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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2007년까지 6차례 발생한 AI(조류 인플루엔자)는 지난 2월 10일 이후 아직까지 추가발생하지 않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인체감염사례가 없다. 2003년 발병당시 인체감염자 4명이 있었으나 이들은 항체형성만 확인돼 정상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질병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은 없었을까. 총 254만 마리의 가금류와 돼지들이 살처분되는 과정에서 일부 가축들이 생매장되었다는 제보가 있었고 방역의 허술함 등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12월 충남에서 AI가 발생했다. 그런데 12월 26일 충남 천안의 한 양계장에서 경기도 화성시로 옮겨진 닭 5600마리가 가축의 이동이 금지되어야 할 AI 경계지역에서 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조사결과 이 닭들은 가축전염병인 뉴캐슬병에 감염된 상태였다.(조선일보 2006년 12월 26일자 기사 참조)

또한 발생농가였던 충남 아산농장의 부화장인 경기도 안성의 한 부화장에서 전국에 새끼오리를 공급했는데 제주도의 경우 11월 24일부터 다른 지방의 가금류 및 생산물의 반입을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12월 8일과 15일 등 두 차례에 걸쳐 목포항에서 자동화물차의 왕겨포대 밑에 숨겨 반입된 것으로 알려졌다.(제주일보 2006년 12월 26일자 기사 참조)

@BRI@아산시 근처 철새도래지 인근 농경지에 있는 볏짚이 일정한 방역절차 없이 축산농가에 소 먹이용으로 공급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들 볏짚과 낱알에는 철새의 배설물과 깃털 등이 적지 않게 묻어 있었지만 방역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고 한다.(대전일보 2006년 12월 24일자 기사 참조)

또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천안 풍세면 용정리의 양계농가에서 반출된 분뇨가 발생지점으로부터 3km 가량 떨어진 인근 야산에 매립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당시 용정리 주민들은 "AI가 발생하기 바로 직전까지 발생농가와 살처분 대상농가들의 분뇨가 이곳으로 흘러들어왔다. 그러나 AI 농가에 대한 방역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이곳에 대한 방역과 매립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대전일보 2007년 2월 4일자 기사 참조)

충남도내 최대 규모의 가금류 사육지역인 당진은 AI발생지역과 인접지역이라 유입도로에 대한 차단방역과 농가소독 등을 골자로 하는 방역대책을 수립, 추진해오고 있었다. 이에 당진에서 발생지역으로 통하는 국도 부근에 차단방역시설을 설치 운영했지만 휴일과 야간에는 아예 방역이 이뤄지지 않았고 차량소독과 축산관련 차량에 대한 확인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통과하기 일쑤였다고 한다.(대전일보 2007 2월 25일자 기사 참조)

▲ 바리케이트를 지난 이 트럭의 정체는?
ⓒ 동물살처분감시단
이런 과정에서 지난 2월 13일 AI 발생지역인 안성에서 살처분이 이루어지고 있던 중 발생농가 반경 500m 안에서 돼지들을 싣고 나간 트럭이 20km 떨어진 이천의 한 도축장으로 밀반출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당시 이 현장을 목격한 동물단체의 활동가들은 돼지를 실은 트럭이 500m 내에 있는 바리케이트를 통과해 이천까지 이동하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동영상을 찍어 공개했다.

만약 이 돼지들이 500m 내의 농가돼지였다면 살처분대상인 돼지들을 밀반출했던 것이고 500m 밖의 돼지였다면 오염지역인 500m 내의 접근을 왜 막지 않았는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안성시 관계자는 "우리가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500m 안으로 트럭이 진입할 수 없었다"며 이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100% 완벽한 방역은 불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동물살처분감시단의 활동가들은 '방역을 이유로 수많은 가축들이 살처분되는 와중에도 방역망이 뚫렸다면 과연 살처분이 의미가 있는가'라며 과잉 살처분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 트럭은 20km 거리에 있는 도축장에 도착했습니다.
ⓒ 동물살처분감시단
2006년 12월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자 동물단체들은 동물살처분감시단을 구성, 살처분 현장에 잠입했다. 살처분 여부를 조사하게 된 배경은 지난 2003년과 2004년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자 인력과 예산 등 이유로 가축들을 생매장했고 이 장면이 언론에 그대로 보도되면서부터다.

