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떡국은 여러 '세시음식'(명절 때 먹는 음식)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우리 민족의 중요한 음식이다
ⓒ 이종찬
설날 아침
하얀 떡국 나눠 먹으며 만수무강 비네
쫀득쫀득 찰진 떡국 씹으며 재물복을 꿈꾸네
구수한 떡국 국물 마시며 가족의 이름 빛나길 바라네

채 썬 김가루에 환인이 계시는 까마득한 하늘 담아
채썬 노란 달걀지단에 발 닫고 살아가는 땅 담아
채썬 하얀 달걀지단에 백의민족의 한결 같은 마음 담아
때때옷 입고 나이 한 살 더 먹는 즐거움

아, 떡국 한 그릇에 환인의 마음을 빚어내는 우리는 환족
- 이소리, '떡국을 나눠 먹으며' 모두


설날에 빼놓을 수 없는 우리 민족 고유의 음식 '떡국'

▲ 방앗간에서 뽑아 동글동글 썰어놓은 떡국떡
ⓒ 이종찬
▲ 멸치 맛국물을 끓인다
ⓒ 이종찬
해마다 설날이면 전라도, 제주도, 경상도, 강원도, 충청도, 경기도, 서울, 북한 등 우리나라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빠지지 않고 즐겨먹는 우리 민족의 음식 떡국. 가래떡을 뽑아 납작납작하게 썰어 맛국물에 포옥 끓인 뒤 김 가루와 흰색, 노란색 달걀지단, 삶은 쇠고기, 산적 등을 예쁘게 얹어 먹는 하얀 떡국.

떡국은 여러 '세시음식'(명절 때 먹는 음식)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우리 민족의 중요한 음식이다. 설날 아침, 흰색의 떡국을 끓여먹는 까닭은 설날이 천지만물이 새롭게 시작되는 첫 날이어서 엄숙하고 깨끗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덧붙여 동글동글한 떡국을 길게 뽑은 가래떡으로 만들어 먹는 이유는 새해 아침 긴 음식을 먹고 무병장수하라는 뜻도 들어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떡국의 대부분은 가래떡을 동글동글하게 썰어 국물멸치 맛국물이나 쇠고기 맛국물에 끓여내는 흰떡국이다. 하지만 떡국의 종류도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떡을 누에고치 모양으로 만들어 먹는 개성지역의 '조랭이떡국'이 있는가 하면 멥쌀가루를 끓는 물로 반죽한 뒤 칼로 썰어 맛국물에 끓여내는 충청도의 '생떡국'도 있다.

더불어 쌀을 메에 갈아 가라앉힌 앙금을 반죽해 떡가래 모양으로 썰어 맛국물에 끓여 먹는 '무리떡국'이란 것도 있고, 밀가루로 만든 가래떡국인 '기자면'이 있는가 하면 가래떡을 5cm 정도의 길이로 썬 뒤 다시 2~4등분해 고기와 우묵, 여러 가지 채소 등을 넣고 볶아먹는 '떡볶이'란 것도 일종의 떡국이다.

"꾸껀지 묵을라꼬 일 년을 쎄 빠지게 기다맀다 아이가"

▲ 달걀 흰자와 노른자를 따로 구워 지단을 만든다
ⓒ 이종찬
▲ 마른 김을 가위로 잘게 자른다
ⓒ 이종찬
"옴마! 올 설에는 꾸껀지(가래떡) 안 맨드나?"
"와? 갑자기 김이 모락모락 나는 꾸껀지로 참기름에 콕콕 찍어서 묵고 싶나?"
"그 꾸껀지 묵을라꼬 일 년을 쎄 빠지게(힘들게) 기다맀다 아이가."
"니 성적만 쪼매(조금) 더 올리봐라. 그라모 꾸껀지가 아이라 떡볶이떡이라꼬 억수로(많이) 못 뽑것나."


1970년대 허리춤께.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까지만 하더라도 어머니께서는 설날이 다가오면 커다란 함지박 곳곳에 쌀을 수북이 담아 한나절 정도 물에 불렸다. 이어 그 불린 쌀을 리어카에 싣고 방앗간에 가서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가래떡을 함지박 가득 담아온 뒤 마루 한켠에 두고 하루 정도 찬바람에 굳혔다.

그렇게 가래떡이 적당히 딱딱해지면 마루 위에 누런 삼베보자기를 펴놓고, 기다란 가래떡을 도마 위에 올려 부엌칼로 동글동글하게 썰었다. 그때 나와 형제들은 어머니께서 작은 설날 밤늦게까지 힘들여 써는 그 동글동글한 가래떡을 하나 둘 주워 먹는 재미에 밤잠을 설치곤 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그런 우리 형제들을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너희들이 그렇게 주워 먹어봐야 얼마나 먹겠냐는 투였다. 게다가 어머니께서는 가끔 동그랗게 썬 그 가래떡을 여러 가지 전을 부치는 아궁이 장작불에 살짝 구워 주시기도 했는데, 그 말랑말랑하면서도 쫄깃쫄깃 고소하게 씹히는 맛이 정말 으뜸이었다.

