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유력 대선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경부운하' 사업을 놓고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경부운하, 축복일까 재앙일까'란 주제의 심층 기획을 통해 이 사업의 효용성을 검증합니다. 이를 위해 21일부터 3월 11일까지 '운하의 나라' 독일과 네덜란드의 실태를 현지조사해 기사화할 예정입니다. 또 미래산업으로 부상한 신재생에너지의 현주소도 짚어볼 예정입니다. 이번 기획은 '현장과 이론이 만나는 연구소 생태지평'(www.ecoin.or.kr)과 공동으로 진행합니다. <편집자주>
▲ 힐폴슈타인 갑문.
ⓒ 생태지평 장지영

"갑문을 만드는 데만도 족히 4년은 걸릴 것이다."

마인-도나우 운하(MDK)를 총괄하는 독일 연방수로국 뉘른베르그 지부 슈테파니 텝케 부국장의 말이다. 550㎞ 구간의 경부운하를 4년만에 완공하겠다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말을 전하자 되돌아온 답변이다.

그는 토목 엔지니어 출신으로 연방수로국에서 마인-도나우 운하 교통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이 전 시장이 독일 마인-도나우 운하를 방문했을 때 뉘른베르그 지부에서 직접 브리핑을 했다. 또 유럽 운하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는 힐폴슈타인 갑문 통제소로 이 전 시장 일행을 안내하기도 했다.

"이곳에 오니 경부운하가 꿈이 아니다"

당시 이 전 시장은 검은 색 선글라스를 쓴 채 36m 높이의 힐폴슈타인 갑문에 서서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한마디 던졌다고 한다.

"이곳에 와 보니 경부운하가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됐다."

마인-도나우 운하를 모델로 삼아 제 2의 국운융성의 길, 경부운하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전 시장과의 이같은 바람과는 달리 지난 달 27일 오후 <오마이뉴스>, 생태지평 운하 조사팀과 함께 힐폴슈타인 갑문 위에 다시 서게 된 텝케 부국장의 반응은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그는 특히 "171㎞ 구간의 마인-도나우 운하는 정치적 논란에 휩싸여 공사가 중단된 기간을 제외하면 20년이 걸렸다"면서 "550㎞의 운하를 판다면 모든 기술력을 동원해 전 구간에서 동시에 공사를 진행한다고 해도 10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운하 조사팀은 이 전 시장이 언론사 기자들과 함께 돌아본 코스를 뒤쫓았다. 텝케 부국장은 "이명박씨 일행과 함께 힐폴슈타인 갑문에 갔었다"면서 "오늘 여러분께도 거의 비슷한 프리젠테이션과 동일한 현장을 소개하고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그는 우리 일행을 뉘른베르그 지부 1층에 위치한 30여평 회의실로 안내했다. 그는 바로 이곳이 이 전 시장 일행에게 마인-도나우 운하에 대해 프리젠테이션을 했던 장소라고 소개했다.

그는 회의실에서 2시간여에 걸쳐 마인-도나우 운하의 현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날 프리젠테이션을 마치면서 텝케 북구장은 "이 전 시장 일행에게 브리핑했을 때보다 2배 이상의 시간이 걸린 것 같다"면서 "이 전 시장 일행은 나의 프리젠테이션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았고, 질문도 나오지 않았다. 이 전 시장 일행은 브리핑 중 자리를 뜨기도 했다"고 말하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연방수로국에서 나와 힐폴슈타인 갑문 통제소로 가는 길에 겨울비가 내렸다. 텝케 부국장의 안내를 받으며 우리 일행은 오후 3시경 뮌헨으로 향하는 아우토반을 따라 갑문 통제소에 도착했다. 해발 406m. 거대한 물길을 거꾸로 역류시키는 세계적인 토목 공사의 현장이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운하 힐폴슈타인

▲ 힐폴슈타인 도크.
ⓒ 장지영

통제소 관리 소장인 벤겔스 에른스트아구스트 씨가 육중한 콘크리트 건물 밖으로 나와 우리 일행을 맞았다. 우린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25m를 올라갔고, 거기서 내려 또다시 2~3층 높이의 계단을 올랐다.

