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어린아이들이 그룹스키 강습을 받고있는 장면. 프랑스에서는 만 3-4세부터 스키강습을 받을 수 있다.
ⓒ 한경미
겨울마다 스키방학을 기다리는 프랑스 학생들

해마다 2월이 되면 스키방학을 손꼽아 기다리는 학생들이 있다. 눈이 펑펑 내리는 알프스산, 혹은 피레네산으로 가족과 같이 1주일 정도 스키타러 가는 일처럼 신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프랑스에서 1970년대 말부터 시작된 스키방학은 학부모가 자녀들과 함께 스키를 타러 떠날 수 있도록 장려하기 위한 취지로 시작되었는데 처음에 1주일로 시작되었던 스키방학이 80년대 중순부터 10일로 늘어났다가 1992년부터 2주일로 정착되면서 스키인구의 증가에 많은 기여를 했다.

현재 프랑스는 모든 스키어들이 한꺼번에 스키장에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세 지역으로 나누어 스키방학을 운영하고 있는데 (두 달에 걸친 긴 여름방학을 제외하고는 프랑스의 다른 방학은 모두 세 지역으로 나뉘어 행해지고 있다) C지역에 해당하는 파리의 올해 스키방학은 2월 19일부터 3월 4일까지 2주에 해당한다.

프랑스에 스키가 처음 도입된 것은 1878년의 일이다. 20세의 그르노블 출신 청년인 뒤아멜은 당시 파리에서 개최된 세계박람회의 스웨덴 관에 전시된 스키를 처음으로 보게 된다. 희한하게 생긴 이 기다란 나무판자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는 스키를 사들고 그르노블로 돌아오는데 이게 프랑스의 최초의 스키가 된다.

이후 새로운 동계스포츠로 각광받기 시작한 스키는 알프스 지역에 서서히 전파되어 1900년대에는 그르노블을 비롯하여 주변의 도시 리용, 샹베리, 샤모니 등에서 스키전문 매장이 생길 정도까지 되었다.

알프스 작은 마을에 세계 최초 스키장 도입

▲ 1921년 당시의 크로스 컨트리 스키 스타일.
ⓒ Collection Gerard Bastard-Rosset
처음으로 '스키장'이란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사람은 1922년 호칠드 남작이었다. 그는 알프스의 작은 마을 므제브에 있는 아르브와 산을 중심으로 스키장 건축을 구상하고 건축가인 네모에게 실제적인 업무를 담당하게 하였다.

대형 호텔과 여러 채의 산장을 지어 스키어들이 묵을 수 있게 했으며 스키어들을 실어 날을 수 있는 케이블카를 처음으로 구상했다. 이로써 '겨울 스포츠장'이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탄생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결국 오늘날의 '스키장'이 된 것이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스키장을 만들어낸 프랑스에서 1950년대까지 스키인구가 상당수 증가하긴 했으나 대부분 상류층들 사이에서 행해진 것이 사실이다. 프랑스에서 서민층을 포함한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스키를 타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부터인데 한 시즌 당 7백만명의 스키어들이 스키장을 드나들었다고 한다.

1980년대에 들어와 프랑스는 총 400여개의 스키장을 소유하게 되는데 이로써 프랑스는 세계에서 제일 많은 스키장 보유국이 된다. 프랑스에서 그동안 3회에 걸쳐 동계올림픽이 개최된 것도 우연한 일은 아니다.(제1회 샤모니 동계올림픽 개최 이후 1968년에 그르노블에서, 1992년 알베르빌에서 동계올림픽이 개최되었다).

▲ 프랑스 최초의 스키장 '므제브'의 화려한 시내. 1930년대에서 지금까지 많은 부유층과 유명인사들이 드나드는 스키장으로 유명하다.
ⓒ 한경미
정부가 적극적으로 스키 활성화 노력

프랑스가 세계 최고의 스키 강국으로 성공한 것은 산악지대의 관광산업을 활성화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큰 몫을 했다.

우선 '끌라스 네즈(스노우 클래스)'란 시스템을 들 수 있는데 이것은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겨울에 1주일동안 스키장 체류를 주관하는 것이다. 1950년에 처음 시작된 끌라스 네즈는 1954년에 교육부에 의해 정식으로 채택되어지는데 원하는 학교는 학생들을 1주일동안 스키장으로 보낼 수 있다.

