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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이 되어서도 방송계에 사극의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현재 시청률 40%대의 고공 행진을 하며 방영 중인 <주몽>(연출 이주환 김근홍, 극본 최완규 정형수 정인옥)을 필두로 <대조영>(연출 김종선, 극본 장영철)과 <연개소문>(연출 이종한, 극본 이환경)은 이 같은 사극의 인기를 대변해 주는 작품이라 하겠다.

@BRI@그러나 사극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같지만 최근에 방영되는 사극을 보면 과거의 사극과는 차이를 보여준다. 과거 70~80년대의 이른바 '정통사극'과는 다른 '퓨전사극'이 점점 안방극장을 점령해 가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정통사극이고 무엇이 퓨전사극일까? 물론 그 차이를 명백하게 규정지을 수는 없고 어느 특정 작품을 정통사극이냐 퓨전사극이냐로 단번에 정의 내리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굳이 나누어 본다면 흔히 정통사극이라 함은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픽션과 현대적 감각을 최대한 자제한 작품을 가리킨다. 70~80년대 방영되었던 거의 모든 사극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시청자들의 안목은 달라졌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러한 정통사극이 외면을 받게 되었다. 시대의 변화 속에 현대적 관점에서 봤을 때 고리타분하고 느슨한 전개는 달라진 시청자들의 수준과는 맞지 않게 된 것이다.

소비자의 기호가 변함에 따라 상품이 달라지듯이 사극도 이러한 시청자들의 변화를 따라 진화하기에 이르렀다. 기존의 틀에 박힌 비슷비슷한 사극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극 장르가 탄생하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퓨전사극이다.

물론 퓨전사극도 사극인 만큼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점은 동일하다. 다만 역사적인 큰 줄기는 따라가되 그 나머지는 현대적 감각에 맞도록 재해석하고 창조하여 21세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보더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그 특징일 것이다.

결국 배경만 과거일 뿐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은 여타 다른 현대 사회를 그리고 있는 드라마 속 인물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사극이 퓨전사극이라 할 수 있다.

사극에 퓨전적 요소가 가미된 최초의 작품은 1999년 방영된 <허준>(연출 이병훈, 극본 최완규)이다. <허준>은 인물 구성과 대사 처리에서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하였고 당시로는 파격적으로 현대풍의 OST가 사용되며 사극의 변화를 이끈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허준>을 기점으로 하여 과거 정통사극과는 다른 사극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특히 2002년 방영된 <대망>(연출 김종학, 극본 송지나)은 심지어 가상의 조선 임금을 내세우기도 하고 복식과 머리 스타일 역시 조선 시대의 그것에 구애 받지 않는 완연한 퓨전사극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2003년작인 <다모>(이재규 연출, 정형수 근본)와 2004년 방영된 <해신>(강일수,강병택 연출 정진옥 극본) 역시 퓨전사극을 표방한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최근의 이런 사극의 퓨전 바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나치게 퓨전적 요소를 가미하다 보니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방영 중인 사극 중 퓨전적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 <주몽>이 이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렇게 논란이 가중되다 보니 <대조영>과 <연개소문> 등의 작품은 다시 과거의 정통사극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 두 작품도 과거의 정통사극과는 다르게 어느 정도의 퓨전적인 요소가 들어있는 모습이다. 정통사극으로 회귀를 한다고 해도 시대적 흐름은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정통사극과 퓨전사극 모두 각각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두 장르의 그런 장점을 잘 살려서 현대적 감각에 맞으면서도 시청자들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뛰어난 사극이 많이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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