상황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전면이 유리로 된 8각형 모양의 공간에서 2명의 요원(밤에는 1명)이 15개 정도의 모니터를 켜놓고 관문의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면서 마이크를 통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곳은 힐폴슈타인을 포함해 11㎞ 떨어진 곳에 위치한 총 4개의 갑문을 원격 통제하는 곳이다. 또 여기서 15㎞ 떨어진 뉘른베르그 뱃길 보다 무려 75m가 높다고 한다. 따라서 뉘른베르그에서 힐폴슈타인 쪽으로 이동하는 배들은 여러개의 갑문을 통과하면서 고도차이를 차츰 줄여가는 것이다. 힐폴슈타인 갑문에 들어온 배는 25m 수직 상승해 뱃길을 이어갈 수 있다.

창밖을 보니 길이 200m, 폭 12m, 깊이 30m의 대형 도크가 설치돼 있다. 벤겔스 소장은 "이 도크에 배가 들어가면 곧바로 좌우에서 배가 흔들리지 않도록 조여주는 고정기가 나오고, 인공 저수지와 운하에서 물을 공급받아 분당 1m70㎝씩 수면이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25m로 수심을 올릴 때 필요한 물의 양은 총 6만여톤. 20여분이면 이같은 공정이 끝난다고 한다.

그는 이 갑문은 유럽에서 가장 빠른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하루 평균 30여대의 배가 이런 방식을 통해 고도 차이를 극복하고 이 갑문을 통과한다.

벤겔스 소장으로부터 설명을 듣다가 장지영 생태지평 팀장이 "이 전 시장이 550㎞의 경부운하를 4년만에 건설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하자 옆에 있던 텝케 부국장은 "갑문 20개를 만든다는 데 갑문 건설 기간만도 4년이 걸릴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또 "마인-도나우 운하의 경우 밤베르그에서 시작해 뉘른베르그까지 한발씩 전진하면서 운하를 판 뒤 반대쪽인 켈하임에서 뉘른베르그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같은 공정을 했고, 이같은 방식은 물길이 일단 뚫린 곳에 배가 통행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이었다"면서 "한국이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모든 기술을 총 동원해 여러 곳에서 동시에 운하를 판다고 해도 10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우리 일행은 뉴른베르그 지부에서 텝케 부국장으로부터 793년 카알 대제 때부터 계획돼 지난 1992년에 공사를 마친 마인-도나우 운하의 오래된 건설 역사와 운하 이용의 변천 과정, 다른 운송수단과의 경제성 비교 등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다.

텝케 국장 "운하는 환경 친화적 운송 수단"

▲ 힐폴슈타인 갑문 상황실.
ⓒ 생태지평 장지영

그는 우선 동일한 가격의 연료로 배는 370㎞, 철도는 300㎞, 차는 100㎞를 이동할 수 있다면서 운하의 경제성을 피력했다.

특히 그는 "마인-도나우 운하를 이용하는 1500~2000톤 선박 한 척에 실을 수 있는 물동량은 화물차 82대분, 화물기차 42칸분"이라며 운하 이용이 환경친화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이 부분은 독일 내에서도 논란이 많은 부분이다). 여기까지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경부운하 건설을 내세우면서 주장하는 논조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갈수록 이 전시장의 구상에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우선 최근 열린 경부운하 관련 토론회에서 한 학자는 선박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했기 때문에 550㎞의 경부운하 구간을 24시간 내에 주파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토론회를 주최한 단체는 포럼 푸른한국으로 이 전 시장 측의 좌장격인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상임 고문을 맡고 있다. 이 최고위원은 토론회에 나와 축사를 하기도 했다.

운하 운행 시간과 관련 텝케 부국장은 "밤베르그에서 켈하임까지 171㎞구간을 뱃길을 따라 이동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꼬박 하루가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마인-도나우 운하를 운행하는 배의 허용 속도는 시속 13㎞이다. 배가 빨리 달리면 뒷부분이 수심 아래쪽으로 더 가라앉는 데, 교통부 산하 기관인 수자원 공사에서 시뮬레이션과 실제 실험을 한 결과 허용 속도를 더 이상 올릴 경우 수심 4m 운하 바닥에 배의 뒷부분이 닿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파랑에 의해 둑이 유실될 우려도 있다. 더 빨리 속도를 내려면 더 깊어져야 하고 55m인 현재 폭도 넓어져야 한다. 강폭이 300m정도인 라인강의 경우에는 22㎞까지 달릴 수 있다."