'생매장... 산채로 태우기... 비윤리적 살처분 눈쌀'(한겨례 2004 년 7월 29일자 기사 참조) "발버둥치는 오리 생매장 차마 못할 짓'(경향신문 2003년 12월 25일자 기사 참조) '매몰지까지 차로 옮겨 가축 생매장'(프레시안 2003년 7월 7일자 기사 참조)

'죽은 후 매몰' 규정 제대로 지켜지는지 의문

도축시에도 동물권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후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놓고 동물단체들은 동물의 도살방법에 대한 조항에 '살아있는 동물을 매몰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을 넣어줄 것을 주장했고 공성진의원안에 반영되었다.

그러나 2006년 11월 국회 농림해양수산 상임위원회 자문위원실의 검토보고서에는 "가축전염병의 확산 및 그로 인한 국내 축산업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적지적시 살처분의 중요성이 우선시될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가스법, 전살법 등의 시설이 갖추어진 곳으로 모든 동물을 이동시켜 살처분하기에는 사회적 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될 수 있다는 점 등의 요소도 함께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이 조항을 삭제하였다.

결국 2006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동물보호법에는 '축산물가공처리법 또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동물을 죽이는 경우에는 가스법, 전살법 등 농림부령이 정하는 방법을 이용하여 고통을 최소화하여야 한다'(11조 1항)로 정리되었다. 한계점은 있으나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도살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은 어느 정도 정립된 셈이다. 그러나 이 원칙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농림부는 2006년 각 지자체에 <가축질병 위기대응실무매뉴얼>이라는 보고서를 보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닭과 오리의 경우 모두 '사살, 전살, 약물사용, CO2 가스 사용방법 가운데 현장에서 사용이 용이하고 신속 안전하게 완료할 수 있으며 동물에게 고통이 적은 방법을 선택하여 적용한다'라고 명시되어 있고 '죽은 것을 확인한 후 매몰시킨다'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발생지역에서 가축들이 죽은 것을 확인하지 않고 매몰시켰다는 것은 이미 살처분감시단의 활동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상당수의 닭들이 의식이 남아 있는 채로 매몰되었다는 증거들이 나오자 담당공무원들은 "가스를 주입해도 닭들의 상태에 따라 미처 죽지 않은 닭들이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긴급 살처분의 이유라지만 일부 닭들이 살아 있는 채로 매몰되었다는 것은 인정한 셈이다.

▲ 김제 AI 발생 양계농장의 모습.
ⓒ 동물살처분감시단
살처분감시단은 현장에서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살처분 관련매뉴얼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거나 관련 장비가 있어도 조작할 사람이 없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매뉴얼을 작성해도 각 지자체에서 담당자들을 교육시키고 홍보하는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CO2가 무엇이냐"고 "포크레인으로 머리를 찍으면 된다" "미리 죽여 놓는 일이 번거롭다. 미리 죽여서 매립해 봤더니 번거롭다고 하더라"라며 살아있는 닭을 자루에 넣고 그냥 위를 밟고 다니는 현장 담당자들.

이제 민방위, 예비군 훈련뿐 아니라 방역훈련과 교육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국익을 위해서' '사람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서'라며 긴급 살처분과 철저한 방역을 했지만 많은 동물들이 생매장 당했다는 윤리적인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 천안의 살처분현장에서. 자루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닭.
ⓒ 동물살처분감시단
농림부 매뉴얼에는 발생 확인시 긴급조치사항으로 '소비자 단체 생산자단체와 함께 시식회 등의 행사를 개최한다. 살처분 매몰장면 등에 대한 언론보도 자제를 요청한다'라는 항목이 있다. AI가 발생한 이후 언론보도는 시종일관 일정한 패턴이었다. '고병원성 AI 발생', '살처분 완료' 그리고 '정치인들의 닭고기 시식회'.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언론이 마치 정부의 홍보인이 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실지로 살처분이 이루어지는 모든 현장에 언론의 출입은 통제되었다. 언론의 보도로 긴급한 살처분에 차질이 일어날 것을 염려하는 정부의 시책이겠지만 현장보도가 없는 상황에서 올바른 정보를 국민들에게 어떻게 제공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살처분 대상 과잉, 국민 세금부담도 고려해야

