기 때문이다.

둘째, 일본 외무성의 표현에서 일본 측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문제를 호도하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한국을 포함하여 세계 191개국이 가맹한 국제연합"에서 일본해 명칭을 '공인'하고 있다거나 혹은 "국제사회의 총의를 구현하는 국제연합"에서 일본해가 '공인'되고 있다는 설명이 그러하다.

마치 국제연합 가입 자체가 일본해 명칭을 인정하는 것인 듯한 인상을 줄 여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해 명칭에 국제사회의 총의가 반영되어 있는 듯한 뉘앙스마저 풍기고 있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독도를 지배하고 있는 한국을 회원국으로 인정하고 있는 국제연합에 일본이 가입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셋째, 한·일 중간해역의 명칭이 국제연합에서 재론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이 일본 외무성의 설명에서도 역설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이 인정한 바와 같이, 국제연합이 일본해를 표준적 명칭으로 확인한 근거는 종래의 관행이다. 종래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일본해가 사용되었다는 관행이 인정되므로 일본해를 표준적 명칭으로 확인한다는 것이 국제연합의 입장이다. 그러므로 관행에 대한 사실 확인이 잘못되었음이 인정되면, 국제연합도 2004년 3월 10일자 회답을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3월 3일자 기사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18세기까지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명칭은 일본해가 아니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유럽 고지도에 따르면, 18세기까지 조선해가 33.5%로 가장 많았고, 일본해가 23.2%로 그 뒤를 이었으며, 동해(혹은 동양해)가 14.6%로 나타났다. 한편, 중국해 등의 기타 명칭은 28.7%를 차지하였다.

일본 외무성이 발표한 이 자료에 의거하더라도, 18세기까지 가장 많이 사용된 표현은 조선해였으며, 여기에다가 동해(혹은 동양해)까지 합하면 한국측에 유리한 표현이 48.1%로 과반수에 육박한다.

이처럼 18세기까지는 한국측에 유리한 표현(조선해·동해)이 과반수에 육박하였지만, 19세기의 서세동점 시기에 일본이 서양과 더 많이 접촉하고 또 일본 역시 제국주의 국가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일본해가 더 많이 사용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18세기까지의 관행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관행인 데 반해, 19세기 이후의 관행은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를 배경으로 형성된 관행이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에, 19세기 이후의 관행보다는 18세기까지의 관행이 더 역사적이고 더 전통적인 관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19세기 이후의 관행은 제국주의 침략에 의해 형성된 관행인데, 그것을 관행이라고 인정한다는 것은 국제연합이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를 사실상 인정해 주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에, 일본해가 관행적인 명칭이라는 국제연합의 판단은 과거의 표기 실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뿐만 아니라, 일본해 표현과 제국주의 침략 사이에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연합이 이 문제를 재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일본해는 국제연합에서 공인된 명칭이 아니라 표준적 명칭에 불과하다. 국제연합에서 마치 일본해를 공인한 것처럼 일본 외무성이 홍보하는 것은 국제연합과 국제사회를 모욕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국제연합은 18세기 이전의 관행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일본해 표현이 관용적인 명칭이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18세기 이전까지 조선해와 동해의 사용빈도가 과반수에 육박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에 국제연합의 판단은 재고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과거의 관행에 대한 판단이 잘못되었다면, 과거의 관행을 기초로 한 표준적 명칭의 확인 역시 재검토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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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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