결국 경부운하가 건설된다면 배가 24시간 내에 통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운하를 더 깊게, 넓게 파면 배가 더 빨리 달릴 수 있을까? 하지만 독일 최대의 수로 사업 컨설팅 업체인 프랑코(PLANCO)의 페터 리켄 사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현지 인터뷰에서 "운하의 수위를 4m 이상 깊게 하면 수로 주변의 지하수와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현재의 기술력으로서는 내륙수로로서 가능한 경제 수위는 약 4미터가 한계"라고 말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

▲ 힐폴슈타인의 벤겔스 소장이 운하의 운영현황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생태지평 장지영

이 전 시장은 마임-도나우 운하를 둘러본 뒤 친환경적인 운하 건설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텝케 부국장은 또 "운하의 물은 거의 정체된 상태이기 때문에 식수원으로는 절대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 3분의 2가 한강과 낙동강 물을 상수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놓고 볼 때 식수원 오염은 사실상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운하의 결빙 문제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운하는 기본적으로 흐르는 물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하천보다도 잘 얼 수 있고, 지대가 높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면서 "지난해의 경우 석달 동안 물길이 얼어서 배가 다니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하로 내려가면 곧바로 수면이 얼기 시작하는 데 얇은 얼음일 경우 쇄빙선으로 물길을 내서 운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좀 더 단단하게 얼면 운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갑문 안의 물이 얼기 시작하면 부피가 팽창하기 때문에 얼음을 퍼내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는 경부운하 결빙 일수 등을 놓고도 논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 결빙 일수 등에 대해 꼼꼼이 따져봐야 하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여름철 집중 폭우가 쏟아지기 때문에 운행 일수가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는 곧 운하의 경제성과도 직결된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이 마임-도나우 운하에서 배울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해달라'는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거듭 충고했다.

"만약 한국에서 운하를 새로 건설한다면 면밀하게 계획을 짜는 시간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한 번 건축을 하면 바꿀 수 없다. 100년을 내다보고 건설해야 한다. 완벽한 계획없이 경부운하 건설을 시작한다면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장기간의 계획이 필요하다."

이날 동행했던 박진섭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은 "여기 와보니 이명박씨의 경부운하 주장은 잘못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국내에서 소개한 마인-도나우 운하의 물동량에 대한 그들의 설명도 전혀 객관적이지 않기 때문에 마인-도나우 운하의 경제성은 전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힐폴슈타인 갑문에 도착했을 때 벤겔스 소장은 "배가 도크에 들어와 수직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배를 불렀다"고 우스개를 했다. 실제 배 한 척이 아래쪽 갑문에 도착해 있는 모습이 컴퓨터 모니터에 나타나 있었다.

하지만 1시간여 남짓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우린 그 배를 볼 수 없었다. 물론 단 한 척의 배도 이 갑문을 통과하지 않았다. 벤겔스 소장은 "배가 들어오고 있었으나, 밑에 갑문이 고장이 나 이쪽으로 올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실현 가능성 꼼꼼히 따지고 밝혀야

▲ 갑문에서 본 힐폴슈타인 운하.
ⓒ 생태지평 장지영

텝케 부국장에 따르면 마인-도나우 운하를 관리하는 총인원은 380명. 16개 갑문 등에서 일하는 엔지니어 등 모든 인원을 총괄한 수치이다. 모든 것이 거의 전자동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이 인원으로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경부운하를 주장하는 일부 학자들은 일자리 70만개를 창출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텝케 부국장의 충고처럼 이 전 시장과 경부운하를 주장하는 일부 학자들은 막연하게 경부운하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효과 등에 대해 애드벌룬만 띄울 것이 아니라 이제는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100년동안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밝혀야 한다.

그리고 유력 대권 후보가 내세운 엄청난 국가개조 프로젝트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타당성을 따져봐야겠지만 경부운하 찬성론자들도 17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투여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지불할 비용이 너무 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텝케 부국장은 힐폴슈타인 갑문에 서서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이며 씁쓸해했다.

"이 전 시장 일행이 이곳에 왔을 때 갑문에 배가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전 시장 일행은 그냥 이 자리를 떠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를 25m 수직상승시키는 모습을 보기 위해 여기까지 오는데…. 궁금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난 그 자리에서 브리핑을 접었다."

(통역 : 김상국 베를린 자유대학 국제정치학 박사과정)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민기자들과 함께 상식적인 사회를 만들고 싶은 오마이뉴스 기자입니다. 10만인클럽에 가입해서 응원해주세요^^ http://omn.kr/acj7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