▲ 안성의 살처분현장에서. 구덩이에서 나와 돌아다니는 닭들.
ⓒ 동물살처분감시단
살처분이 너무 과잉되어 진행된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도 제기되었다. 실지로 영국과 일본 등 다른 AI 발생국가의 경우 발생해당농가의 가축만을 살처분하고 일정 지역까지 가축의 이동을 제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500m 내의 가금류와 돼지는 모두 살처분, 지역에 따라 3km까지 살처분을 확대했다.(가금류는 모두, 돼지는 지자체에 따라)

농림부는 이러한 조치에 대해 "국가마다 살처분 대상과 반경은 다를 수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가축농장이 단지화되어 있어 일정지역 농가 가축을 모두 살처분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외국의 경우 포유류를 살처분하는 경우가 없는 점에 대해서 질병관리본부는 "닭에서 돼지로 전염된 사례는 없다. 하지만 돼지는 숙주로 기능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예방차원에서 살처분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영국 농림식품부(DEFRA)의 자료에 따르면 'AI 발생지역내의 돼지는 검사를 하여 추가적으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 경우 살처분 대상이 아님'을 명시하고 있다. 완벽한 방역이라는 명분으로 애꿎은 동물들이 살처분당하고 축산농가의 고충과 보상을 위한 국민의 세금부담만 더하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문제이다.

조류인플루엔자가 인간이 아닌 포유류에 감염된 사례는 고양이에 있었다. 그러나 FAO(유엔 식량농업기구)는 '고양이가 바이러스의 종간 전파의 매개숙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살처분할 필요는 없다'며 '가금류가 상업적으로 거래되는 곳에서는 고양이를 실내에 가두라'고 조언하는데 그쳤다.(뉴시스 2007년 2월 10일자 기사) 우리나라의 경우 익산에서 발생했을 때 개와 고양이까지 처분하려 했으나 총 8두가 살처분된 후 국내외 여론에 밀려 그 이후 제외되었다.

▲ 충남의 한 돼지농가에서. 불결한 환경에서 돼지들이 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나요?
ⓒ 전경옥
세계동물보호협회는 지난 12월 성명서를 통해 전통적인 가축사육방식에서 집약적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매년 4%씩 증가하고 있는 아시아축산업의 현황에 주목하고 있다. 기업적 축산업에서 가축들이 좁고 더러운 환경으로 병에 시달리며 항생제를 상시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불결한 환경은 가축들이 바이러스의 위험에 늘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철새가 원인이다 아니다의 논의를 할 때가 아니다. 바이러스의 특성상 여러 형태로 변종 전환될 수 있다. 일시적인 방역에만 주력한다면 자칫 바이러스의 뒤꽁무니만 쫒아 다닐 가능성이 있다. 우리 축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대책에 주력할 때이다.

인도네시아는 살처분과 백신접종, 가축우리 소독, 폐사 가금류 소각 등 기존의 방법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주거지역에서의 가금류 사육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mbn 2007년 1월 16일자 방송) 홍콩과 대만 역시 살아 있는 가금류를 판매하는 시장의 불결한 환경이 조류인플루엔자의 위험을 가중시킨다는 판단 하에 판매금지를 계획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국제수역사무국(OIE), 유럽연합,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국제기구들도 인간의 건강과 동물질병의 예방차원에서 농장동물문제를 정책적 이슈로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연합에서는 2012년부터 산란계의 다단식 닭장이 모두 금지되며 2013년부터는 임신한 돼지를 좁은 우리(60cm☓ 2m 이하의 스톨)에서 사육하는 것 또한 금지된다. 친환경축산은 이제 세계적인 추세이다.

▲ 스톨이라고 하는 임신돈의 우리. 유럽연합에서는 20013년부터 이 우리가 금지됩니다.
ⓒ 전경옥
지난 2월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영국의 칠면조 농장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영국 동물단체 회원의 모습이 외신을 통해 보도되었다.(AP 연합 2007 2월 5일자 기사) 그런데 그 회원이 들고 있는 플래카드의 문구가 눈에 띄었다. "END FACTORY FARMING BEFORE IT ENDS US"(공장식 축산업이 우리를 끝내기 전에 그것을 끝장내자) 공장식 축산업을 막고 가축들의 복지를 배려하는 것은 비단 동물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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