흰색 노란색 계란 지단과 채 썬 마른 김을 얹어내는 경상도식 떡국

▲ 하양, 노랑으로 예쁘게 차려낸 달걀지단
ⓒ 이종찬
▲ 떡국 한 그릇과 채썬 김, 달걀지단
ⓒ 이종찬
흰떡국을 끓이는 방법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보통 흰떡국은 사골과 양지머리, 사태 등을 오래 고아 만든 맛국물에 미리 삶아놓은 쇠고기 살코기와 동글동글 썬 가래떡을 넣어 끓여낸다. 하지만 내가 태어나 자란 경상도에서는 지금까지도 걸쭉한 쇠고기 맛국물 대신 깔끔하고 시원한 뒷맛이 깊은 멸치 맛국물을 쓴다.

흰떡국에 얹어먹는 고명도 지역이나 가정마다 제 각각이다. 다진 고기를 볶아서 떡국 위에 얹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산적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얹거나 오색의 채 고명을 얹는 가정도 있다. 근데, 경상도 대부분 가정에서는 달걀흰자와 노른자로 지단을 부쳐 채 썰어 떡국에 얹은 뒤 그 위에 마른 김을 가위로 채 썰어 올린다.

그럼, 지금부터 경상도식 떡국을 끓이는 방법을 알아보자. 먼저 냄비에 물을 가득 붓고 국물멸치를 수북이 넣어 멸치맛국물을 진하게 우려낸다. 이어 달걀지단을 부치고 쇠고기를 삶는다. 이때 기름을 약간 뿌린 프라이팬에 얇게 부쳐낸 흰자와 노른자 달걀지단을 칼로 채 썰어 그릇에 따로 담고, 삶은 쇠고기는 잘게 다져 따로 담는다.

이윽고, 멸치맛국물이 노르스름하게 우러나면 멸치를 모두 건져낸 뒤 미리 물에 담가둔 동글동글한 가래떡을 냄비에 넣고 한소끔 끓인다. 그리고 송송 썬 대파와 삶은 쇠고기를 넣은 뒤 집간장과 후춧가루로 간을 맞춘 뒤 참기름 한두 방울 떨어뜨려 상 위에 달걀지단, 가위로 채 썬 마른 김과 함께 얹어내면 마무리.

떡국 한 그릇 먹으며 옛 고향과 새 봄의 희망을 맘껏 먹자

▲ 송송 썬 대파를 넣은 떡국은 뒷맛이 깔끔하다
ⓒ 이종찬
▲ 송송 썬 달걀지단과 마른 김을 넣은 떡국, 먹음직스럽지 않으세요
ⓒ 이종찬
2007년 돼지띠 설날 아침, 큰집에서 후딱 먹어치운 '세시음식' 떡국 한 그릇. 차례를 지내고 친척집을 모두 돌아본 뒤 처갓집에 들러 또 한번 먹은 하얀 떡국 한 그릇. 구수한 멸치 맛국물로 끓여낸 깔끔하면서도 개운한 뒷맛이 깊은 경상도식 떡국 한 그릇. 설날이 되어야만 맛볼 수 있는 그 하얀 떡국이 전해주는 기막힌 맛!

사실, 경상도에서도 떡국은 집집마다 그 맛이 조금씩 다르다. 이는 경상도 사람들 모두 멸치를 우려낸 맛국물을 쓰긴 하지만 떡국에 들어가는 재료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떡국에 다진 쇠고기를 넣느냐, 쇠고기를 쓰지 않고 송송 썬 대파를 넣느냐, 참기름을 한두 방울 톡 떨어뜨리느냐에 따라 그 맛이 훨씬 달라진다.

어디 그뿐이랴. 떡국의 밑반찬도 떡국 특유의 맛을 훨씬 달라지게 만든다. 떡국의 밑반찬으로 묵은지를 내느냐, 생굴이 들어간 시원한 깍두기를 내느냐에 따라서 떡국맛이 천차만별로 바뀐다는 것. 이는 경상도식 떡국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곳곳에서 만드는 떡국의 맛도 밑반찬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 아니겠는가.

2007 정해년 설날 연휴. 올해는 유난히 연휴가 짧다. 하지만 고향집에서 가져온 동글동글하게 썬 가래떡으로 가족들과 함께 고향 떡국을 맛나게 끓여 먹어보자. 쫄깃쫄깃 씹히는 떡국을 먹으며 어릴 때 예쁜 추억과 부모님의 살가운 정을 새삼 느껴보자. 정겨운 떡국 한 그릇에 다가오는 새 봄의 향기를 한껏 품어보자.

▲ 참기름 한두 방울 떨어뜨려 상 위에 달걀 지단, 가위로 채썬 마른 김과 함께 얹어내면 마무리
ⓒ 이종찬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보냅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