스키장에서 오전에는 정식수업을 받고 오후에는 스키수업을 받는 시스템인데 학교와 학부모가 비용을 반반 부담하므로 학부모가 부담하는 비용이 상대로 적어 서민층의 부모들도 어렵지 않게 자녀들을 스키장으로 보낼 수 있게 되었다.

1970년대 들어 가장 붐을 이루었던 끌라스 네즈는 이후 비용이 늘고 사고 위험이 커진데다 스키방학 개설로 자녀들이 부모와 함께 스키장으로 떠날 수 있게 됨으로써 사양길로 접어들어 지금은 많이 줄어든 상태이다.

프랑스의 스키방학이 2주일이긴 해도 2주일의 스키방학을 다 이용하는 사람은 드물다. 부모가 산장을 갖고 있지 않는 한 스키방학을 가려면 아파트를 임대해야 하는데 그 임대아파트 비용이 스키방학 기간 동안에는 엄청나게 비싸진다. 또한 해마다 오르는 스키장 사용료, 스키장비 임대료 등까지 합하면 4인 가정의 스키 총비용이 일반 서민가장의 한 달 월급 이상 들기 때문에 사실 한 가족이 스키방학을 떠나기 위해서는 그전에 저축을 해야만 가능하게 되었다.

▲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때 크로스컨트리 경기가 열렸던 '레 세지' 스키장. 뒤에 보이는 산이 몽블랑.
ⓒ 한경미
기후온난화-경제악화... 밝지않은 스키장 전망

@BRI@지난 2월 22일 기자는 알프스에 위치한 스키장 '레 세지'에 스키를 타러갔다. 프랑스가 올 겨울에 겪고 있는 예외 없이 푸근한 날씨로 인해(19세기 중반 기상정보가 발명된 이래 최고로 따뜻한 겨울로 알려지고 있다) 슬로프 상태가 좋지 않을 것이라 걱정했는데 예상외로 눈의 상태는 좋았다.

해발 1800m에 위치한 이 스키장은 얼마 전에 확장해 더 큰 스키장으로 변해있었다. 스키방학이 절정에 오른 시즌인데도 스키어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예년 같으면 리프트 앞에서 20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는데 그 날은 수월하게 리프트에 올라 탈 수 있었다.

4-5세쯤 되어 보이는 아주 어린 소년과 같이 리프트를 타게 되었다. 스키를 가르치고 있는 강사가 내 옆에 앉게 했는데 (그는 다른 학생과 같이 뒤의 리프트를 탔다.) 워낙 조그만 꼬마라 아이가 내 옆에서 움직일 때마다 나는 아이가 떨어지는게 아닐까 가슴이 졸였다.

그러나 아이는 리프트를 한두번 타본게 아닌 듯 발과 손까지 흔들어가며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이 꼬마의 부모는 지금쯤 자기들끼리 신나게 스키를 타고 있으리라. 스키장마다 하루 종일 아이들 스키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있어 부모는 스키강사에게 아이를 맡기고 하루 종일 신나게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오후 5시경 되어 스키장이 문을 닫으면 부모가 아이를 찾으러 와 같이 산장에 돌아갈 것이다. 저녁에는 벽난로 앞에서 알프스 전통 지역음식인 퐁뒤(백포도주에 녹인 치즈에 빵을 담가 먹는 음식)나 하끌렛 (녹인 치즈를 찐 감자나 햄, 소세지 위에 얹어 먹는 음식)을 먹으며 노곤한 몸을 달랠 것이다.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 역시 1주일간 슬로프 위에서 신나게 스키를 타고 그동안 학교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슬로프에서 가끔씩 60대, 70대 노인 스키어들을 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스스로 생각하는 것은 확실히 프랑스의 스키역사가 길다는 것이다.

스키가 도입된 지 거의 1세기가 지난 지금 그러나 상황은 여러 가지로 변하였다. 기후 온난화로 인공 눈 제조기를 이용하지 않으면 이제 알프스에서도 스키 타기가 어려운 현실로 되어가고 있고 몽블랑 아래에 위치한 빙하도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스키방학이 되어도 스키장으로 떠날 수 없는 가족이 해마다 늘어난다는 것이다. 점점 가난해지고 있는 프랑스 경제여건 때문에 스키장의 전망은 화려한 눈만큼 그리 밝지만은 않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